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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칼럼] 삼재풀이 의미는 유비무환 - 지광

삼재는 수재, 화재, 풍재 등 세 가지 재앙을 말한다. 우리 조상님들은 그 어떤 재앙보다도 이 세 가지 재앙을 무섭게 생각했기 때문에 정초가 되면 절에 와서 삼재풀이 기도를 지극정성으로 열심히 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데 서울 하고도 한 복판에서 국보 1호 숭례문이 엄청난 화재를 당하고 말았으니 참으로 안타깝고 안타까울 따름이다. 더 어처구니없는 것은 스스로 책임감을 통감하고 국민들에게 진심어린 용서를 빌어야 할 사람들이 책임을 회피하기 위하여 변명만 일삼고 있는 모습들이 얼마나 초라하게 우리 국민들을 실망시키고 있는지 알고나 하는지 모를 일이다. 그리고 국민들의 의식이나 생각도 사실 문제가 많은 것 같다. 어찌 화재의 책임이 방화범에게만 있고 담당 공무원들에게만 있으며 그 책임을 해당 부서로만 국한 시키려고 하고 말씨름만 하고 있는지 가슴이 답답하고 숨이 막힐 것만 같다. 우리가 무방비상태로 번번이 당하고 있는 재앙에 문제가 있다면 평소에는 위기의식이고 안보의식이고 다 잊어버리고 살다가 무슨 일이 터지기만 하면 호들갑을 떨어대는 우리 모두에게 문제가 있고 책임이 있다는 사실을 가슴 속 깊이 사무치도록 깨달았으면 한다. 화재나 수재나 풍재가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도둑에게는 도둑이 가져간 것만 잃어버리지만 화재가 나면 모든 것을 다 잃어버리게 된다는 사실을 우리 국민들이 왜 그토록 모르고 있는지 한번쯤 문제점에 대하여 국민적 지혜를 모아볼 일이다. 평소에 국민 모두가 위기 대처능력을 갖도록 열심히 개도하여야 할 것이며 실행 능력까지도 갖출 수 있도록 익숙해질 때까지 마치 수행자처럼 거듭거듭 교육시키는 일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여야 할 것 같다더욱이 이번 화재가 방화라고 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고 보니 우리 국민들의 공허한 정신 상태가 얼마나 심각한지 재진단하여야 할 것이며 물질만능의 허구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고 용서하며 포용하는 따뜻한 국민정신을 다시금 회복할 수 있도록 정신문화 순화와 국민의식 개도에 집중적인 관심을 쏟아야 하겠다. 혹시 우리들 주변에 피해망상이나 패배감에 시달리고 있는 사람은 없는지 살펴보는 여유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 만약 그런 사람이 있다면 외면하거나 소외시키지 말고 더욱 더 따뜻하게 감싸주고 격려해주면서 치유해 주고자 하는 정이 넘치는 따뜻한 세상, 흉금을 털어놓을 수 있는 정의로운 사회가 될 수 있도록 하는 일에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이 세상이 가진 자만의 세상이 되어서도 안 되겠지만 부정적인 사고가 만연하고 불평불만이나 늘어놓으면서 모든 화풀이를 이웃들에게 하려고 하는 어리석은 국민들이 없도록 하는 일에 온갖 노력을 다 기울여주는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진정한 정치, 군자의 정치를 꿈꾸어 볼 수 있는 미래사회가 열렸으면 한다.모두가 안심하고 열심히 생업에 종사하며 살아갈 수 있는 평화로운 세상이 되어야 할 것이며 어리석은 자신으로 말미암아 혹시라도 상처받는 사람이 없도록 배려하는 삶을 살아가는 넉넉한 국민정신을 갖추어야 할 것이다.물로부터, 불로부터 혹은 바람으로부터 어떠한 재앙도 당하지 않고 행복하게 살아보고자 부처님 전에 혹은 신중님 전에 머리 조아려 기도하면서 그동안의 잘못들은 지심으로 참회하고 건강하고 부지런한 내일의 삶을 부처님 전에 다짐하고 서원하는 삼재풀이의 진정한 의미는 유비무환의 깊은 뜻이 담겨져 있음을 오늘 새삼스럽게 생각해본다./지광(숭림사 주지·익산사암연합회장)

