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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김치로 통하다”···군산 시민과 주한미군이 버무린 하루의 정(情)

고춧가루 속 웃음꽃···낯선 미군 손끝에서 피어난 ‘한국의 맛’
김치 한 포기, 마음 한 조각···지역과 외국인이 함께 빚은 따뜻한 나눔

주한미군 병사들이 직접 담근 김치를 맛보고 있다. /사진=문정곤 기자

“한국 김치가 이렇게 깊은 맛이 나는 이유를 알겠어요.”

17일 오후, 군산시 자원봉사센터에는 고춧가루 양념이 빨갛게 물든 김장 배추 사이로 미군 병사들의 커다란 손이 분주히 오간다.

이국적인 영어 인사와 익숙한 전라도 사투리가 뒤섞인 공간.

이날 열린 ‘K-푸드 문화 체험, 주한미군과 함께하는 김장과 (정)情 버무리’ 행사는 단순한 김장 나눔을 넘어, 음식과 놀이로 한미 양국이 마음을 나누는 문화 교류의 장이었다.

행사 시작을 알리는 안내에 따라, 미군 자원봉사자들과 군산 시민 자원봉사자 40여 명이 줄지어 서서 배추 절이기와 세척 작업에 나섰다.

손놀림은 분주했지만, 표정에는 여유와 호기심이 묻어났다.

김장을 처음 경험하는 미군 자원봉사자들은 연신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는다.

곁에 선 지역 어머니들은 손짓으로 배추를 절이는 법을 알려주며 웃음을 터뜨린다.

김장 체험이 끝나자, 현장에는 김장김치와 함께 삶은 수육, 전통 떡, 막걸리와 식혜가 한 상 차려졌으며, 참여자들은 둘러앉아 음식을 나누며 웃음꽃을 피웠다.

한 미군 병사는 손으로 김치를 집어 들고 맛보며 연신 감탄했다.

강임준 군산시장이 17일 열린 ‘K-푸드 문화 체험, 주한미군과 함께하는 김장과 (정)情 버무리’ 행사에 참여해 주한미군 병사들과 함께 김장김치를 담그고 있다. /사진=문정곤 기자

김장 행사 후에는 K-문화 체험이 이어졌다.

봉사자들과 미군 병사들은 꽃무늬 조끼를 입고 팀을 나눈 뒤, 제기차기·투호 놀이·단체줄넘기 등 한국의 전통놀이를 함께 즐겼다.

화살을 항아리에 던지는 투호 놀이에서는 진지한 표정의 미군이 연이어 성공시켜 박수를 받았다.

제기차기에서는 미군 병사들이 서툰 발재간으로 제기를 놓치며 웃음을 터뜨렸고, 단체줄넘기에서는 “원 팀!”을 외치며 모두가 하나 되어 줄을 넘었다.

참가자들은 함께 담근 김치 상자를 한 상자씩 옮기며 따뜻한 인사를 건넸고, 미군 자원봉사자들의 표정에도 뿌듯함이 가득했다.

한 자원봉사자는 “요즘은 이웃 간에도 마음을 나누기 어렵지만, 오늘은 외국 친구들과 함께 김장 하며 진짜 ‘정’이 무엇인지 다시 느꼈다”고 말했다.

행사에 참여한 주한미군 관계자는 “김장이라는 전통음식을 통해 한국의 가족문화를 조금은 이해하게 됐다”며 “서로 다른 나라지만, 따뜻한 마음은 같다는 것을 느꼈다”고 소감을 밝혔다.

송천규 군산자원봉사센터장은 “이번 행사는 단순한 문화 이벤트가 아니라, ‘나눔’과 ‘소통’을 주제로 한 지역 상생 프로그램이다”라며 “이번 김장 행사를 통해 주한미군 봉사단과의 협력을 확대하고, 앞으로도 지역 주민과 외국인들이 함께 참여하는 다양한 K-푸드·K-문화 체험을 추진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담근 김장김치는 자립청년 20세대와 한부모가정 20세대에 전달될 예정이다.

군산=문정곤 기자

문정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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