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빈곤에 대한 정치인의 관심 부족 - 김정원
지난 3월 2일 전주자활후견기관은 오랫동안 준비해온 자활공동체 발족식을 가졌다. 자활공동체의 이름은 ‘필건축인테리어’. 자활공동체란 “2인 이상의 수급자 또는 빈곤층이 상호?협력하여, 조합 또는 공동사업자의 형태로 탈빈곤을 위한 자활사업을 운영하는 업체”를 지칭한다. 대부분의 자활공동체는 자활후견기관에서 운영하는 자활근로사업단에서 독립해나간다. 자활후견기관은 자활근로를 운영하면서 일감을 수주하거나 판로를 개척하고, 자활근로에 참여하는 빈곤층에 대한 각종 직업 교육, 소양교육, 상담, 집단프로그램 등을 통해 자활의지를 북돋고 독립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말은 쉽지만, 실제 상황은 고달프고 힘들기 짝이 없다. 그것은 전국의 242개 자활후견기관에서 발족시킨 자활공동체가 300개 남짓에 그치고 있는데서도 잘 드러난다. 자활공동체가 발족한다 해도 그것으로 끝나는 것은 아니다. 자활공동체가 안정적으로 성장하고 발전하기 위해서는 ‘시장 경쟁’이라는 녹록치 않은 과제를 해결해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필요한 것이 ‘보호된 시장’이다.보호된 시장은 일정한 경쟁력을 갖출때까지 안정적인 판로를 만들어주는 것으로 빈곤층의 자활을 위한 ‘보호된 시장은’ 몇몇 관심있는 사람들의 선의(善意)로 마련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제도적 지원책으로 마련되어야 한다. 가령, ‘필건축인테리어’는 전주자활후견기관의 자활근로 사업단인 집수리사업단에서 독립해나갔다. 초기에 어려웠던 집수리사업단은 2002년 하반기에 수급자들의 주거현물급여를 자활후견기관의 집수리사업단이 맡을 수 있도록 제도적 지원책이 마련되면서 활기를 찾기 시작했고 이것이 바탕이 되어서 자활공동체로서의 가능성을 타진할 수 있었다. 이제 ‘시장 경쟁’이라는 녹록치 않은 과제를 해결해가기 위해서는 주거현물급여 사업 외에 지자체의 소액 발주 사업 중 일부를 일정 기간만이라도 이들에게 위탁한다면 자활공동체가 안정적으로 발전할 것이다. 그리고 이는 지자체의 작은 관심이 빈곤층의 자활에 크게 기여하는 좋은 선례(先例)로 남을 것이다.다소 장황했을지 모르지만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은 바야흐로 정치의 계절을 맞이하여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정치를 통해서 지역에 봉사하겠다고 나서기 때문이다. 이들은 유권자들에게 이름과 얼굴을 알리기 고군분투를 하고 있다. 그러나 필자가 과문한 탓인지, 아직까지 그 많은 사람들 중 어느 누구도 가난한 자, 취약계층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겠다는 것을 들은 바도 없고 본 바도 없다.승부의 세계에서 정치는 세력대결일지 모르겠지만 정치의 나가야 할 길이 정책대결임은 상식일 것이다. 그래서 악수하고 명함 주면서 “저, 아무개입니다.”라고 하지만 그 다음에 볼 때도 기억을 못해 또 다시 악수하고 명함 주면서 “저, 아무개입니다.”라고 하는 그 공허함을 반복하기 보다는 구체적인 정책을 가지고 “이렇게 저렇게 하겠습니다.”라고 할 때 좀 더 신뢰가 가기 마련이다. 그래서 우리 사회의 중요한 화두인 ‘사회양극화’를 우리 지역의 정치인들은 어떻게 풀어갈 생각을 하고 있는지, ‘노력하면 잘 살 수 있다’라는 ‘희망의 빈곤’은 사라지고 부모의 가난이 자식의 가난으로 직결되는 ‘빈곤의 재생산’을 해결하기 위해 우리 지역의 정치인들은 어떤 방법을 지니고 있는지, 자활을 위한 빈곤층의 노력을 지원하기 위해 우리 지역의 정치인들은 어떤 해법을 지니고 있는지 궁금하기 짝이 없다. 만약 누군가 구체적 정책으로 여기에 답변하고 그 정책이 적절하다고 판단되면, 나는 그 사람을 선택할 것이다./김정원(전주자활후견기관 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