두레·계·향약과 함께 진안지역 농경사회의 중요한 한 키워드였던 '품앗이'가 경제논리에 입각한 일명 '놉대장(일꾼을 전문적으로 조달하는 이)'행태에 밀려 점차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특히 일부 마을의 경우 인력을 책임지는 놉대장에게 평소 잘 보여야 정작 농사에 필요한 인력을 조달할 수 있는 등 놉대장을 통해야만 농사가 가능한 폐단까지 생겨나고 있다.
진안지역 일부 농민들에 따르면 노임을 주지 않고 서로 노동력을 교환해 돕는 우리 고유의 전통풍습인 품앗이가 성행했던 예전만 해도 마을 주민들 간 서로 마음만 맞으면 인력을 구하는데 큰 무리가 없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농삿일에 있어 임금노동관계의 발달로 정감있는 노동교환이 김장담그기 등 일부에 그치고 있다. 서로 통하는 농민들 사이에서 사소한 교환노동만이 이뤄질 뿐이다.
이에 따라 농민들이 농촌 고령화 등으로 인해 가뜩이나 젊은 인력이 없는 판에, 바쁜 영농철만 되면 농삿일에 필요한 인력을 구하느라 생고생을 하고 있다.
개인이 놉을 구하려해도 상당수 마을별로 포진된 놉대장을 거치지 않으면 인력 충원은 꿈도 꾸질 못하는 등 개인간의 자율적인 놉거래마저 일부 원천봉쇄 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심각성을 더한다.
설사 놉대장을 통한다 해도 다른 마을의 인력을 끌어 쓸려면 반드시 그 해당 마을의 놉대장에게 허락을 득해야만 뒷탈이 없을 정도로, 놉대장은 전문 일꾼 조달 역할을 넘어 독보적 존재로까지 여겨지고 있다.
관례화 된 이러한 자치 규정 때문에 큰 일을 앞둔 일부 농민들은 부족한 일꾼을 구하기 위해서는 평소 놉대장의 일손을 도와주거나 심지어 읍소까지 하는 것으로 전해지는 등 농촌이 삭막해지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B마을의 한 농민은 "지난해 가을, 벼 수확때 자체 인력이 없어 마을 놉대장 주선으로 A마을의 인력을 끌어다 쓴 것이 화근이 돼 마을 놉대장간 말다툼까지 있었다"란 말로, 안타까운 현실을 대변했다.
한편 한 읍·면의 경우 인력을 조달해 주는 마을별 놉대장을 관리하는 놉대장 총책이 따로 있을 정도이며, 이 놉대장은 품을 파는 일꾼들의 신상명세를 꿰차고 있는 등 놉에 관한한 '호적계장'으로 불리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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