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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향에서] 농부의 마음, 생명의 마음 - 신홍수

신홍수(재경 남원향우회장)

지난 해는 우리 농민의 삶이 얼마나 극단적으로 내몰렸는가 하는 것을 보여주었다. 쌀수입 개방과 농민 집회에 대한 경찰의 과잉진압 및 전용철, 홍덕표 두 농민의 사망, 호남 지역의 3000억 이상의 손실을 가져온 폭설 등 그야말로 농민의 삶이 뿌리째 흔들리고 있음을 보여준 해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기상 관측 이래 100년만의 폭설량으로 기록된 지난 폭설은 가뜩이나 어려운 농촌경제를 더 어렵게 했다. 정부의 뒤늦은 특별재난지역 선포로 농민의 시름은 그 골이 더 깊어졌으며, 아직도 그 피해 복구가 완전하게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더더욱 그렇다.

 

하지만 이러한 현상에 가려져 본질적인 문제가 퇴색되어서는 안 된다. 지금이야말로 농촌 삶에 대한 정부와 국민 그리고 농민의 다각적인 협력과 대책 마련이 더 진지하게 논의되어야 할 시점이다. 그 모든 문제의 중심에는 피폐해진 농촌 경제가 놓여 있기 때문이다. 농촌 경제는 급변하는 세계 시장경제 속에서 부수적인 부분으로 전락해 가고 있다. 또 십여 년 전 쌀 수입 개방이 시작된 이후, 현재 우리 농업은 그 어려움이 날로 더해가고 있다. WTO 도하개발아젠다(DDA) 농업 협상과 같이 외국 농산물에 대한 낮은 관세를 부과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 현재의 농업통상정책은 종전의 UR 협상보다도 훨씬 더 개혁적인 쌀시장개방을 요구하고 있다. 이를 감안할 때 폭설과 같은 자연 재해는 그야말로 농촌민에게는 재앙에 가깝다. 농촌 경제를 뒷받침 해줄 수 있는 정책들이 정말로 튼튼했다면 이러한 상황이 재앙으로까지 느껴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따라서 농촌민의 삶의 질을 보장하고 개선할 수 있는 농촌복지 정책의 보다 현실적인 수립이 요구된다. 농업분야의 성장과는 달리 소득은 그 전보다 더 낮아지고 있다는 점에서 농촌 경제의 회생은 농민 스스로의 자생력만으로는 부족하다. 우리나라 농업의 특성상 몇몇 기업농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농민들이, 대량 생산 형태가 아닌 영세농 수준에 머물고 있다는 점에서, 농촌경제를 살리겠다는 확고한 정부 정책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예를 들어 미국을 비롯한 많은 선진 국가에서 이미 1980년대부터 도입하여 실행해온 농업직접지불제와 같은 정책을 살펴볼 수 있다. 물론 우리나라 역시 2001년부터 논농업직불제를 실시하고 있지만 현재 이 사업을 보다 장기적이고 현실적인 농업직불제로 확대해야 한다는 소리가 높다. 특히 친환경 영농 실천을 위해 마련한 친환경농업직불제의 경우 그 규모가 농업민 수에 비하여 턱없이 작고 조건이 까다롭기 때문에 정작 보조를 받을 수 있는 농가는 그리 많지 않다고 한다.

 

이러한 정책의 실효성과 더불어 더욱 중요한 것은 농업에 대한 인식의 변화일 것이다. 농업을 생명공학과 같은 첨단 사업과 분리되거나 낙후된 것으로 보는 인식 태도가 문제이다. 오히려 농업이야말로 이러한 첨단 과학기술과 결부될 때 그 가치를 더욱 인정받을 수 있으며, 앞으로 세계의 환경문제를 고려할 때 더욱 중요한 의미를 띨 수 있다. 농업이 시장경제에서 높은 이윤을 내는 산업은 아닐지 몰라도, 조금만 다른 시각으로 접근한다면 농촌은 보다 다양한 생명의 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제 3의 공간이 될 수 있는 것이다.

 

‘農者天下之大本’이라는 말이 있다. 필자 역시 농민의 자식이며, 마음은 언제나 변함없이 농민이다. 농업이라고 하는 생명의 경작이 무너진다면 우리는 더 이상 갈 곳이 없다.

 

/신홍수(재경 남원향우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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