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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스포츠 산업

최근 한국 스포츠계에 낭보(朗報)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 24일 김연아선수가 세계 피겨선수권대회에서 한국인 최초로 동메달을 딴데 이어 세계 수영선수권대회에 참가한 박태환선수가 25일 자유형 400m에서 아시아 선수로는 처음으로 정상에 오른뒤 27일에는 자유형 200m에서 값진 동메달을 추가했다. 신체조건과 근력등이유럽 선수들에 비해 현격히 뒤져있는 동양인들에게는 거의 불모지나 다름없는 영역에서의 값진 쾌거였다. 낭보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그제 아프리카 케냐에서 열린 국제육상연맹 집행위 투표에서 대구가 2011년 세계 육상선수건대회 개최지로 결정됐다. 대구는 러시아 푸틴 대통령의 지원을 등에 업은 모스크바와 호즈 브리즈번을 따돌리고 개최권을 따냈다. 우리나라는 1988년 서울 올림픽과 2002년 월드컵에 이어 세계 3대 스포츠대회를 모두 유치하는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한 세계 7번째 국가가 됐다. 이는 우리나라가 경제력과 국제적 위상을 바탕으로 세계 스포츠 선진국 반열에 끼었음을 의미한다. 현대 스포츠는 국가나 언어를 초월하여 전세계적으로 가장 강력한 소통수단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모든 민족이 한 장소에서 정해진 룰에 따라 승부를 겨룸으로써 지구촌의 이목을 집중시킬 수 있는 것은 스포츠 이외에는 없기 때문이다. 스포츠에 대한 인식이 바뀌면서 스포츠는 이제 단순히 ‘보고 즐기던’ 시대는 지나갔다.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산업으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이를 위한 마케팅 기법도 도입되고 있다. 실제 세계 육상대회를 유치한 대구시는 약 6천억원의 생산유발효과와 7천여명의 고용창출 효과및 지역경제 활성화, 투자유치 증대, 관광진흥 등을 기대하고 있다. 이미 이같은 효과는 국내에서도 서울 올림픽과 월드컵을 통해 입증된바 있다. 대구의 세계 육상대회 유치 성공은 전북도에 반면교사가 되기에 충분하다. 지난 1997년 동계U대회를 성공리에 치른뒤 도내에서 대규모 국제 스포츠행사는 개최되지 않았다. 최근 2013년 하계U대회 유치활동에 나서기로 결정했지만 아직 뚜렷한 움직임이 없다. 대구시도 지난 2003년 하계U 대회를 개최한데 이어 이번에 세게 육상대회 유치에 성공했다. 기왕 대회 유치를 결정했으면 도민들에 실망을 주지 않도록 완벽하게 추진하기 바란다.