  • 지역일반
  • 전북일보
  • 2008.02.14 23:02

익산시, 살기 좋은 마을가꾸기 사업 공모

익산시는 주민들의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통해 마을환경을 개선키 위해 ‘참 살기 좋은 마을가꾸기 사업’ 참여 2개 마을에 대한 공모에 들어갔다.오는 29일까지 공모를 실시하는 참 살기 좋은 마을가꾸기 사업은 마을 주민들이 직접 참여해 특성 있고 살기 좋은 마을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선정된 2개 마을에게는 각각 1,500만원씩 지원금 혜택이 부여된다.사업내용은 소규모 쉼터 및 문화 공간 조성, 꽃밭, 소하천 가꾸기, 담장벽화장식, 담장 허물기 등 마을장식, 마을공원, 쌈지공원, 놀이터 가꾸기, 기타 기존의 마을가꾸기와 연계한 지속사업 등 주민들의 창의적 아이디어가 담겨진 마을 환경 개선사업이면 가능하다.참여 희망마을은 세부사업계획을 구체적으로 작성하고 주민 10인 이상의 서명이 있어야 한다. 시는 참 좋은 마을가꾸기 사업 선정위원회를 구성하고 제출된 마을가꾸기 계획서에 의해 현장방문 후 선정위원회의 회의를 거쳐 오는 3월 말까지 대상사업마을 확정 선정할 계획이다. 한편 지난해에는 함라면 진목마을의 ‘소하천 가꾸기 사업’과 성당면 성당마을의 ‘강변 따라 고란초와 함께 하는 마을산책로 조성’이 참 살기좋은 마을 가꾸기 사업 대상자로 선정된바 있다.

  • 지역일반
  • 엄철호
  • 2008.02.13 23:02

전주실업자종합지원센터서 실업·빈곤 해결방안 포럼

실업과 빈곤, 사회양극화 등 심화되는 사회문제에 대해 자활, 실업자지원 등 사회복지분야와 시민단체, 학계 활동가들이 ‘빈곤포럼’이라는 이름으로 한 자리에 모인다.전주대 윤찬영 교수, 전주일꾼쉼터 김정원 대표, 전북지역농업연구원 황영모 정책기획실장, 사회적기업지원을위한전북네트워크 서성원 간사 등 15명은 오는 14일 오후 7시 전주실업자종합지원센터 회의실에서 빈곤포럼을 연다.빈곤포럼은 그간 실업과 빈곤의 문제는 중앙정부 차원에서 논의될 뿐 지역의 의제를 만들어내는 노력은 부족했다는 판단 아래 지역 활동가들이 모여 지역의 문제를 논의하고 대안과 정책을 만들어가자는 의도에서 지난해 4월 처음 시작됐다.매달 한 차례 주제를 정해 학습을 하고 지역현안에 대한 논의를 하는 빈곤포럼은 올해에는 ‘신자유주의에 대한 탐구’를 주제로 2월부터 11월까지 10차례 진행될 예정이다.이들이 작성한 학습 커리큘럼은 2~3월 시장은 정말 우리를 행복하게 하는가(이정전), 4~5월 신자유주의 간략한 역사(데이빗 하비), 6~7월 신자유주의와 인간성 파괴(리처드 세넷), 8~9월 제3의 길과 신자유주의(김수행), 10~11월 불평등의 패러독스(김만권)이다. 이외에 다양한 참고서적을 준비하고 있다.서성원 간사는 “빈곤포럼은 현장 활동가들의 학습욕구를 채운다는 것 외에 빈곤과 실업에 대한 지역의 현안과 의제를 발굴하고 각계에서 활동하고 있는 이들 사이의 네트워크를 구축한다는 의미도 있다”며 “빈곤과 실업 극복, 또 이에 대한 학습욕구가 있는 이라면 누구든지 참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 지역일반
  • 임상훈
  • 2008.02.13 23:02

