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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집앞 눈 안치우면 민사상 책임질 수도 - 라민섭

라민섭(전주시 교통국장)

온세상이 하얗게 뒤덮인 추운 겨울날, 행여라도 빙판길에 넘어질까 조심조심 발을 떼며 출근을 서두르다가 깔끔하게 눈이 치워져 있는 도로를 보면 나도 모르게 가슴 한 구석이 따뜻해지는 것을 느낀다.

 

그렇다면 밤새 내린 눈을 치우기 위해 이른 아침 빗자루를 들고 집 앞으로 나가 본 적은 있는가. 깨끗해진 길을 바라보며 이 곳을 기분좋게 걸어갈 내 가족과 이웃을 생각하면 절로 웃음이 지어진다.

 

새해에는 이웃 주민과 함께 반갑게 인사를 나누며 눈을 쓸어담고 아빠와 아들이 힘을 모아 눈을 치우는 아름다운 풍경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을 듯하다. 2007년부터는 내집 앞, 내점포 앞 눈은 내가 직접 치워야 하기 때문이다.

 

전주시에서는 건축물 관리자의 제설 및 제빙에 관한 조례안이 지난 20일 시의회 본회의에서 통과됨에 따라 내집 앞 눈치우기가 내년 1월부터 시행된다.

 

조례는 눈 치우기를 의무사항으로 정해 책임소재와 눈을 치워야 하는 시기 등을 규정하고 있다.

 

건물의 소유자가 건물에 살 때는 소유자에게 눈을 치워야 할 가장 큰 책임이 있고, 살지 않을 때에는 현재 건물에 머무르는 점유자 또는 관리자에게 책임이 있다.

 

주간에 눈이 내린 경우는 눈이 그친 때로부터 4시간 이내에 눈을 치워야 하며 야간에는 다음날 오전 11시까지 제설 작업을 해야 한다.

 

물론 눈치우기 조례는 벌칙규정이 없는 책임의무이기 때문에 쌓인 눈을 치우지 않았다고 해서 형사처벌이나 과태료 처분 등의 처벌은 받지 않는다. 그러나 눈치우기 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발생하는 안전사고에 대해서는 집 주인이 민사상 책임을 질 수도 있다는 사실은 반드시 염두해둬야 할 것이다.

 

이같은 눈치우기 조례를 만들게 된 것은 폭설 등으로 인해 시민들이 겪고 있는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함이다. 실제로 눈이 내리는 날에는 곳곳에서 크고 작은 교통사고와 빙판길에서 미끄러져 상해를 입는 사고 등이 발생하곤 한다.

 

내집 앞, 내점포 앞 눈치우기가 성공적으로 정착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통행안전을 위해 스스로 제설작업을 실시하는 건전한 시민정신이 필요하다.

 

차량 통행이 많은 시내 교차로와 같은 주요도로는 제설차량 등을 이용해 제설작업을 실시한다 하더라도 행정기관이 나서서 제설작업을 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이미 70여개가 넘는 자치단체가 내집앞 눈치우기 조례를 제정해 건축물 관리자의 제설책임 한계를 명확히 하고 주민들 스스로 제설작업에 나설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실제로 전국에 많은 눈이 내린 지난 17일 눈치우기가 조례된 시군의 경우 시민들이 내집, 내점포 앞 눈치우기에 적극 참여해 그동안 혼잡을 빚었던 일부 이면도로가 빠른 시간에 정상을 되찾는 등 상당한 효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물론 더욱 중요한 것은 조례 등 법규범과는 관계없이 공공의 이익을 실현하고 불특정 다수에게 예상되는 위험과 불편을 사전에 해소하려는 노력을 일상적으로 기울임으로써 이를 시민 개개인의 생활문화로 뿌리내리는 일이다.

 

내집앞 눈치우기는 우리 사회가 상대방을 배려하는 공동체로 나아가는 밑걸음이 될 것이다.

 

굳이 조례가 아니더라도 눈이 내리는 날에는 내 가족과 이웃을 생각하며 빗자루를 들고 기분좋게 집앞으로 나가보자.

 

/라민섭(전주시 교통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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