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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병중인 모친 두고 동계훈련 떠났던 한 축구인의 눈물..

 

모교(군산제일고) 축구부 코치로 부임했던 지난해 봄.

 

후배들의 맘놓고 운동할 수 있는 길이라면 뭐든 다해주고 싶었다. 예산이 부족해 선수단 버스를 직접 운전하는 일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는 축구부의 '큰 머슴'이었다.

 

지난해에는 도대표로 전국체전에 출전하는 등 창단 이후 고교축구의 강호로 군림해온 모교 축구부를 국내 정상팀으로 올려놓기 위해서였다.

 

묵묵히 지도자의 길을 시작한 그는 후배들에게 '늘 든든한 선배이자 지도자'였다. 그러나 그에게 수년째 중풍으로 투병중인 아버지(61)가 있다는 것이나 아내와 어린 자녀들이 사글세방에서 혹한을 나고 있다는 사실도 아는 사람은 몇 되지 않았다.

 

게다가 지난 연말에는 수년동안 아버지 병수발에 지쳐 어머니 마저 혈압으로 쓰러져 산소호흡기 신세를 지고 있었다.

 

장남인 그는 병상에 있는 아버지와 어머니를 곁에서 돌보지 못한 자신이 죄스러웠다. 제주도 동계훈련이 예정돼 출발할 시간이 다가올 수록 걱정은 더해졌다. 동계훈련에 빠질 경우 선수단 버스운전 등 제대로 훈련일정을 소화할 수 없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출발전 '동계훈련에서 돌아올 때까지 호흡기를 떼지 말라'고 병원측에 신신당부하고 떠났지만 18일 훈련장으로 걸려온 전화는 어머니가 숨을 거뒀다는 소식이었다.

 

뒤늦게 어머니 영정을 찾은 그는 목을 놓았다. 때마침 도내 대부분의 축구팀들이 동계 전지훈련을 떠나는 바람에 빈소는 더욱 썰렁했다. 도축구협회 임원과 몇몇 축구인, 학교 관계자 등이 겨우 빈소를 지켜야만 했다.

 

군산제일고 축구부 박근호코치(35)의 안타까운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축구계는 물론 도내 체육계의 잔잔한 감동을 전하고 있다.

 

박코치는 '아들의 도리를 다 못한 자신의 죄스러움을 팀의 좋은 성적과 반듯한 지도자로 성장하는 아들로서 훗날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장례를 치르고 마음을 다잡은 박코치는 지난 28일 2차 동계훈련을 위해 다시 제주도로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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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각 desk@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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