  • 지역일반
  • 전북일보
  • 2007.03.29 23:02

[명상칼럼] 영성문화 중심지 전북 - 김경일

이 노래가 생각나시는가. 이른바 전북의 노래다. 5대를 전후한 분들은 기억0하실 것이다. 당시 변변히 부를 노래도 별로 없었지만 나는 이 노래만 부르면 가슴이 벅찼다. 내 고향 전북이 세상에서 제일 좋은 곳인 줄 알았다. 고향을 떠나 서울 유학을 하고 보니 내 고향 전라도는 갯당쇠였다. 당시 경상도는 울산이나 구미, 창원에 공업단지가 들어서고 신도시가 생겨나고 인구가 집중되는데 비해 우리 고향 전북은 자랑할 게 황금벌판 뿐이었다. 하지만 중공업정책을 따라 점차 농촌은 피폐해져 한때 300만을 웃돌던 인구는 지금 200만도 안 된다. 경제 생산규모도 전국 최하위 수준인지 오래다. 선거 때마다 국회의원과 도백들은 부푼 장밋빛 꿈으로 당선을 거듭하지만 도세 위축은 골 깊은 줄을 모르고 추락하고 있다. 나는 이제라도 우리 도지사와 국회의원들이 도민들에게 정직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우리 도민들도 허황된 꿈에서 벗어나 우리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고 믿는다. 이미 이 나라 인구와 경제의 절반은 수도권이 가지고 있다. 서울에서 천안까지 전철이 연결되어 운행하고 있다. 정부의 지방정책은 광주로 기울 수밖에 없다. 또 충남의 행정수도가 이웃해 앞으로도 인구 감소는 막을 길이 없다. 새만금 타령을 하는 분들이 많은데 이것은 아니다. 앞으로 공사가 완성되려면 최하가 20년이고 길게는 30년이상 걸릴 수도 있다. 난공사여서가 아니라 중앙정부 입장에서 보면 크게 효용 가치가 없다. 대중국 전진기지 운운 하지만 내가 보면 그 새만금 공사 20-30년 사이 다른 지역에서 이미 그 자리를 선점할 것이다. 이미 인천공항을 비롯해 평택, 보령, 목포, 여천항이 이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우리 새만금 항은 언제 시작할지도 모르는데 말이다. 새만금공단 이야기도 그렇다. 앞으로 20년 후에나 논의해야 할 까마득히 먼 이야기다. 또 지금 공장들은 사람도 쓰지 않는다. 사람 많이 쓰는 공장들은 중국이나 베트남, 북한 등으로 갈 수밖에 없다. 첨단공장 운운 하는데 새만금의 수질은 정부 공약으로 4급수다. 4급수 물은 농사짓기에도 그리 깨끗한 물이 아니다. 내 고향은 고부다. 우리 집 마루에서 보면 탁 트인 황금벌판 고부 평야가 내려다 보인다. 동학혁명 이야기를 들으면서 어린 꿈을 키웠다. 그런데 몰락하는 우리 고향을 보노라면 가슴이 아프다. 다시 이야기하거니와 지금이라도 우리 전북의 미래를 오로지 경제개발에서 찾는 것은 옳은 비전이 되지 못한다. 나는 우리 전북이 획기적인 경제개발로 부자되는 것보다 사람이 살만한 곳으로 비전을 삼았으면 좋겠다. 이게 현실적이거니와 허황된 비전보다 실속도 있다고 본다. 그럼 어떻게 사람이 살만한 곳을 만들 수 있을까. 지금 이 나라 전 국토는 개발 붐으로 다 파헤쳐지고 있다. 전북은 저개발 덕택에 그나마 환경이 조금은 보존된 지역에 속한다. 국민소득 3만불시대는 사람들이 이제 진정한 휴식을 찾고자 할 것이다. 위락관광보다 휴식관광, 가족단위 관광, 생태관광이 될 것이다. 전북은 도는 작아도 전국에서 가장 큰 지리산을 갖고 있고 가장 청정한 무주 구천동을 갖고 있다. 전국에서 가장 넓은 지평선 호남평야를 가지고 있으며 세계에서 5번째 크다는 새만금 갯벌도 가지고 있다. 새만금 갯벌이 사라지는 것이 못내 아쉽지만 기왕에 매립공사가 진행 중인 것을 중단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다만 지금이라도 해수유통으로 갯벌 보호에 만전을 기한다면 우리 전북은 지리산과 무주 구천동 계곡과 호남평야와 갯벌이라는 사람 살기에 최상의 조건을 갖고 있는 셈이다. 이처럼 훌륭한 생태조건에서 먹거리가 풍부했고 그래서 맛의 고장이 되었으며 이런 여유가 멋의 고장이 되게 했을 것이다. 이 지역은 자연조건만 좋은 것이 아니다. 내가 보기에 대한민국 땅에서 전북지역만큼 인문학적 토양을 잘 갖춘 곳도 없다. 불교에서 미륵불교는 대중의 불교며 미래 희망의 불교다. 그 중심지가 익산 미륵산과 금산사 등지다. 여산 나바위는 한국인 최초의 김대건 신부가 처음 한국 땅을 밟은 천주교 성지다. 천호성지와 치명자산 등 전북은 천주교의 중심성지가 산재해 있다. 동학은 경주에서 일어났지만 고부에서 동학농민혁명으로 꽃을 피웠다. 동학이 한국근대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고부는 강증산이 태어나 득도한 곳이기도 하다. 원불교는 영광에서 비롯되었지만 익산에 터전을 잡았으며 변산과 만덕산에 성지를 갖고 있다. 이처럼 종교 성지가 많은 곳이 전국 어느 땅에 또 있는가. 최근 전주 모악산은 세계 명상인들이 꼽은 세계 최고의 명당이라고 한다. 21세기 인류문명의 코드가운데 생태사회와 영성문화는 그 중심에 있다. 전북은 자연환경적으로나 인문사회적 조건으로 최고의 숨은 보물을 가지고 있는 셈이다. 눈앞의 이익에 현혹되지 말고 돈보다 사람이 살만한 곳, 사람이 쉴 만한 땅을 만들면 그 가운데 전북의 미래가 있지 않을까? 이런 가슴 아픈 이야기를 누가 들어줄까? /김경일(원불교 중앙중도훈련원 교무)