[그래픽으로 보는 오늘의 뉴스] '숭례문 방화' 발화지점은 2층 바닥

'지붕이냐' '바닥이냐'를 놓고 빚어진 숭례문 화재의 발화지점 논란이 2층 누각의 마룻바닥으로 가닥이 잡히고 있다. 숭례문 방화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은 12일 "피의자는 숭례문 2층 누각으로 올라가 1.5ℓ페트병에 든 시너를 바닥에 뿌리고 일회용 라이터로 불을 붙였다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방화 피의자 채모(70)씨의 진술에 따라 처음 불이 난 지점이 2층 지붕이라는 주장은 설득력을 잃게 됐다. 바닥에서부터 불이 붙은 것이라면 화재 초기부터 불길이 확 올라오지 않고 연기만 무성했던 이유는 뭘까. 이에 대해 노삼규 광운대 건축학과 교수는 "시너는 휘발성이 강하고 열량이 높기 때문에 불이 붙으면 파란 불꽃을 내며 바로 전소한다. 어두울 때 멀리서 본다면 일반인들이 파란 불꽃을 인지하지 못했을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소방 관계자도 "불을 지르더라도 완전 연소가 되면 연기가 없이 불길이 치솟아오르지만 불완전 연소가 되면 연기가 많이 나게 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채씨는 경찰에서 "마루에 (시너를) 뿌리고 불을 붙였더니 아주 잘 탔다"며 바닥에서부터 불길이 인 것이 사실이라고 진술했다. 기와 안쪽의 '적심' 부위에 불이 붙어 진화가 어려웠던 데 대해서는 방화범이 곧바로 적심에 불을 붙였기 때문이라기보다는 바닥에서 난 불이 기둥을 타고 올라갔기 때문인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소방 관계자는 "적심이란 기와와 서까래 사이에 있는 굉장히 두꺼운 부분이다. 그 속에 불이 들어가면 진화가 어렵지만 밖으로 노출돼 있는 부분이 아니라 이 곳에 직접 불을 붙일 수는 없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노 교수는 "적심에 불이 붙는다는 것은 불이 바로 적심에 닿았거나 기둥을 타고 올라가는 경우 중에 하나다. 불이 기둥을 타고 올라갔다면 적심까지 충분히 닿을 수 있다"라며 바닥에 지른 불이 위로 번져 지붕 안쪽을 태웠을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노 교수는 "시너에 불이 붙으면 연기가 나지 않는다. 화재 초기 연기가 많이 났다고 하는데 이 경우라면 시너 외에도 다른 인화물질이 있었을 것"이라며 또다른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했다.

