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지역 암환자의 희망 키운다 - 김영곤
얼마 전 언론을 통해 보도된 하나의 통계 자료를 보고 의료인의 한 사람으로서, 전북의 대표적 공공의료기관인 국립대학교 병원장으로서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었다.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한나라당 이한구 의원에게 제출한 ‘최근 3년(2003~2005)간 지방 환자의 수도권 진료현황 분석 자료’에 따르면 매년 평균 17만8,000여 명의 전북 도민들이 진료를 받기 위해 수도권으로 빠져나가고 있다고 한다. 안타까운 것은 도내 2만2,600여 명의 암 환자 가운데 무려 32.3%에 달하는 7,300여 명 또한 치료를 위해 수도권 병원을 찾고 있다는 사실이다.하지만 더욱 안타까운 현실은 이 환자들이 실제 지역별 의료의 질은 별 차이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막연한 기대 심리만을 품고 큰 병원, 큰 지역을 찾고 있다는 것이다. 암 등 중증질환의 치료를 위해 서울의 대형 병원을 찾았다가 많은 비용과 시간만을 허비하고 다시 지역으로 돌아오는 환자들을 현장에서 수도 없이 많이 봐 왔기에 안타까움이 더욱 컸다.보건복지부가 지정한 전북대학교병원 전북지역암센터는 이러한 부작용을 최소화 하자는 취지에서 오는 11월 완공을 목표로 건립되고 있다. 지역암센터의 주요 업무는 크게 암 진료, 관리, 연구사업 등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전북지역암센터는 이 세 분야에서 도민들에게 수준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암 진료부문에서는 5mm 크기의 조기 암도 검진할 수 있는 PET-CT, 무혈 뇌수술 기기인 감마나이프 등 첨단 의료기기를 잇달아 도입해 도내 암환자들에게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올 해 안에 치료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 하고, 암 병소만을 파괴하는 첨단 장비인 ‘IGRT(영상유도방사선치료기)’와 디지털유방촬영기 등 최신 장비들이 도입될 예정이다. 또한 기존의 진료과 중심의 진료체계를 위암 센터, 폐암 센터 등 질환 중심으로 개선해 암 센터를 찾는 환자들이 원스톱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암 관리사업 분야도 괄목할 만한 성과가 기대되고 있다. 국내 지역암센터 9곳 가운데 처음으로 암관리사업 지원 대상에 포함됐기 때문이다. 암은 그 어떤 질병보다 예방과 조기 검진이 중요하다는 점에서 ‘암 관리 사업’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암관리사업에는 국가암조기검진사업, 암 교육 및 홍보사업, 호스피스렝怜±邱·微桓·獰 암 등록 조사연구사업 등이 포함된다. 국가의 지원을 받음으로써 이 분야의 원활한 사업 추진이 이뤄지고 있다.전북지역암센터는 암전문연구센터를 유치함으로써 암 연구 분야에서도 앞서가고 있다. 암 전문연구센터는 ‘간담췌암 진단과 치료에 대한 새로운 전략’을 과제로 연구를 수행하고 있으며, 장기적으로 세계적인 간담췌암연구센터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전북지역암센터가 암진료?연구?관리 사업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은 결국 전북 도민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다. 도민들이 지역 내에서 암 예방, 조기검진, 치료 및 재활, 사후 관리까지 모두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 이것이 전북지역암센터의 최종 목표이다.전북지역암센터가 도민들의 삶의 질 향상이라는 애초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지역암센터의 노력과 도민-지자체-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 지역 공공의료기관이 도민들의 신뢰를 되찾고, 지방-중앙정부가 지역 공공의료기관과 지역민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을 때, 비로소 진정한 의미의 공공의료가 실현될 것이기 때문이다./김영곤(전북대학교병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