  • 지역일반
  • 전북일보
  • 2007.03.29 23:02

[시론] 학력신장 소홀해선 안된다 - 임경탁

21일자 이재경 전북도교육청 장학관이 쓴 ‘인성교육 없이는 학력신장도 불가능’ 이란 주제의 시론을 잘 읽어보았다. 전체적으로 사교육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우리 사회의 폐단과 공교육의 강화를 부르짖는 그의 주창에 대해 크게 공감하는 바이다. 사교육비에 대한 부담은 단순한 가정 차원을 뛰어넘어 국가적으로도 위기라 할 만하다. 최근 한 통계에서는 학부모들이 부담하는 사교육비가 이의 경감을 내건 교육부 정책을 비웃기라도 하듯 지난 2000년 10조원대에서 불과 5~6년 사이에 20조원대로 껑충 뛰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런 살인적인 가계지출에 학부모의 허리가 과연 온전할 리가 있겠는가. 사교육 망국론이 더 이상 고개를 들기 전에 반드시 잡아야 할 시대적 숙제임에 틀림없다. 그렇다면 대안은 무엇인가. 이 장학관이 제시한 것처럼 공교육의 강화다. 여기에는 교육에 대해 전문가든 비전문가든, 학부모든 학생이든 누구도 부인을 못한다. 이장학관의 말처럼 인성교육과 학력신장은 두 마리의 토끼가 아니라 한 마리 토끼요, 어느 쪽도 소홀히 할 수 없는 하나의 유기체적 인격체다 그런데 문제는 이장학관의 시각이다. 그는 ‘학력신장은 인성교육의 토대없이는 불가능하다’ 고 단정짓고 있다. 학부모들이 목타게 요구하고 있는 자녀들의 학력신장, 오죽하면 가정살림 휘청대면서까지 사설학원에 자녀를 맡기는 학력을 학교의 인성교육에서 그 해답을 찾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자세는 비단 그 뿐만 아니라 전북도 교육당국의 운영 방침이 인성교육에 대한 지나친 강조에 있다는 점이다. . 과연 인성교육은 무엇이고, 학력신장은 왜 해야만 하는가. 학생 개개인들에 건전한 인생관을 심어주고, 원만한 사회생활을 하고, 국가에 봉사하고... 등등이 인성교육의 본질이지 않을까. 따라서 올바른 인성은 궁극적으로 인간의 목표요, 삶이며, 사회생활의 요체다. 시공간을 초월해 평생 쌓아야 할 인간의 인성 교육을 마치 공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학교 만의 책임이라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사람은 태어나서부터 부모로부터 받는 가정교육과, 매스미디어로부터 부지불식 간에 받는 사회교육, 직장과 조직생활로부터의 생활의 지혜, 최근 바람직하게 유행하고 있는 평생교육 등이 바로 그런 역할을 꾸준히 담당하고 있다 할 것이다. 한마디로 학교도 인간의 평생인성교육의 그 일부다. 다만 청소년기인만큼 영향이 클 따름이지 전부는 아니다는 인식을 가져줬으면 하는 마음이다. 공교육을 맡고 있는 학교의 역할은 이에 따라 ‘어떤 방향이어야 하나’ 명료하다. 올바른 인성을 심어주기 위해 혼신을 다해 학력을 신장시켜야 한다. 학생들이 책을 많이 읽어야 사고력을 키우고 간접경험을 살린다. 영어를 잘해야 치열한 국제사회에서 살아남고 성공한다. 수학 과학을 잘해야 컴퓨터를 활용하고, 인류 과학문명 생활에 이바지한다. 지금의 학문은 조선시대 유교같은 명분이 아니라 실생활에 그대로 적용하는 실사구시요, 진리다. 아무리 마음씨 착한들 못배운 거지가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가.대학 입학 기준도 논술, 영어, 등 실사구시 학문에 누가 더 근접해 있냐, 실력이 앞서냐를 따지는 건 당연하다. 인재들의 집합소 명문대학에서 선의의 경쟁을 벌이며 열심히 진리탐구를 해 성공한 엘리트들이 국가와 사회에도 이바지할 수 있지 않은가. 빌게이츠를 봐라. 명문대 하버드대를 다녔고 세계 최고의 부자면서 끊임없이 인류사회를 위해 기부하는 아름다운 모습을... ‘인성 우선의 공교육 정책’을 주장하는 이장학관의 말에 절대 동의할 수없다. 정 반대로 ‘인성교육은 학력신장의 토대없이는 불가능함’을 우리는 깨달아야 한다. 전북교육청은 수십년 ‘인성교육’이란 실패한 실험교육을 하루 빨리 자인하고 학생들의 학력신장 대책을 내놓기 바란다. 사교육 바람을 잠재우는 길도 여기에 담겨있다. 특히 낙후 지역의 대명사 전북이 오명을 벗어나는 길은 시급히 인재를 키우고, 그들이 지역사회를 선도하는 길이 왕도임을 밝혀둔다./임경탁(전북인재양성연구원장)

