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더불어 사는 삶 - 김양일
가진자 배운자, 힘이 있는 자들이 마음을 열어야 경제가 산다. 그저 수재의연금이나 불우이웃돕기, 실업기금에 얼굴을 내미는 것으론 부족하다. 97년 IMF 이후 경제불황이 장기화 되면서 서서히 밑바닥을 드러내기 시작. 눈물과 고통의 버티기. 숨막힌 가계부채와 적자생활로 중산층은 무너지고 서민들의 생활 기반이 붕괴되고 있다. 오직 전체 국민의 10%만이 골프와 호화여행과 주식 부동산투자, 명품사재기 다 해서 웰빙시대를 즐기고 있을 뿐이다.지금 90%의 서민들과 빈곤층은 미래에 대해서도 부정적으로 판단, 미래에 대해서도 불안하고 비관적이다.이처럼 사태는 심각한데 지도층은 여전히 자기중심적이며 탐욕스럽고 부도덕한 면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지금 벌어지고 있는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과 그와 함께 놀아난 고위 경찰관료들의 인간 이하의 추악한 모습이 지금 이나라 대부분 지도층의 사고방식과 행동양식이다. 얼마전 일어난 이른바 공기업 감사들과 서울 구청장들의 집단 해외연수, 지방의회의원들 심지어 국회의원들 공무원들의 해외연수 등 꼴불견의 실상이 현재 이나라 지도자들의 면모이다. 참으로 인생철학이 없는 개탄스러운 말세 증상이다.베품과 나눔의 방정식을 풀지 않고는 남과 북처럼 또 동과 서처럼 골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10만명이 넘는 결식학생 서울시내만 3천명이 넘는 풍찬 노숙을 하는 거리의 방황자. 2백만명에 이르는 실업자. 10여만명이 몇 달째 체임에 울고 있는 현실에 우리 사회는 놀고먹고 즐기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최근 고액과외, 조기해외유학, 사치향락 등 모가 난 것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이는 가진자에 대한 적개심만 키운다. 또 더 많은 책임과 의무를 외면한 나머지 그 대상과 숫자가 증가 추세다.결국 피라미드 조직처럼 빠르게 확산되어 스스로를 위협하지 않을 수 없다고 본다. 따라서 베품과 나눔은 헐벗고 굶주린 영혼의 갈피를 맑게 씻어주고 고통과 좌절, 절망과 슬픔이 늪으로부터 구출해낼 성공적인 처방으로 여겨진다.특히 황금만능의 자본주의를 살아가는 세계를 향해 일찍이 미국 사상가 에릭 프롬은 소유냐 존재냐라는 저서를 통해 엄중 경고한 바 있다.인류의 삶의 양식이 나눔과 베품 그리고 자연의 섭리를 따르는 존재양식으로 살지 않고 약탈하고 압제하는 이기심을 채우는 소유 양식을 계속 고집한다면 결과적으로 공멸할 수 있음을 경고하고 있다.기여하는 삶, 베푸는 삶, 더불어 사는 삶은 우리가 잘 살기위해 필요한 요소다.미국을 포함한 구라파의 선진국이라는 나라를 양파 껍질 벗기듯 벗기면 많은 사람들이 평소에 포괄적으로 기여하고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또 개인이 잘 먹고 잘 사는 일에 만족하기 보다는 사회와 국가를 위해서 현신적인 삶을 살아가는 이야기는 비단 종교단체 이야기만은 아니다.다만 경제가 어려운데도 놀고먹는 사람이 많다. 또 소득은 오히려 늘어 전보다 여유있는 생활을 하고 있는 사람 또한 많다.또한 삐뚤어지고 위험한 가치관이 판을 치고 자유만 있는 책임 없는 특권층에 대한 불만이 하늘을 찌른다. 단순히 이와같은 인식의 만회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기여와 나눔은 스스로를 풍성하게 만들고 하나를 양보하면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는 경제적 이익으로의 패러다임이 가능하다. 역설적으로 빈익빈부익부 현상의 심화는 후진국 소산이기 때문이다.나는 초등학교 4학년때 6.25 전쟁을 겪었다. 어린나이에도 전쟁의 참상과 사람이 죽어가는 모습을 많이 보았다. 전쟁은 참 무서운 것이다. 살육, 기아, 빈곤 등 모두를 빼앗긴다. 잔혹한 과정이다.한나라의 지도자가 얼마나 중요한 가를 다시 생각해본다.북한의 김일성이 없었으면 6.25전쟁을 피할 수 있었는지 미국의 부시 대통령이 아닌 고어가 대통령이 되었다면 지금도 진행중인 저 잔인한 이라크 전쟁은 없었을지도 모르지 않는가. 차기 대통령 선거가 가깝게 다가오고 있다.다음 대통령은 국민에게 꿈을 심어줘야 한다. 국민들에게 희망과 자신감, 비전을 제시해주어야 한다. 그간 정체된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모든 부분에서 그 해독을 말끔히 씻어 내야 한다.이제 우리 모두 과연 누가 대통령 자격이 있고, 누가 대통령이 되어야 나라가 잘 될 것인가를 고민하고 냉정한 선택을 해야할 것이다.옛날 우리의 조상들은 집을 지을 때 항상 생각하는 것이 있다. 담장보다는 굴뚝이 높아야 한다는 철학이다. 이웃집 굴뚝에서 며칠 동안 연기가 나지 않으면 양식이 떨어진줄 알고 조금이나마 도울 수 있었기 때문이다.이미 우리는 베품과 나눔과 기여의 삶은 선진국보다 이를 더 빨리 실천해 왔다. 그 힘을 다시 힘차게 보여줄 때다./김양일(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