  • 지역일반
  • 연합
  • 2008.02.13 23:02

[딱따구리] 이상한 대형마트 - 박영민

“김제 백구에서 생산된 포도가 전주 등 도내 도매시장이 아닌 광주의 도매시장을 통해 대형마트에 납품된 뒤 도민들에게 판매된다는 것은 납득할 수 없습니다. 편리함만을 추구하는 대형마트들의 물건 납품방식의 변화가 필요합니다.”12일 오전 전주시 서신동 대한주부클럽연합회 전주·전북지회 소비자정보센터 2층 회의실에서는 지난해 동네 구멍가게와 대형마트의 상생의 방법 모색을 위해 출범한 유통업상생발전협의회의 2008년 첫 회의가 열렸다.회의에서는 지난해 수차례 협의회 회의를 통해 건의됐지만 이행되지 않은 부분에 대한 참석자들의 성토가 이어졌다. 특히 대형마트의 농산물 판매와 관련한 참석자들의 목소리는 극에 달한 것처럼 보였다.그도 그럴 것이 도내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이 도내 농산물 도매시장이 아닌 다른 지역의 도매시장을 통해 유통된다는 것은 현장에 있었던 기자도 납득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또 최근 모 유통업체가 그동안 광주의 도매시장을 통해 납품받던 청과물을 도내 청과물 도매업체를 통해 납품받기로 결정한 것과도 너무 대조를 이루기 때문이다. 이 업체는 왜 다른 대형마트들과 달리 도내 업체를 선택했을까. 기존 업체와 계속거래를 진행하면 편리하다는 것을 몰라서 일까. 아닐 것이다. 도내업체를 통해 공급받는 물건이 다른 지역에서 받는 물건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어서 일 것이다.농산물 등은 현지에서의 생산가격에 운반비 등이 포함돼 소매가격이 결정된다. 하지만 도내 농산물이 다른 지역을 거쳐 다시 도내로 들어오면 소비자들은 오히려 비싼 가격에 물건을 구입해야 할 것이다. 소비자들에게는 저렴하게 질 좋은 물건을 납품하고, 도내 생산농가에게는 다양한 판로 제공을 위해서라도 대형마트들의 현재의 물건 납품 방식은 변화해야 한다. 그래야만 진정으로 대형마트들과 도내 업체들의 상생이 이뤄질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 지역일반
  • 박영민
  • 2008.02.13 23:02

[이경한 교수의 미국교육 현장일기] 美 대선 교육공약, 보수-진보간 입장차

미국 대통령 선출을 위한 민주당과 공화당의 대통령 후보 선거가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특히 민주당의 대통령 후보 선거가 더욱 관심을 갖는 이유는 최초의 여성 대통령 혹은 흑인 대통령 후보의 선출이란 관심사가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상대적으로 권력의 소외층이라고 볼 수 있는 여성과 흑인이 첨예하게 맞서고 있고, 이들이 미국사를 다시 쓸 수 있을까 하는 기대감과 두려움이 함께 작용하고 있는 듯하다. 미국의 22개 주가 동시에 투표를 하는 수퍼 화요일의 투표에서도 여전히 민주당은 두 후보간의 혼전 양상을 보이고 있으며, 공화당은 매케인 후보가 사실상 대통령 후보로 결정되었다. 공화당과 민주당의 대통령 후보들이 다양한 교육공약을 제시하고 있지만, 이 중에서 그 차이를 보이고 있는 교육 공약을 중심으로 후보 선거에 관심을 가져보고자 한다. 공화당의 매케인 후보는 경쟁이 공립학교를 개선하는데 영향을 줄 수 있어서 학부모들이 자녀교육을 위해서 보다 좋은 학교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또 다른 공화당 후보인 롬니는 이민 자녀들의 영어몰입교육을 지지하고 수학과 과학과목의 이수시간을 높여야 함을, 그리고 허커비는 미국의 미래 경제는 창의적 세대에 달려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반면 민주당의 오바마 후보는 일하는 부모들의 짐을 덜어주기 위하여 0세-5세를 위한 양질의 교육정책을 펼칠 필요가 있고, 클린턴 후보는 저소득층과 영어의 유창성이 떨어지는 가족들의 자녀들을 무료로 취학시키도록 하고, 이를 위해서 주정부는 저소득층 부모가 자녀의 취학 장소를 선택할 수 있도록 지역사회의 유치원과 연계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두 정당의 교육정책을 살펴보면, 공화당은 학부모의 선택권과 경쟁을 통한 성장을 강조하며 주요 과목인 수학과 과학교육의 강화를 주장하고 있다. 즉, 이들은 국가 경쟁력을 위한 수월성교육에 보다 비중을 둔 교육정책을 지향하고 있다. 반면에 민주당은 부모가 교육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는 시기인 영유아기 교육을 강조하면서 이를 위한 교육시설 지원 등을 약속하고 있다. 다시 말하여 소외 계층의 교육적 배려에 보다 비중을 둔 교육복지정책을 중심으로 한 형평성 교육을 강조하고 있다. 이들의 교육공약에서 교육에 대한 보수와 진보간의 상대적인 입장차이가 존재함을 새삼 확인해볼 수 있다. 교육의 정책에는 크게 수월성과 형평성 지향 정책이 존재한다. 수월성 교육정책은 교육에서의 자유경쟁을 통한 자유로운 자기개발을 중시한다. 그러나 사회적 약자인 차상위 계층보다는 교육의 물적 토대가 튼튼한 상위 계층이 상대적으로 유리할 수 있다. 반면에 형평성 교육정책은 다양한 사회계층의 교육복리 증진에 힘써 교육적 소외현상의 방지에 보다 중점을 둔다. 그러나 이 정책은 교육 투자의 효과가 더디게 나타나서 정책입안자들의 인내를 요한다. 교육에서의 이 둘의 지향은 어느 하나를 취할 것인가의 문제가 아니라 얼마나 조화롭게 추진할 것인가의 문제이다. 이 두 입장에서 어느 쪽에 보다 무게를 두고서 국가 교육정책을 펼칠지를 제시하는 사람은 후보들이다. 그러나 그 선택은 국민의 몫이다. 올해가 가기 전에 미국 국민들이 어떤 선택을 할지가 벌써 궁금하다./이경한(전주교대·美 메릴랜드대 연구교수)