  • 지역일반
  • 전북일보
  • 2007.03.29 23:02

[딱따구리] 관행이라는 변명 이제 그만

최근들어 부쩍 자주 접하는 단어 가운데 하나가 ‘관행’이다. 우리 주변에서 상식적으로 납득이 되지 않는 일들이 버젓하게 빚어져왔는데도 문제제기가 이뤄지지 않았던 이유가, 그 관행에 기댔기 때문이다.사회적으로 문제가 불거져서야 당사자들은 이구동성으로 “관행이었는데…일이 이렇게 커질줄 몰랐다”고 변명을 늘어놓는 모습을 여러차례 지켜봤었다.다행스럽게 관행으로 덧씌워진 부조리들이 조금씩 조금씩 설자리를 잃고 있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관행이 자취를 감추지는 않았다. 이 관행이라는 이름이 여전히 통용되는 분야를 꼽으라면 교육계도 빠지지 않을 듯싶다.학교현장에서 ‘불법찬조금’을 내쫓자는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우리사회가 전반적으로 맑고 깨끗해져 가는데 일선 교육현장이 예외가 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최근에는 전교조 전북지부와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전북지부가 불법 찬조금 없애기 운동에 나서겠다고 소매를 걷어붙이고 나섰다.사정이 이런데도, 남원지역 일부 초·중학교가 지난달 졸업식 전후에 졸업생과 장학생 학부모들에게 찬조금을 거뒀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그동안의 학교 구성원들이 보여줬던 자정노력이 한순간에 원점으로 되돌아간 것같아 뒷맛이 씁쓸하다.물론 학교측도 할말이 많을 것이다. “일부 학부모가 주도한 일이고, 학교는 모르는 일”이라거나 “작은 선물이 오고가는 게 무슨 문제가 되느냐”는 불만도 있을 것이다.하지만 이제는 관행이 더이상 변명이 되지 못하는 세상이다. 혹시 자녀들이 불이익을 받을까봐 불법인줄 뻔히 알면서도 ‘울며 겨자먹기’로 찬조금을 내야하는 학부모들의 심정을 헤아렸으면 한다. 더이상 ‘자식이 볼모’가 되지 않았으면 한다.

  • 지역일반
  • 정진우
  • 2007.03.29 23:02

[그리운 사람에게 띄우는 엽서한장] 상감마마 빛나는 한글이 야금야금 영어에 쫓기옵니다.

