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대 사범대학 부설 고등학교’라는 긴 이름의 본래 학교 이름에서 드러나듯 이 학교의 탄생은 중등교사 양성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사대생들의 교육 실습과 교육정책의 실험, 교육연구의 선봉 역할을 하는 ‘특수한 임무’가 이학교에 주어졌다.
교육부가 매년 이학교를 여러 가지 연구시범학교로 지정하고 있는 것이나 도교육감이 우수 교사들을 추천해 대학 총장이 임용하는 것 등은 이같은 학교 설립 배경에서다. 재학생의 30% 정도가 장학금 혜택을 받고 있고, 일반 학교보다 많은 교육비를 지원받는 것 등도 사대부고의 자랑이다. 본관 건물 이상의 4천평 규모 넓이에 2004년까지 40억원대 종합교육회관을 건립할 수 있게 된 것도 국립학교이기에 가능했다.
전북사대부고는 시내권 첫 남녀공학 학교로 출발해 학교 안팎의 관심을 끌었다. 지금이야 남녀공학 학교가 여럿 생겼고 남녀공학으로 가는 것이 전반적 추세지만 77년 개교 당시만 해도 이례적인 일이었다.
이학교 김시곤 교장은 “학부모들 사이에 남녀공학을 꺼려하는 분위기가 아직도 남아있지만 인성교육 등에 장점이 참 많다”고 했다. 학교내 폭력이나 ‘왕따’를 찾아볼 수 없고 이성간 건전한 교제에도 남녀공학 학교가 강점이 되고 있다는 것.
실제 이학교는 학생들의 인성교육에 남다른 열정을 쏟고 있다. 지난해 김수환추기경을 학교로 초대해 특강을 가진 것이나 ‘음성꽃동네’ 봉사활동을 연례화시킨 것 등이 그 예다.
이같은 학교 풍토는 졸업생들의 성격에 그대로 투영되는 것 같다는 게 김보일 총동창회장(1회, 정읍아산병원 신경외과과장)의 이야기. 온순하고 합리적인 성격을 갖고 있으면서 책임감 있게 맡은 일을 소화하는 동창들의 특성이 학창시절 자연스럽게 몸에 밴 것으로 분석했다.
학교 역사가 그리 길지 않고 학급수가 적어 다른 시내권 졸업생보다 톡톡 튀는 수는 상대적으로 적지만 나름대로 자기 분야에서 인정을 받는 졸업생들은 많다. 사범대 부설 학교 특성상 직업적으로 교사 수가 많은 것이 특징. 구체적 수는 파악되지 않고 있지만 1기수당 평균 10% 정도가 교사로 재직하는 것으로 동창회는 추산하고 있다.
도내 행정기관에 있는 두 명의 여성 고시 출신이 모두 사대부고 출신. 유희숙씨(전북도청 국제정책담당)와 김미정씨(전주시월드컵홍보관장)는 사대부고 9회 동기생으로 나란히 서울대를 졸업한 뒤 지방고시를 통해 같은 길을 걷고 있다.
현재 뉴욕 총영사관 주재관으로 있는 한광일씨(4회)는 30대 중반 장흥 경찰서장을 역임한 국내 최연소 경찰서장 기록을 갖고 있다. 경찰대 출신으로 재학중 행시(31회)에 합격했다.
전북대 출신으로는 보기 드물게 학교 졸업과 동시에 사법고시에 합격한 정재규씨(4회, 전주지법 형사2단독 판사)도 사대부고 출신이다.
작은 학교 규모와 짧은 역사에도 20명 가까운 고시합격 동문들이 관계와 법조계에 활동중이다. 특히 인문반 한 학급에서 사시·행시·공인회계사 등 4명의 합격자를 배출한 4기가 ‘공부’면에서 가장 잘 나간 동기로 알려져 있다.
졸업생중 눈에 띄는 벤처사업가도 있다. 우리의 전통 한지를 이용해 다양한 문화상품으로 국제적 관심을 끌게 한 미래영상 대표 김석란씨(1회), 황토를 염색 재료로 도입해 새로운 의류 실험에 도전하고 있는 광전실업 대표 박광철씨(2회), 간편하게 치석 등을 제거하는 전자기술에 도전하고 있는 오럴센스 대표 김온씨(2회) 등이 대표적 인물.
성악가 김은희씨(1회, 전북대 음대교수)와 98갤러리 퓨전에 참여하는 등 설치 예술분야에서 활발히 활동중인 조각가 엄혁용씨(2회)도 사대부고가 모교다. 영화스턴트맨 업체를 운영하는 신재명씨(10회)는 독특한 영역에서 입지를 굳히고 있다. 학계에서는 MIT 공대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그곳에서 연구원으로 활동중인 인용균씨(7회)가 동문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다.
