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시민문화회관, 시민 품으로 돌아왔다
시민들의 삶의 질 향상과 예술문화 활동을 지원해온 군산시민문화회관이 11년 만에 시민품으로 돌아왔다. 시는 지난 6일 군산시민문화회관의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개관행사를 진행했다. 1989년에 건립된 시민문화회관은 2013년 군산예술의전당 개관에 따라 운영이 중단된 바 있다. 그러다 지난 2019년 12월 국토교통부 도시재생인정사업에 선정되면서 마침내 새 활로를 찾게 됐다. 이곳은 앞으로 ‘군산회관’ 으로 명칭이 바뀌게 된다. ◇군산의 자부심 시민문화회관 나운동에 위치한 시민문화회관은 시민과 예술가들에게 있어 한때 정신적인 ‘예향’이자 자부심 역할을 해왔다. 여기에는 이곳을 건축한 故김중업 건축가의 유명세도 한몫했다. 시민문화회관의 건축 설계를 맡은 김중업 건축가는 한국을 대표하는 1세대 건축가이자 20세기 ‘세계 3대 건축가’ 가운데 한 명인 ‘르코르뷔지에’의 수제자로 현대건축의 초석을 다진 인물이다. 그러나 그는 완공을 보지 못한 채 안타깝게 타계했다. 특히 시민문화회관이 건축학적·역사적 가치를 지니고 있는 시설물인 만큼 이번 개관이 더욱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그 동안 시민문화회관은 동네 문화사랑방으로, 여가시설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공연이 있는 날이면 객석은 늘 붐볐고, 사람들의 활기찬 웃음소리는 시민문화회관 주변으로 울려 퍼졌다. 그러나 역사적인 문화공간으로서의 시민문화회관도 세월은 이기지 못했다. 시설이 점차 노후되면서 사람들의 외면을 받기 시작했고 결국 2013년 지곡동 예술의전당이 들어서면서 시민문화회관은 운영을 중단한 채 긴 휴식기에 들어갔다. ◇방치된 시민문화회관, 화려한 부활 운영이 중단 된 후 시민문화회관에 대한 매각과 활용 방안에 대한 여러 의견 등이 제시됐지만 뚜렷한 해법은 찾지 못했다. 시는 여러 차례 매각을 시도했으나 번번이 무산됐다. 표류하던 시민문화회관은 국토교통부 도시재생인정사업을 통해 부활의 기회를 잡았다. 이후 시민문화회관은 3차례의 사회실험을 거쳐 전국 최초 민관협력형 도시재생방식을 적용해 사업이 추진됐다. 시가 관리감독 및 소유권을 갖고, 심사 평가를 통해 민관협력형 운영자로 선정된 ‘㈜커넥트군산(이전 거인의 친구들)’이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형태로 운영된다. 이곳 시설이 본격 운영되면서 기능 이전 후 방치된 건물의 역사적 문화적 가치 재조명은 물론 대학‧민간‧공공이 함께 참여하는 소통거점시설 조성을 통한 문화 인프라 제공 및 침체된 지역 활력을 도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복합문화공간으로 재탄생 도시재생인정사업 선정된 시는 총 98억 8000만 원을 들여 리모델링 사업을 통해 내부 공사와 함께 담장 등 외부환경개선 공사를 마쳤다. 예전 시민문화회관은 문화‧집회 시설에 불과했다면 새 단장을 마친 시민문화회관은 복합문화공간 기능을 강화했다. 이곳 지상 1층에는 시민홀(전시장)과 세미나실‧로컬샵 등이, 2층에는 로비와 카페‧메인홀(공연장)이 각각 들어섰다. 또한 3층은 코워킹스페이스(커뮤니티 형태의 일반음식점), 4층은 티하우스(라운지바)와 전망대가 조성됐다. 