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아름다운 학교를 꿈꾸며 - 오태근
아름다운 학교의 모습을 생각해 본다. 먼저 학생의 입장에서는 좋은 친구들을 만나 우정을 쌓는 곳, 좋은 선생님의 도움을 받아가며 새로운 지식을 탐구하고, 자기의 숨은 능력과 소질을 찾아 가꾸며 기쁨을 누리는 곳이어야 한다. 선생님의 입장에서는 아는 것을 가르치는 기쁨이 넘치는 곳, 학생들이 지닌 소질과 능력을 발견하여 그들로 하여금 스스로 자기 발전을 위해 노력하도록 돕는 일에서 보람을 느끼는 곳이어야 한다. 그리하여 학생과 교사가 가고 싶은 학교, 머무르고 싶은 학교야말로 우리가 바라는 아름다운 학교의 모습이다. 오늘날 변화는 모든 분야에서 사활을 건 몸부림이 되었다. 유독 교육계만 변화가 적다고 진단을 내린 대통령의 발언은 변화에는 교육도 예외가 아니며, 그 만큼 교육애 대한 관심과 기대가 크기 때문이라고 해석하고 싶다. 학교는 교육을 위해 존재하고, 학생이 있기에 교사가 있으며, 학생은 인격 완성의 과정을 밟기 위해 학교를 선택한다. 그러므로 교육 없는 학교, 학생 없는 교사를 생각할 수 없다. 문제는 모두가 제각기 맡은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느냐에 달렸다.교사는 분명 가르치고 이끄는 일을 소명으로 삼는 사람이다. 잘 가르치기 위하여 먼저 배우고, 잘 이끌기 위하여 고민하고 궁리하는 사람이다. 그의 가장 큰 보람은 자신을 넘어서는 학생이요, 가르침이 실현되는 순간에 맛보는 기쁨이다. 그의 재산은 학생들을 통하여 얻어지는 크고 작은 성과이다. 그가 이룩하는 성과는 금전으로 계산할 수 없는 것이다. 성과에 대한 따뜻한 격려와 칭찬의 말 한 마디에 만족한다.우리 사회는 교사의 업적에 대해 퍽 인색하다. 좁은 국토, 빈약한 부존자원, 뒤떨어진 기술 등으로 저개발국의 수준을 넘어서지 못하던 우리나라를 오늘날처럼 잘 사는 나라로 탈바꿈시킬 수 있도록 만든 데 기여한 학교교육의 공로를 인정은 하면서도 그에 합당한 사회적·경제적 대우를 하는 데는 기대 수준 이하였다. 이러한 교원 경시 정책은 교사들로 하여금 갈등과 의욕 상실을 겪게 한다. 온갖 비리를 저지른 정치인·경제인활개를 치고 사는데, 자라나는 세대에게 자기의 모든 것을 바치고 있는 교사들의 의욕은 발붙일 데가 없는 서글픈 현실이다. 스승의 날이 끼인 교육주간만이라도 그 동안 교사들이 받은 스트레스를 다소나마 해소시킬 수 있는 프로그램들이 기획·실행되고, 교사도 하나의 직업인이라는 관점에서 이해해 주는 주간이 되기를 바란다. 우리 교사들도 변화하는 세계의 모습을 직시(直視)하고, 그 변화에 대응하는 자세를 가다듬어야 할 것이다. 스승의 날을 맞으면서 최근 학교운영위원회와의 갈등으로 안타깝게 명(命)을 달리한 전북 정읍남초등학교장 고 안용재 님의 명복을 교육가족의 이름으로 빈다.작금의 가슴 아픈 현실은 우리교육 현장에 투쟁보다는 타협을, 불신보다는 신뢰를, 타율보다는 자율을 정착시키며 변화하기 위해 고민하고 땀을 흘리는 교사들이 늘어갈 때 아름다운 학교 문화가 꽃필 것이라고 확신한다./오태근(전주한들초등학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