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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향에서] 지방대학의 활로

새해에 접어들어 대학교육의 개혁에 대한 요구가 더욱 거세지고 있다. 국가의 경쟁력은 결국 사람에 달려 있고, 인재를 올바르게 양성하는 곳이 대학이기 때문이다. 초등학교와 중·고등학교도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지만, 대학진학률이 세계에서 손꼽히는 우리나라에서는 대학교육의 경쟁력이 국가의 경쟁력을 좌우한다 해도 결코 틀리지 않을 것이다.

 

한편, 지방에 소재하고 있는 대학들은 많은 어려움에 휩싸여 있다. 대학진학인구의 감소에 따라 신입생 정원을 채우지 못하는 지방대학이 속출하고 있다. 설사 신입생 정원을 채운다 할지라도 서울에 있는 대학으로 편입해 떠나는 학생의 발길을 돌릴 수 없어 아쉬워한다.

 

대학원의 경우에는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 대학원생의 부족은 대학의 연구개발 역량 저하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대학교수들이 수주한 연구개발과제를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교수의 연구개발 활동을 돕는 우수한 대학원생이 필수적인 요소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방대학 교수들이 수주한 연구개발과제의 일부를 서울에 있는 대학에 하청을 준다는 이야기까지 심심찮게 들려온다. 지방대학 교수들에게 연구개발비를 우선적으로 지원하는 참여정부를 비웃는 듯한 이런 현상에 정책당국자들은 곤욕스러워진다.

 

그렇지만, 지방대학은 지역발전의 버팀목이다. 그래서 지방대학을 위해 비범한 방책을 마련해야 한다. 그 방책은 지방대학이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 외부의 압력에 의한 개혁은 성공하기도 어렵고 지속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필자는 지방대학의 경쟁력 강화에 보탬이 될 수 있는 방안 3가지를 소개하고자 한다. 첫째, 학과를 특성화 위주로 대대적으로 개편하는 방안이다. 대부분의 지방대학들은 한결같이 서울대학교, 연세대학교, 고려대학교 등 소위 ‘잘 나가는 대학’에 설치되어 있는 학과를 거의 똑같이 보유하고 있다.

 

교과과정도 대부분 비슷하다. 그런 대부분의 학과들은 서울에 있는 대학들보다 경쟁력이 떨어진다. 해를 거듭할수록 쇠락의 길에 끌리듯 들어선다. 가망성이 없는 그런 학과는 미리 폐쇄하는 것이 현명하다. 최소한 우리나라에서 1-2위 수준의 경쟁력을 보유할 수 있는 학과 중심으로 개편해야 한다.

 

특성화 학과는 지역산업과 지역문화에 연결된 학과일수록 성공 가능성이 높다. 우수한 교수요원들과 주변 여건이 맞물려 있으면 더욱 바람직하다. 그 이외에도 여러 가지의 기준이 있을 것이다. 그런 기준에 따라 선별하는 결단력을 보여야 한다. 신체의 일부를 절단하고서라도 생명을 유지하고 건강을 되찾으려는 지혜가 있어야 한다. 이것이 전라북도에 소재한 대학의 경우에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둘째, 학과별로 학부 중심 또는 대학원 중심으로 발전시킬 것인지 방향을 설정하여 육성하는 방안이다. 학부 중심은 엔지니어 양성에 역점을 두는 것이고, 대학원 중심은 연구요원과 교수요원의 양성에 역점을 두는 것이다. 학부 중심 학과에는 대학원 과정을 설치할 필요가 없다.

 

기업 현장의 수요에 꼭 맞는 ‘맞춤형 인재’를 양성하는 학과이다. 기업들이 원하는 교과과정을 운영하는 학과이다. 학생들이 졸업과 동시에 관련기업에 취직하는 학과이다. 고등교육 청년 실업자와는 무관한 학과이다. 필자는 많은 지방대학들이 학부 중심 운영에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지방대학의 대학원 과정은 특수한 학과를 제외하고는 경쟁력을 갖기 어렵고, 생존하기 숨 가쁘기 때문이다. 이것은 엄연한 현실이며 피할 수 없는 미래이다. 약간 부끄럽더라도 이제는 분야에 따라 학부 중심 운영을 선택하는 대학이 많이 나와야 한다. 더 이상 체면의 문제가 아니다. 생존의 문제이다.

 

셋째, 지방대학의 캠퍼스를 국제화하는 방안이다. 필자가 경험한 가장 빠른 국제화 방법은 모든 학과에 외국인 학생을 초청하는 것이다. 그리고 강의실의 언어를 영어로 전환하는 것이다. 처음에는 영어가 잘 나오지 않아 어색할 것이다. 그래도 밀고 나가면 성공할 것이다. 광주과학기술원이 그렇게 해서 성공했다.

 

초창기부터 학생과 교수의 일정률을 외국인으로 채우도록 정부가 권유했고, 광주과학기술원은 적극적으로 추진했다. 광주과학기술원 학생들은 외국에서 열리는 학술대회에 거침없이 참석하여 자기네 연구결과를 발표한다. 전라북도의 대학들이라고 못할 리 없다. 한반도에서 가장 국제화된 인재를 양성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전라북도의 대학들이 힘차게 살아날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실행이다. 누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 것인가’의 문제이다. 대학의 경영자들이 밀고 나가야 할 것이다. 국립대학의 경우에는 총장과 보직교수들이 앞장서고, 사립대학의 경우에는 이사회가 총장을 뒷받침해 주어야 할 것이다. 물론, 교수들의 반발이 거셀 것이다. 총장 퇴진 운동을 벌일 것이다. 이사장의 퇴진도 요구할 것이다.

 

그렇지만 지방대학을 살리기 위해서는 가야 될 길임에 틀림없기 때문에, 대학의 경영자들이 교수들을 설득해서 추진해야 할 것이다. 그렇게 해서 전국의 우수한 학생들을 전라북도로 끌어 모으고, 이를 통해서 전라북도의 대학뿐만 아니라 전라북도 자체의 발전을 도모해야 할 것이다.

 

/최석식(과학기술부 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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