연혁
△1976년 7월10일 학교 인가(남녀 각 9학급)
△1977년 3월5일 개교식 및 입학식, 초대 민병호교장 취임
△1977년 8월17일 본관교사 신축공사 기공
△1978년 2월27일 전라중 임시교사에서 현 교사로 이전
△1980년 6월19일 강담 겸 체육관 준공
△1983년 6월15일 남녀 각 12학급(총24학급)으로 학급 증설
△1991년 11월5일 생활관(성지관) 준공
△1999년 9월1일 6대 현 김시곤교장 취임
△2001년 2월8일 제22회 졸업식(총 졸업생 8천7백88명)
동문 인맥
◇학계
이은희(1회, 전북대교수) 이승형(1회, 전북경제사회연구원 상임연구원) 오승원(2회, 전북대교수) 박배근(2회, 충남대교수) 김태형(2회, 익산대교수) 황갑연(2회, 순천대교수) 이욱재(2회, 한국생명공학연구소 연구원) 이경한(3회, 전주교대교수) 곽동희(3회, 서남대교수) 유관희(3회, 충북대교수) 김근식(4회, 아태평화재단연구원) 유남희(4회, 전북대 농업화학기술연구소 연구원) 최양렬(5회, 목포대교수) 신영숙(7회, 공주사대교수) 인용균(7회, 미국MIT공대 연구원)
◇관계
백재옥(1회,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원) 김웅진(1회, 국정원) 박용래(1회, 전북체신청 감사실) 이현웅(2회, 전주시청 정보영상과장) 염화봉(2회, 국방부 중령) 한광일(4회, 미국대사관 무관) 김유철(4회, 외무부 의전과) 허재우(9회, 식품안전청 사무관) 유희숙(10회, 전북도국제협력관실 사무관) 김미정(10회, 전주시월드컵홍보관 사무관) 이준호(13회, 중앙공무원교육원) 김수은(14회, 〃)
◇법조계
박창수(2회, 사법연수원) 정재규(4회, 전주지법 판사) 이갑수(4회, 대검 강력부) 류효석(5회, 변호사) 홍세룡(5회, 변호사)
◇의약계
김보일(1회, 정읍아산병원 진료부장) 홍성조(1회, 천안 신경외과원장) 배호성(1회, 서울 연세한의원장) 김용채(1회, 인천 한의원장) 이은영(1회, 서울 치과의사) 강근권(2회, 정읍 상섬연합의원 전문의) 손완정(2회, 서울동작보건소 의사) 왕대식(2회, 익산 동인의원장) 이지용(2회, 정읍 화평한의원장) 배상석(2회, 인천 한의원장) 전창기(2회, 진안 호남한의원장) 정영수(2회, 군포 제일한의원장) 임채호(2회, 공주 제일약국) 신종근(2회, 정읍건강종합약국) 송일호(3회, 강남정형외과) 지정익(3회, 금천의료원) 김수성(3회, 한의원) 석동윤(3회, 정주 한의원장) 김병오(3회, 치과의사) 윤현두(〃) 길도환(4회, 길소아과) 김선호(4회, 산부인과) 김성수(4회, 강릉병원) 김승진(4회, 군산항장외과) 정길양(4회, 군산 이비인후과) 조경호(4회, 성형외과) 이경희(4회, 한강성심병원) 김선형(4회, 전북대병원) 이승재(4회, 충재 한의원) 정용현(4회, 한의사) 최지영(4회, 약사) 윤중호(4회, 전주 항연외과) 김창곤(5회, 현대의원) 조덕수(복흥연합내과) 이형주(5회, 예치과) 문현균(5회, 성심간호학원장) 양경일(7회, 다사랑의원) 유연표(7회, 을지병원) 이수홍(7회, 예수병원) 김우석(7회, 기독병원) 이태환(7회, 고흥한의원) 박대진(7회, 약사) 고진규(9회, 내과전문의)
◇경제계
김석란(1회, 미래영상대표) 안중직(1회, 한국토지공사 기술사) 박광철(2회, 광전실업대표 및 황토의류연구가) 김진오(2회, 대한폐차산업 대표) 김온(2회, 오럴센스 대표) 이청우(2회, KTF전북대리점 대표) 권용남(3회, 국제특허법률사무소 변리사) 최치범(3회, 익산 대신증권지점장) 조인식(3회, 한풍제약 사장) 김성건(3회, 한산무역사장) 양승렬(4회, 삼정회계법인 회계사) 김흥철(5회, 대광목장 대표) 양현국(9회, 동물병원장)
◇문화·예술
엄혁용(2회, ) 이경곤(2회, ) 유재종(3회, 전북도청 문화재전문위원) 김정호(10회,사진작가) 신재명(10호. 영화스턴트맨회사 대표)
◇정치 및 사회단체
김영기(3회, 전북시민연대 정책위원) 주재민(4회, 전주시의원) 최완규(4회, 이윤수의원 보좌관)
초창기 교사들의 모임 ' 한울회'
일반 공립학교 교사들에게 한 때 전북사대부고 교사는 선망의 대상이 됐다. 전주시내에 재직할 수 있는 최대 기한이 일반 공립학교 교사의 경우 6년이지만 국립인 사대부고는 8년이다.