상감마마께서 훈민정음을 반포하신지 어느덧 561년이 되었습니다. 해마다 10월 9일을 한글날로 정하여 다채로운 기념행사도 갖습니다. 어리석은 백성을 어여삐 여겨 만드신 그 한글이 있기에 저희들 단군의 자손들은 문맹을 면하고 삽니다.이 세상에는 6,500개 언어가 있고, 그 중 4백 개 언어만 기록할 문자가 있답니다. 상감마마가 아니었다면 우리도 다른 나라 문자를 사용해야 되었을지도 모릅니다. 유네스코가 1998년부터 2002년까지 문자 없이 언어만 있는 6,100개 종족들에게 어떤 문자를 가르치면 가장 좋을까 연구했더니 한글이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고 하옵니다. 이 지구상 4백여 가지 문자 가운데 제작자는 물론 제작원리 등 족보가 있는 유일한 문자가 한글이기 때문이지요. 유네스코가 1997년 10월 1일 우리 한글을 세계기록유산으로 지정한 것도, 또 해마다 세계 방방곡곡에서 문맹퇴치에 이바지한 사람을 찾아 주는 상의 이름이 ‘세종대왕상’이라는 사실도 결코 우연이 아니옵니다. 상감마마! 영국 옥스퍼드대학교 언어학대학이 합리성, 과학성, 독창성, 실용성 등의 기준에 따라 채점한 결과 세계의 4백여 문자 가운데서 한글이 1등을 차지했다는 사실도 마마의 성은이옵니다. 하오나, 소중한 우리글이 야금야금 영어에 쫓기고 있으니 이를 어찌해야 하오리까? 어서 가르침을 주시옵소서!/김학(수필가, 국제펜클럽 한국본부 부이사장)

  • 지역일반
  • 전북일보
  • 2007.03.29 23:02

[오목대] 중도(中道)통합

만약 ‘중도통합’의 지적소유권을 허용다면 7선 국회의원을 지낸 소석(素石) 이철승(85) 자유민주민족회의 대표상임의장에게 돌아가야 할 것이다. 독재 체제인 1976년, 소석이 신민당 전당대회에서 대표최고위원에 선출된 뒤 주창한 정치철학이 '중도통합론'이었으니 꼭 30년전의 일이다. 소석은 남북 대치상황에서 국가의 안보와 자유는 대립적 개념이 아닌 상호보완적인 개념이라고 생각했다. 전부 아니면 전무라는 흑백논리가 이 나라의 헌정사를 후퇴시켰다고 보고 국내정치는 서로 경쟁하되, 외교 안보문제는 초당적으로 협력해야 한다는 게 요지였다. 하지만 당시 선명성을 내세운 강력투쟁을 요구하는 사회적 분위기 때문에 그의 ‘중도통합론’은 독재정권과 야합하는 것으로 비쳐졌고, 사쿠라라는 비난을 샀다. 소석은 1988년 13대 총선에서 낙선, 8선 고지를 넘지 못하고 사실상 정계 은퇴했다. (‘20세기 전북을 빛낸 50인’· 전북일보사 刊) 시류는 변하는가. 30년전 사쿠라라는 비난에 휩싸인 중도통합론이 정계개편을 앞둔 정치의 계절에 각광받는 정치이념이 되고 있다. 중도를 표방하는 정치인들의 발언이 부쩍 늘고 있고 새 정치세력이나 신당이 추구하는 이념도 모두 중도를 주창하고 있다. 불변하는 정치이념은 없는 모양이다. 민주당은 ‘중도개혁 국민정당’이란 표현을 당 강령으로 채택했고 열린우리당에서 뛰쳐나온 세력은 아예 모임 명칭을 ‘중도개혁통합신당’으로 정했다. 손학규 전 경기지사 역시 표면에 내세운 탈당 이유가 낡은 수구와 무능한 좌파가 아닌 '중도 통합'이었다. 한나라당 예비후보마저 중도를 주창하고 나서는 마당이다. 소석의 중도통합론을 공격했던 김대중(DJ) 전 대통령마저 '통합신당 추진모임' 의원들의 예방을 받고는 “중도통합의 기치는 매우 적절하고 옳다”고 평가하고 있으니 그야말로 격세지감이다. 대선을 9개월 남겨두고 있다. 모두 중도를 표방하고 있으니 누구를 선택해야 할지 혼란스럽다. ‘껍데기 중도’도 있을 터이다. 중도를 외치는 정치인이라면 중용지도(中庸之道)의 자세를 잃지 말아야 한다. 마음을 비우고 자기분수를 알아 무리수를 쓰지 않는 게 중용의 기본이다. 한켠에선 중도를 외치고 다른 한켠으론 욕심만 잔뜩 채우고 있으니 그게 탈이다.

  • 지역일반
  • 전북일보
  • 2007.03.28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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