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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메아리] 보육 이제 국가가 맡아라

 

 

 

부부가 이혼을 하는데 당사자 사이에 미성년 자녀가 있다면 협의이혼을 하든, 재판상 이혼을 하든 양육자와 친권행사자를 정해야 한다.

 

 

예전에는 부모가 서로 자녀를 키우겠다고 하여 그것이 이혼소송에서 심각한 쟁점이 되는 경우가 많았고, 또 자녀를 키울 수만 있다면 위자료마저 포기하는 여자들도 있었다.

 

 

그런데 최근에는 자녀를 서로 맡지 않으려는 부부들이 점점 늘고 있다. 심지어는 이혼 상담을 하면서 자녀를 고아원에 보내는 방법까지 문의하는 사람마저 생기는 실정이다. 같은 여자로서 나는 도저히 그런 여자의 상담에 성의 있게 대하지 못하였다.

 

 

양육권 포기하는 이혼부부

 

 

도대체 어떻게 하여 이런 일들이 생기는 것일까. 개인주의적 사고방식이 보편화된 탓일까. 물론 그것도 하나의 원인일 수 있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자녀 양육의 어려움 때문이라는 게 나의 결론이다.

 

 

나는 현재 6살 된 사내아이를 키우고 있고, 얼마 후면 또 한 아이를 출산할 예정이다. 그런데 친정 어머니나 시어머니의 도움을 받지 않고 혼자서 아이를 양육하다보니 이만저만 힘이 드는 게 아니다.

 

 

특히 아이가 아프거나 모임이 있을 때는 아이를 맡길 곳이 없어 멀리에서 살고 계신 친정 어머니를 오시라고 하거나, 꼭 참석해야 할 모임에도 불참하게 된다.

 

 

아이가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다닐 수 있을 정도로 컸기 때문에 그나마 요즘에는 혼자서도 어찌 어찌 해볼 수가 있다. 하지만 앞으로 태어날 아이를 생각하면 잠도 오지 않는다. 아이를 키워 줄 만한 사람을 구하지도 못했고, 아이가 너무 어리기 때문에 놀이방에 맡길 수도 없는 상황이다.

 

 

그런데 나보다 경제적으로나 근무 여건 등에서 여러모로 열악한 상황에 놓여 있는 대부분의 여자들이 느끼는 양육의 어려움은 더 말할 것도 없을 것이다.

 

 

아이를 보육시설에 맡기는 데 드는 비용도 만만치 않을 것이고, 직장일과 가사일, 양육 문제를 모두 혼자서 감당하기에는 모성애만 가지고는 쉽게 엄두가 나지 않을 터이다.

 

 

그래서 그 동안 나를 당혹스럽게 혹은 화나게 했던 여자들을 떠올려 보니 모두 경제적으로 너무나 열악한 상황에 있었을 뿐만 아니라 자녀의 나이가 너무 어려 보육시설에 맡겨야만 하는 경우였다.

 

 

이제는 자녀의 양육문제를 여성만의 문제로, 그리고 가정 내부의 일로 방치해서는 안 된다. 사회와 국가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새로 대통령으로 선출된 노무현 당선자는 유아 보육료의 50%를 국가가 부담하고, 방과후 보육을 확대하여 여성들의 사회 참여를 지원하겠다는 공약을 한 바 있다.

 

 

그러나 영아 보육 문제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이 없다는 점에서 위와 같은 공약만으로 여성들의 사회 참여에 얼마나 큰 도움이 될 지는 의문스럽다.

 

 

실질적 도움되는 정책 기대

 

 

또한 육아 휴직 문제, 직장 내 탁아소 설치 문제와 같이 법에 규정이 있지만 현실적으로 거의 실행되지 않는 것들부터 제대로 실현될 수 있게 하는 것 또한 이에 못지 않은 시급한 일이다.

 

 

보건복지부에서 대통령 인수위원회에 보고한 내용 중 출산율 증가를 위한 대책이 포함되어 있다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복지부에서는 그 대책으로 여러 가지를 언급했지만, 출산율을 증가시키기 위해서는 사교육비의 부담을 줄이고, 특히 자녀 양육문제를 국가적 차원의 문제로 여기고 그에 따른 해법을 찾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이다.

 

 

모든 엄마들은 내재적으로 모성애를 갖고 있다. 다만 그것이 발현되느냐 여부는 주위 여건에 따라 현실적으로 달라질 수 있는 문제인 것이다.

 

 

/황은경(변호사)

 

 

* 황은경변호사는 정읍출신으로 전주 중앙여고, 한양대 법대를 나와 97년 제39회 사법시험에 합격했으며 2000년 변호사 개업이후 전주 여성의전화 이사, 도교육위원회 소청심사위원 등 다양한 사회활동도 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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