  • 지역일반
  • 전북일보
  • 2008.02.13 23:02

그 사람, 곰같이 좋은 사람...떠나간 소설가 오찬식을 그리며 - 윤영근

오찬식을 좋아하는 몇몇 우리 친구들은 그를 곰이라고 불렀다. 쓸개가 있는 사람인지 없는 사람인지 그저 목젖이 짜릿한 소주 한잔이면 세상도 사람도 웃음으로 용서하는 폭넓은 사람이었다. 가슴 깊은 곳에 항상 눈물이 고여 있으면서도 노상 만면에 웃음을 지울 줄 모르는 바보스런 사람이었다. 오찬식과 나는 같은 남원사람이었지만 전에는 서로 몰랐고 1958년 7월 장마로 후덥지근하던 어느 날 명동에 있는 「돌채」라는 다방에서 처음 만나게 되었다. 「돌채」다방은 그 유명한 시인 공초 오상순 선생님의 문하생들의 둥지였으며, 글쟁이들이 성시를 이루는 곳이었다. 그날 그 다방에서 유난히 전라북도 사투리로 다방 안을 시끄럽게 왜장을 치는 두 사람이 눈에 띄었다. 한 사람은 스틱을 집고 한 다리를 절고 있었고, 한 사람은 어미 곰처럼 덩치가 큰 사람이었다. 두 사람에게서 진동하는 술 냄새는 속을 미식거리게 했지만 그들의 행동거지가 얄밉지 않아 모두들 웃음으로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그 스틱의 주인공은 세수를 다 채우지 못하고 요절한 당시대 문단에 이름을 날리던 전북출신 작가 신석상 선생이었고, 곰같은 덩치는 오찬식이었다. 그날 서로 연배가 비슷한 우리는 충무로3가 후진 부뚜막 선술집에서 탁배기를 거나하게 마시고 외국어 대학 뒷산너머 석관동 오찬식 자취방으로 몰려갔다. 그의 자취방에는 준비된 예비문인답게 원고지며 문예지로 발 뻗을 틈이 없을 정도였다. 세 사람이 겨우 연탄 구들장에 등을 대고 자는 둥 마는 둥 아침에 일어나 열린 문으로 밖을 보니 오찬식은 주인집 부엌 앞에서 주인아줌마에게 뭐시라고 뭐시라고 통사정을 하고 있었다. 아침밥을 지을 쌀이 없었던 것이다. 눈치를 챈 신석상형과 나는 얼른 자리를 털고 일어나 오찬식을 데리고 석관동 버스종점 국수집으로 갔다. 이것을 인연으로 나와 오찬식은 나의 하숙비로 둘이 3년 동안 자취생활을 하였다. 1959년 그는 자유문학지에 등단이 되었다. 등단 이후에도 글 쓰고 술 마시고 친구 좋아하는 그의 낭만적인 삶은 변함이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오찬식이 돌연이 어디로 사라져버려서 그 행적을 알 수가 없었다. 나도 학교를 졸업하고 군에 입대를 했다. 그런데 어느 날 군부대 구내식당에서 오찬식을 만나게 되었다. 서로 손을 잡고 사나이들의 뜨거운 눈물을 흘리면서 묘한 서로의 인연에 감사했다. 군대를 제대하고 또 서울에서 만났다. 역시 오찬식은 동가식서가숙의 유랑객이었다. 그냥 내가 근무하는 병원 숙직실에서 밥을 끓여 먹어가며 또 동거를 하게 되었다. 오찬식과 나는 전생에 무슨 인연이 있는 사람인지도 모르겠다. 이제 그는 영원히 내 곁에서 멀어져 갔다. 그가 평생에 눈물을 속으로 삭였듯이 나도 그의 영전에 눈물을 보이지는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는 저승에서 또 만날 것이기 때문이다. 그때 뜨거운 눈물을 흘릴 것이다. 명복을 빈다./윤영근(소설가·남원예총회장)

