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우기자(교육부)
최근들어 부쩍 자주 접하는 단어 가운데 하나가 ‘관행’이다. 우리 주변에서 상식적으로 납득이 되지 않는 일들이 버젓하게 빚어져왔는데도 문제제기가 이뤄지지 않았던 이유가, 그 관행에 기댔기 때문이다.
사회적으로 문제가 불거져서야 당사자들은 이구동성으로 “관행이었는데…일이 이렇게 커질줄 몰랐다”고 변명을 늘어놓는 모습을 여러차례 지켜봤었다.
다행스럽게 관행으로 덧씌워진 부조리들이 조금씩 조금씩 설자리를 잃고 있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관행이 자취를 감추지는 않았다. 이 관행이라는 이름이 여전히 통용되는 분야를 꼽으라면 교육계도 빠지지 않을 듯싶다.
학교현장에서 ‘불법찬조금’을 내쫓자는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우리사회가 전반적으로 맑고 깨끗해져 가는데 일선 교육현장이 예외가 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최근에는 전교조 전북지부와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전북지부가 불법 찬조금 없애기 운동에 나서겠다고 소매를 걷어붙이고 나섰다.
사정이 이런데도, 남원지역 일부 초·중학교가 지난달 졸업식 전후에 졸업생과 장학생 학부모들에게 찬조금을 거뒀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그동안의 학교 구성원들이 보여줬던 자정노력이 한순간에 원점으로 되돌아간 것같아 뒷맛이 씁쓸하다.
물론 학교측도 할말이 많을 것이다. “일부 학부모가 주도한 일이고, 학교는 모르는 일”이라거나 “작은 선물이 오고가는 게 무슨 문제가 되느냐”는 불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관행이 더이상 변명이 되지 못하는 세상이다. 혹시 자녀들이 불이익을 받을까봐 불법인줄 뻔히 알면서도 ‘울며 겨자먹기’로 찬조금을 내야하는 학부모들의 심정을 헤아렸으면 한다. 더이상 ‘자식이 볼모’가 되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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