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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기춘 칼럼] 인권 출발은 '서로 다름' 의 존중

송기춘(전북대 법대교수)

군대에서 사용하던 엠(M)16 소총모형을 아이들이 장난감으로 가지고 노는 걸 보면 소름이 끼친다. 게다가 총구가 나를 향하면 나도 모르게 긴장하고 뒤로 물러나게 된다. 총의 용도와 위력을 알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이들에게 그 총은 소중한 장난감일 뿐이다. 당구장에서도 심심해지면 당구큐대를 들고 고등학교 때부터 배운 총검술 동작을 하는 사람들을 본다. ‘찔찔뒤길돌뒤’로 이어지는 행동을 하는 사람에게 그 동작은 옛날 한 때 무척이나 열심히 연습해서 숙달되었을 학습의 내용일 뿐이다. 그러나 이 동작은 예리한 검을 총에 장착하여 내가 상대를 죽이지 않으면 죽는 상황에서 적군은 무찌르는 연습이다. 살벌한 풍경이 아닐 수 없다.

 

엄청난 전쟁을 겪어서일까? 어릴 적부터 총과 칼을 장난감으로 삼고, 서바이벌게임을 레저로 생각하고, 군대의 사격마저 스트레스 푸는 즐거움으로 아는 사람들도 있다. 알게 모르게 우리들의 감수성은 세파에 시달려 둔해져 가고 있는지 모른다.

 

평택 군문초등학교의 교사인 김훈태 씨는 입영하여 집총훈련을 받는 대신 병역법 위반으로 기소되는 길을 택하였다. 경기도교육청은 이미 직권으로 김 교사에게 휴직명령을 내렸다고 한다. 지금까지의 법원의 태도를 보건대 김 교사는 유죄판결이 확정되고 교사직에서 파면될 될 것이다. 김 교사는 양심적 병역거부를 주도해 온 여호와의 증인의 신도는 아니다. 스스로 불교평화주의자라고 한다. 그는 자신의 행동이 평화와 신념의 의미를 되새기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하였다.

 

이러한 양심적 병역거부를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은 곱지 않다. 수많은 질문과 비난이 가해진다. 왜 너만 군대에 안 가려 하느냐? 그렇게 군대에 안가면 나라는 누가 지키느냐? 총 쏘는 게 뭐가 어때서 그렇게 문제를 삼나? 그러나 이런 말은 진지한 양심의 소리에서 집총을 거부하는 이들에게는 설득력이 없다. 이들이 느끼는 집총의 문제는 일반인들의 그것과는 너무도 다르기 때문이다. 총과 칼을 장난감으로 삼고, 리니지게임처럼 즐거운 오락물로 삼으면서 병역거부를 하는 이들의 심정을 헤아릴 수나 있을까? 총과 칼을 든다는 것이, 사격을 하고 총검술훈련을 한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민감하게 인식하고 느낄 수 있다면 적어도 참을 수 없을 정도로 무기를 경계하고 집총을 거부하는 이들의 심정을 적어도 헤아릴 수는 있었으리라. 아마도 서로 전혀 다른 세계에 살고 있다고 해야 옳을 것이다.

 

설사 무엇이 옳고 그른지 따지지 않는다 하더라도 사람의 경험과 안목 그리고 감수성이 다르기 때문에 사물과 현상의 의미가 사람마다 다를 수 있음은 적어도 인정하여야 한다. 진정 사람은 모두 다 다르다. 그렇기에 서로 제각각인 사람들로 구성된 공동체는 그 출발점에서부터 ‘서로 다름’을 존중하여야 하는 원리 위에 서 있다고 할 수 있다. 우리는 서로 다를 수 있고 또 다르게 살아갈 권리를 존중하여야 한다. 우리 사회의 다수와 다른 모습, 생각, 방식으로 살아가는 사람을 인정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인권보장의 출발점이 되는 것이다.

 

/송기춘(전북대 법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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