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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메아리] 더위를 이기는 독서 삼매경 - 전선자

전선자(한국문인협회 무주지부장)

여름의 대명사, 삼복 더위, 찌는 듯한 찜통 더위, 가마솥 용광로 더위에다가 열대야까지 계속되는 날이 보름을 넘겼다. 그러고 보니 이제 지치고 기운들이 없어 불쾌지수가 말할 나위 없이 높아졌다. 그것이 원인이 되어 사고를 저지르고 말았다는 소식을 텔레비전 뉴스에서 들었지만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더위의 심각성은 실지로 우리도 체감할 수가 있다. 그렇게 며칠 더 견디다보면 찬바람이 슬며시 옷깃을 여미게 할 때가 오리라.

 

모처럼 책 읽기를 결심한 것은 이런 더위를 이기자는 데에 길이 있음을 알기 때문이다.

 

황희순 님의 시, "나는 길을 찾고 있는 중이다"에서 책 속에 길이 있다기에/ 책 속으로 나를 밀어 넣었다/ 은유의 골짜기를 헤매다/ 행과 행 사이에 미끄러졌다/ 말[言]을 잘못 밟은 모양이다/ (中略) 여기야, 여기,/ 여기에 길이 있-다-구-.

 

나는 이 시를 보고 독서의 길을 찾는 중이었다. 등단 작가라고 여기저기서 책이 발간되면 아는 분들은 고맙게도 빼지 않고 보내준다. 저자의 서문과 목록을 먼저 보고 그리고 마음에 드는 몇 편의 글을 골라 읽을 뿐 전체를 섭렵하지는 못한다. 좀 미안한 생각이 들지만 쏟아지는 인쇄물들을 어찌 다 읽을 수 있단 말인가. 책을 읽는 동안만은 몰입, 집중력이 대단해진다. 그래서 내 아이들에게도 책 읽기를 권장하나 볼거리가 많은 아이들은 읽는 문화보다는 보는 문화에 더욱 빨리 익숙해지며 흥미를 느끼는 것 같아 섭섭하다.

 

책읽기가 말은 쉽지만 가정의 주부로서, 아니면 직장인으로서 맡은 일을 하다보면 그리 쉬운 일만도 아니다. 요즘에는 인터넷이 생활화, 보편화된 탓에 그 쪽에 빼앗기는 시간 또한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날마다 매일(mail) 확인하고 대여섯 개의 카페에도 가입하여 온라인 상의 좋은 글들을 보면서 즐겁고 행복한 시간을 소요하다보면 책읽기에 할애되는 시간은 많지 않다는 얘기다. 요즘 젊은이들은 부족한 시간도 문제지만 인내심이 부족하다해야 옳을 것이고 정서불안정도 원인도 될 것이다.

 

올 여름에는 오랜만에 읽다가 팽개쳐버린 장편소설 "토지(박경리 작)"를 꼼꼼히 다시 읽기로 마음먹고 바로 시작했다. 솔 출판사에서 나남 출판사로 판권이 넘어가서 21권 한 질로 인쇄되어 나오고 있었다. 무조건 샀다.

 

텔레비전에 연속드라마로 여러 번씩이나 방영됐던 그 유명한 "토지"를 책과 비교하면서 어쩐지 싱거운 감을 떨쳐 버릴 수 없었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그래서 텔레비전이나 영화에 의존하지 못하고 죽자하고 책에 매달리는 지도 모른다. 습관처럼 나는 여름만 되면 이런 장편을 들고 실랑이를 벌인다. 중학생 시절도, 고등학생시절에도 여름방학만 되면 세계명작과 씨름하던 추억이 있다.

 

사람마다 취미는 다 다른 것, 폭염 속에서도 뛰기 좋아하는 사람은 뛸 것이고, 물을 좋아하는 사람은 물로, 산을 좋아하는 사람은 산을 향할 것이다. 그러나 내면의 알찬 교양이나 지식을 위해서는 한 권의 서적이라도 가까이 두어 양식을 삼을 일이다. 다른 쪽 일을 줄이고 책을 읽다보면 독서 삼매경에 푹 빠지게 된다. 즐겨보시라. 이보다 더한 기쁨은 많지 않을지니...

 

/전선자(한국문인협회 무주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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