특히 문화공원길 및 내‧외부 엘리베이터 설치를 통한 접근성을 높였을 뿐 아니라 문화공원길의 경우 미디어아트 및 사운드아트 등을 구현했다. 이곳은 본격 개관에 앞선 지난 6월부터 크고 작은 행사를 열며 시민들에게 달라진 모습을 조금씩 보여왔다. 대표적인 사업으로는 △4개 팀의 작가가 관찰한 군산의 인상을 ‘패턴’으로 시각화한 ‘군산, 패턴’ 프로젝트 △군산의 지리적 특징과 문화를 담은 ‘지도’ 전시 △군산의 자연과 도시 풍경을 기록한 사진전 △군산 출신 예술가들이 조명하는‘창작자의 도시, 군산’ 영상 △소통협력센터 군산이 발간한 로컬 콘텐츠 발간물 등이다. 여기에 시민들이 회관에 익숙해질 수 있도록 다양한 체험행사도 진행했다. 지난 10월 25일과 26일에는 시민문화회관의 현재 모습을 담은 종이 모형키트를 조립해보는 워크숍이 열렸고, 해설사와 함께 군산회관 곳곳을 거닐며 공간을 탐색하는 투어 프로그램도 제공해 새로운 회관의 이모저모를 알리기도 했다. ◇시민들 삶의 향상에 앞장 시민문화회관을 통해 ‘군산의’ 색깔을 가장 잘 드러낸 행사는 ‘군산 북페어’였다. 군산에 있는 동네책방 13곳의 연합체인 군산책문화발전소가 조직과 운영을 맡은 북페어는 근대유산의 여행지 군산을 책과 사람, 군산만의 이야기가 살아 숨 쉬는 축제로 만들었다. 무엇보다 시는 지원만 하고 지역 서점들이 주도권을 잡아 행사를 기획운영한 것도 성공의 열쇠였다. 덕분에 군산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작가들을 만나는 강연회와 10년 이상 군산에서 ‘동네 책방’을 이끌어온 국내 및 일본 서점 대표들의 만남 등의 특별한 행사가 이뤄졌다. 문학계의 원로인 ‘황석영’ 소설가와 MZ세대 발랄한 소설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책을 매개로 소통하는 문화의 장, 그 무대는 바로 새로 문을 열게 된 시민문화회관이었다. 현재 시민문화회관은 음악을 주제로 한 ‘사운드 짐나지움–군산, 옛날 노래’를 오는 22일까지 진행하고 있다. 너른홀에서 진행되고 있는 사운드 짐나지움은 ‘청취가를 위한 체조장’이라는 뜻을 담고 있으며, 군산의 지역적 특색이 담긴 깊이 있는 음악 청취의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이와함께 군산시와 군산회관의 과거와 현재를 주제로 다채로운 음악 감상뿐 아니라 영화 상영과 라이브 공연, 공간 투어도 함께 열린다. 군산을 배경으로한 영화도 상영됐다. 먼저 14일에는 한혜진, 안재훈 감독의 애니메이션 ‘소중한 날의 꿈’이 같은 날 오후 4시에는 장률 감독의 ‘군산: 거위를 노래하다’가 상영됐으며 15일 에는 허진호 감독의 ‘8월의 크리스마스’가 시민들에게 선보였다. 이뿐 아니라 오는 22일에는 군산에서 활동하거나 군산에서 영감을 받은 음악가 7인의 라이브 공연도 펼쳐진다. 매주 금요일과 토요일 오후 2시에 진행되는 가이드와 함께 군산회관의 공간을 둘러보는 투어 프로그램도 있다. 이번 시범운영 모든 프로그램은 무료로 참여할 수 있으며, 영화 상영과 라이브 공연, 투어는 사전 예약해야 한다. 자세한 안내는 소통협력센터군산 누리집(sotong-gusnan.com)을 방문하면 된다. 강임준 시장은 “시민문화회관이 앞으로 지역과 상생하며 지역 문화의 댜양성과 깊이를 더해줄 프로그램은 물론 많은 행사를 개최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군산시를 대표하는 문화적인 랜드마크로 시민들과 함께하는 문화공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