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한-미 FTA, 자동차산업 발전기회 활용 - 양균의
지금 세계경제는 무한경쟁의 시대로 나아가고 있다. 기업간의 경쟁 뿐 아니라 국가간, 시장간, 네트워크간 등 각자의 필요에 의해 전통적인 적과 동지의 틀을 넘는 다양한 협력과 경쟁이 복잡하게 얽히어 예측 불가능하게 전개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개방과 경쟁을 피하는 것은 우리를 보호할 어떠한 명분도 무기도 되지 못하며, 경쟁력을 갖지 못하면 상대방에게 먹히고 마는 약육강식의 강자의 논리를 더욱 철저하게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하겠다. 글로벌 경제하에서 개방과 경쟁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필연적으로 다가오는 ‘생존의 문제’이다. 세계는 이미 FTA의 전쟁터가 되어 가고 있다. WTO 체제의 출범으로 세계 경제는 치열한 경쟁으로 치닫고 있으며, 여기에 FTA 체결을 통한 지역 내 개방과 경쟁도 급속히 확장되는 추세다. 우리나라는 칠레, 싱가폴 등 6개국과 FTA 체결하였으며, 이는 칠레 46개국, 멕시코 43개국, 싱가폴 24개국, 태국 20개국, 중국 14개국에 비교해 볼 때 크게 뒤떨어져 있는 수준이다. 그렇다면 과연 개방과 경쟁의 수준을 한 단계 높이는 한미 FTA는 우리나라의 자동차산업에게 어떠한 위기와 기회를 가져다 줄 것인가? 우리 자동차산업이 미국에 비해 아직 기술과 품질경쟁력이 뒤떨어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고 자동차와 관련된 부품이나 소재산업도 취약하기 때문에 우리에게 분명 위기를 가져올 수도 있다고 본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 보면, 90%를 상회하는 국산부품을 장착한 우리자동차가 최근 5년간 1.6배 가까이 미국시장 점유율을 늘리고 있고 미국의 자동차 시장이 우리나라의 16배 이상이라는 현실을 감안해보면 한미 FTA는 우리 자동차산업이 한 단계 도약할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점도 부인할 수는 없을 것이다. 물론, 미국 관세는 2.5%, 한국 관세 8%로 3배 이상 높아 관세 철폐시 단기적으로 수입이 증가할 것이 염려되지만, 對美수출이 연간 70만대, 對韓수입이 연간 4천대수준으로 170배 이상 많으며, 또한 내수시장규모, 시장점유율, 부품조달 규모면에서 우리 측의 수출여건을 보면 단순히 관세의 크기만으로 득실을 예상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할 수 있겠다. 특히, 미국은 상대적으로 대형승용차의 경쟁력이, 우리는 중소형차위주의 경쟁력이 높은 점을 감안하고 고유가시대에 이러한 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미국 내 자동차업계의 노력이 진행 중임을 고려할 때 우리에게 결코 불리하지만은 않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현재 우리 자동차산업은 하이브리드, 연료전지 등 첨단 미래형자동차 기술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이 분야 선진국과의 격차는 크다고 할 수 있다. 한편, 우리 자동차산업은 완성차업계와 부품업계간에 고착되어 형성된 수직적?패쇄적 협력관계로 인해 대형화·모듈화 된 전문부품업체로 성장하지 못하고 Global sourcing에 참여하는 비율이 저조한 형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미 FTA는 새로운 변화로서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다. 이러한 변화속에서 기회를 찾고 위기에 대응하는 노력을 게을리하면 낙오자가 될 것이 불 보듯 뻔한 일이다. 따라서 대외적으로 FTA 협상에 철저히 대응하는 것은 물론이고 내부적으로 산업경쟁력을 높이는 구조선진화 노력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국내자동차의 미국시장 진출과 반대로 미국산 자동차의 국내진출 확대로 인해 경쟁이 가속화되고 미국 상용차 관세가 철폐되는 경우 국내업체의 상용부문 투자확대가 예상 된다. 한편, 부품업체의 경우에도 Global outsourcing 체계에 참여기회가 커질 수 있을 것으로 보여 진다. 이러한 영향을 고려할 때 현재 보다는 다각화된 완성차 생산구조가 형성될 전망이므로 국내 자동차 업계는 가격경쟁의 격화 및 생산구조의 다양화에 대응하기 위한 R&D 투자를 늘리고, 글로벌 아웃소싱의 참여확대를 위해 수평적 협력관계가 확대된 Open Innovation 체계로 전환을 서둘러야 한다. 공정혁신과 원가절감을 위해 부품공급망의 혁신을 유도하고, 하이브리드, 연료전지 자동차 등 첨단 기술의 R&D를 강화함과 동시에 산?학?연 공동의 R&D관련 Open Innovation의 확산으로 비용 절감 및 조속한 산업화 촉진에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한다. 또한 정부는 이를 위한 인프라 조성에 각고의 노력을 다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노력을 산·학·연·관이 합심하여 머리를 맞대어 힘껏 노력한다면 못 이룰 일이 없다고 본다. 우리 자동차산업의 세계 4강은 꿈이 아니라 현실이 될 것이다./양균의(전북대학교 TIC 소장·기계공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