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 국가차원 약물남용 방지사업 필요
며칠 동안 전라북도의 ‘NGO 외국 방문 사업’으로 전라북도 마약퇴치운동본부장과 필자를 비롯한 6명이 일본 오사카의 ‘다르크(DARC, Drug Addiction Rehabilitation Center)’와 일본 NA(Narcotis Anonymous) 그리고 마약취체부(痲藥取締部)를 방문했다. 다르크는 순수한 민간사업 기관으로 약물중독자 회복을 위한 집단 치료를 하는 곳이다. 다르크의 설립자 콘도 츠네오는 작년에 부산에 와서 세미나를 가지기도 했다. 다르크에 들어서는 순간 실망감이 들었다. 건물 밖에는 간판조차도 없었다. 시설이 주민들에게 알려지면 다르크의 존립자체가 위협을 받는다는 사실을 나중에 알았다.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일본사람들도 자기 동내에 약물중독자를 위한 시설과 같은 것들이 설립되는 것을 반대한다. 사무실에 들어서는 순간 또 한 번 놀랐다. 100여평의 사무실은 난장판 그 자체였다. 사무실 가운데 큰 책상과 의자, 한 편에 있는 운동기구들이 널려있어, 약물 중독자 상담겺》搔?위한 시설과는 너무 거리가 멀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하나하나 이해되기 시작했다. 이런 것들이 모두 중독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는 중독자들에게 편안하고 친숙한 분위기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었다. 상담을 위해 기다리고 있는 5~6명의 친구들은 계속해서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면서 담배를 피우는 이유가 약물 중단으로 나타나는 금단증상을 해소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해됐다. 눈길이 머문 곳은 벽에 걸려있는 빛바랜 사진 한 장이었다. 일본에서 약물중독자 재활을 위한 시금석이 되었던 로이 신부가 교황 바오로 2세와 로마 교황청에서 찍은 사진이었다. 약물 중독자 회복을 위해 종교단체가 앞장선다면, 그 중에서도 성직자와 수도자들이 관심을 가진다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는 사실을 입증하는 하나의 사진이었다. 일본에는 40개의 다르크 시설이 있으며 이곳에서 일하고 있는 봉사자들은 전부 약물중독으로부터 회복된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다. 그리고 이곳에서 집단 치료를 받고 있는 중독자들은 중독에서 벗어나기 위해 자발적으로 오거나 가족의 도움, 구치소나 교도소의 의뢰로, 또는 변호사회 등을 통해 입소한다.다음에 방문한 곳은 다르크와는 전혀 다른 국가 공식 기관인 마약취체부였다. 일본에는 12곳에 마약취체부가 있으며 후생노동성 소속의 약물단속 전문기관으로 경찰과는 별도의 기관이었다. 이곳의 중요 업무는 약물범죄의 수사, 마약에 대한 정보 수집, 마약사용기관의 지도 감독, 약물의존 중독 대책 수립, 약물남용 예방활동, 약물 감정 등을 한다. 이곳 근무자들은 전문가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오사카 마약취체부의 경우 47명 중 약학 전공자가 59%, 법학 전공자가 13%, 기타 의학겙嚥되?전자공학 등의 전공자가 28%였다.이 기관을 소개하는 담당자가 왜 이렇게 약사가 많이 근무해야 되는지 자기도 모르겠다면서 농담을 했다. 약대출신이 상대적으로 많은 이유는 약에 대해서 잘 알기 때문이며 약사에 대한 비율은 법에 명시되어 있다고 한다. 이곳에서 무엇보다도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마약취체부에는 ‘약물남용방지 5개년 계획’이 있었다. 국가 차원의 약물남용방지 사업이 이미 일본에서는 활발하지는 않지만 실행되고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언젠가는 약물남용 방지를 위한 국가 차원의 계획이 수립되고 국가가 발 벗고 나서기를 기대해본다. /신태용(우석대 약학과 교수·전라북도마약퇴치운동본부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