  • 지역일반
  • 전북일보
  • 2008.02.13 23:02

[오목대] 토정비결(土亭秘訣)

지난 1월 한달동안 누리꾼들이 포털사이트가 제공하는 운세서비스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코리안 클릭에 따르면 지난 1월 주요 포털사이트인 네이버와 다음 네이트 야후의 운세서비스 방문자수가 290만명에 달했다는 것.페이지뷰로는 네이버가 1천230만건,다음 300만건 등으로 누리꾼들이 운세사이트를 조회한 횟수가 2천60만건에 달했다.업계는 새해 초 국내 네티즌들이 토정비결 등에 관심이 높았던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새해가 되면 누구나 관심을 갖는 토정비결.믿든 말든 한해 자신의 운수를 점쳐보면서 새해를 계획해 보는 것이 언제부턴가 우리의 풍습으로 굳어졌다.토정비결은 조선 선조 때 토정이지함이 지은 도참서다.이 책은 주역의 이치를 응용하여 한해의 운수를 알기 쉬게 풀이해 놓았다.그러나 토정비결은 주역을 바탕으로 하면서도 주역과는 다른 방식을 취하고 있다.주역의 괘는 64괘인데 토정비결에는 48개의 괘만 사용하고 있다.괘를 짓는 방법도 달라서 이른바 사주 가운데 시를 뺀 연,월,일,만 사용했다.이는 당시 시간을 정확하게 알지 못했기 때문에 백성들의 편의를 십분 고려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또 점괘의 총수도 주역과 다르다.주역에는 424개의 괘가 있으나 토정비결은 총 144개의 괘 뿐이다.주역에 비해 훨씬 간편하다.토정비결은 열두 달의 운수를 4언시구로 적어 놓았다.총 6480구로 구성되었다.예를들어 관재수가 있으니 혀끝을 조심하라는 식이다.항목마다 길흉이 적절한 비율로 배합돼 있어 낙관도 실망도 하기 어렵다.한마디로 토정비결은 절망에 빠진 사람에게 희망을 넣어주며 모든 일에 정성을 다하도록 이끄는 힘이 있다.그런 점에서 토정비결은 일반 민중들에게 삶의 활력을 불어 넣기 위해 저술된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토정은 평생 물욕을 멀리하며 베푸는 삶을 실천했다.아산 현감 재직시에는 걸인청을 세워 구호사업을 펼치기도 했다.그의 청렴한 생활을 미루어 보면 토정비결의 저작 동기와 성격이 짐작간다.파스칼은 인간은 동물과 달라 보랏빛 꿈과 기대속에 살아가기 때문에 자칫 미신에 빠지기 쉽다고 했다.희망을 갖는건 좋지만 노력도 하지 않고 요행수만 바라면 아무 것도 얻을 수 없다.포털 운세서비스 충동적 이용은 금물이다.