여기에 승진 등에도 혜택이 따라 왠만한 실력이나 백그라운드 없이는 사대부고 교사로 갈 수 없다는 이야기도 교사들 사이에 공공연하게 나돌았다. 질시의 대상이 될 수도 있지만 사대부고 교사를 역임한 사실을 대부분 교사들이 자랑스럽게 여긴다.
초창기 사대부고에 재직했던 교사들의 자부심은 더욱 대단했다. 학과에 따라 학교 입시 경쟁률보다 높은 10대 1이 넘는 경쟁을 뚫고 실력으로 당당히 교단에 섰기 때문이다. 실제 초창기 사대부고에 있었던 교사중 많은 교사들이 대학 강단에 서거나 교단에서 명성을 날렸다.
현 군산대 배병희 총장이 사대부고 초창기 독일어 교사로 활동했으며, 신동로 전북대 사범대학장 역시 사대부고에서 윤리과목을 가르쳤다. 장택상교수(군산대, 수학)와 권병로교수(군산대, 국어), 김삼태교수(여수대, 수학) 등 사대부고 재직 초창기 교사중 많은 교사가 대학으로 자리를 옮겼다.
초창기 40여명 교사중 현직에 있는 교장급만도 13명. 장인규(전주기린중)·채무산(전주양지중)·이희근(한별고)·양병국(전주상고)·허재선(삼기중)·정수일(마령중)·이봉근(임실고)·신삼식(도교육청 장학관)·서정완(왕궁중)·임광순(군산남고)·김용석(도교육청 장학관)·이재춘(설천중고)·정한성(전일여중) 교장과 나장균 전북정보과학원 정보관리실장·최동주·김평기 장학사 등이 초창기 사대부고 교사들이다.
이들 초창기 교사들은 ‘한울’이라는 모임을 통해 지금도 ‘서로의 거울’ 역할을 해주고 있다. 최근 고인이 된 민병호 초대 교장 겸 한울회장이 사대부고에서 정년 퇴임할 당시 이들 초창기 교사들이 민교장에게 십시일반으로 승용차를 사줬다고 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교사시절부터 교장으로 정년퇴임하기까지 10여년간 재직했던 김용석 전교장과 이정태·최병선·김성우·안성호·최정록·설상수·이홍렬 전교장들은 모두 현직에서 물러났지만 ‘한울회’를 통해 지금도 사대부고 초창기 시절의 추억을 함께 나누고 있다.
사이버동창회 활동 '눈길'
전북사대부고 동창회 활동의 진가(?)는 사이버 공간에서 발휘되고 있다. 대표적인 인터넷 동창회 사이트로 꼽히는 ‘아이러브스쿨’이나 ‘다움’ 카페에 등록된 이학교 동창회 사이트는 연일 회원들로 북적거린다.
다움 카페에 방을 개설한 2회 동창회 사이트는 특히 전국 동창회 카페중에서도 몇 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회원들의 ‘활약’이 눈부시다. 40대에 들어선 나이에도 전체 동기생 3백60여명의 절반에 가까운 1백70여명이 회원으로 가입해 ‘재롱’을 부리고 ‘재담’을 나눈다.
하루 평균 10여건씩 여건씩의 글이 올라 올들어 ‘자유게시판’에 올려진 글만도 1천6백여건에 이른다. 가정 주부에서부터 학교 교사·교수·의사·사업가 등 각기 다른 분야에서 활동하면서도 단지 동기생이라는 공감대 아래 ‘살아가는 이야기’들을 부끄러움 없이 허심탄회하게 털어놓는 자리다.
자녀 교육에 어려움을 하소연하면 학교 교사가 도움말을 주고, 삶에 지친 모습이 글에 묻어나기라도 하면 많은 동기생들이 곧바로 ‘인생 상담사’로 나선다. 사이버 공간에는 재미있는 음악과 유익한 시 등이 올려져 동기생들의 지친 하루에 청량제 역할을 하기도 한다.
사이버 공간은 동기생간 연락이나 정보 교환의 장으로도 널리 활용되고 있다. 애경사에서부터 동기생들의 작은 변화까지 카페를 통해 서로 주고 받고 있다.
“캐나다에 이민간 한 동기생은 동창회 카페 없이는 하루도 살 수 없다며 매일 사이버 동창회를 찾고 있을 정도로 동기생들의 중심 공간으로 자리잡았다”는 게 카페 운영자 김재홍씨(전북제일신문 차장)의 이야기.
김씨는 “신변 잡담의 글 외에도 동기생들이 살아가는 진솔한 이야기들을 모아 앞으로 책으로 엮어 볼 생각이다”고 말했다.
일반 고교에 비해 전북사대부고 사이버 동창회가 전반적으로 활발한 데는 ‘남녀 공학학교’라는 점이 큰 몫을 하고 있다는 시각이 많다. 오프라인상 어색할 수 있는 남녀 동창간 간격을 온라인이 자연스럽게 좁혀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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