  • 지역일반
  • 전북일보
  • 2008.02.13 23:02

[세상만사] 강현욱, 김완주 그리고 송하진 - 조상진

지금은 신구(新舊) 권력의 교체기다. 이제 열흘 남짓 지나면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고 노무현 정부는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지게 될 것이다. 취임에 앞서 대통령직 인수위가 설익은 정책을 잇달아 내놓았다. 이로 인해 이 당선자의 지지율이 하향세라고 한다. 당선자측 자체조사 결과 최고치에서 10%포인트 빠져 60%대라는 것이다. 벌써 이명박 브랜드의 신선감이 떨어지고, 피로 현상마저 보이고 있다는 진단도 나왔다.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정부가 출범초 90%를 넘는 지지율을 보인 것과 대조적이다.이 과정에서 눈길을 끄는 것중 하나가 신구 권력의 갈등 양상이다. 대표적인 게 정부조직 개편안이다. 노 대통령은 정부 부처를 대폭 줄인 인수위 안에 대해 “참여정부의 철학과 가치를 허무는 것”이라면서 강한 반감을 드러냈다. “나가는 사람 등 뒤에 구정물을 뒤집어 씌우거나 소금을 뿌리지 말라”는 경고까지 덧붙였다. 거부권 행사의 뜻도 분명히 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이나 인수위측에서는 ‘몽니 부리지 말라’ ‘대한민국 역사를 10년 뒤로 후퇴시킨 역사의 죄인’이라는 비난을 퍼부었다. 분위기가 험악해지자 이 당선인이 나서 참여정부에 협조를 요청하면서 진정세에 들어섰다. 통일부 존치 등 타협안도 내놓았다. 이같은 갈등은 권력 이동기에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10년만에 진보에서 보수로 이동하기 때문에 더욱 그럴 것이다.이를 지방권력에 대입해 보면 어떨까.2006년 5·31 지방선거 과정에서 강현욱 지사와 김완주 전주 시장은 꽤 불편한 관계였다. 지사 자리를 놓고 서로 한치의 양보도 없었다. 선거 1년 전부터 김 시장은 전북도가 전주시정에 발목을 잡는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결국 강 지사가 석연치 않은 이유로 불출마를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그리고 대단히 서운해 하는 가운데 도정의 수장이 김완주 지사로 교체되었다. 서먹한 관계는 1년 이상 지속되었다. 중간에 사람을 넣어 ‘골프회동’을 갖기도 했지만 쉽사리 해소되지 않았다. 이후 인간적 만남을 통해 앙금이 일부 풀렸다는 말이 나돌았다. 그런 와중에 정권이 바뀌고, 강 전지사가 이명박 정부의 인수위 새만금 TF팀장으로 발탁되었다. 위상이 오히려 역전된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왔다.이러한 양상은 2008년 현재 김 지사와 송하진 전주시장 사이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전주시 주변에선 김 지사가 전주시의 주요사업에 번번이 브레이크를 건다고 불만이다. 전라감영 복원에 대한 반대가 대표적인 예다. 이에 앞서 영상위원회나 콜센터 유치 등 부딪치는 사업이 한 두가지가 아니었다. 송 시장이 김 지사의 시장 재임시 역점사업이었던 경전철 사업을 취소한데 대한 보복조치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나아가 김 지사의 측근들이 송 시장을 잠재적 경쟁자(?)로 생각하는 것 아니냐는 말도 들린다. 반면 김 지사측에선 아직 깜도 되지 않는데 무슨 소리냐고 항변할지 모르겠다.권력을 놓고 벌이는 파워게임은 자연스런 현상이다.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하지만 이를 지켜보는 국민이나 도민들은 불안하다. 상대방에 대한 배려가 아쉽다. 다른 사람을 위한 배려는 바로 나 자신을 위한 배려라 하지 않던가./조상진(본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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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08.02.13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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