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기사 다음기사
UPDATE 2025-11-05 14:22 (Wed)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지역 chevron_right 지역일반
일반기사

[나의 이력서] 덕성여자대학교 이사장 이종훈 - 하버드 대학

학문적인 분위기 매료

나는 연구와 교육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 보람도 느끼기 시작하였으나, 5공화국의 민주화와 학원의 탄압이 심해지고 사회활동도 활발히 할 수 없는 상황이라 답답한 생활을 계속하였다. 이러한 현실을 도피도하고 아내도 대학교수가 되어 다소 경제적인 여유도 생겼기 때문에 어렸을 때의 꿈이었던 미국유학을 가기로 마음먹었다.

 

 

흔히 우리들은 대학을 지정하지 않고 보통 미국유학이다, 일본유학이다 말하지만 지역과 대학에 따라서는 많은 차이가 있다. 나는 미국유학이 이왕에 늦었기 때문에 좋은 조건에 좋은 대학으로 가기로 결정하고 하버드대학을 택하였다. 사람들은 국내대학보다 외국대학을 동경하는 사대주의적인 경향이 있다. 더욱이 우리들은 능력보다는 학력을, 학력보다는 학벌을 중요시하는 풍조가 있다. 따라서 월급도 서양선진국과는 달리 능력급이 아니라 학력급으로 되어 있다.

 

이러한 풍조는 일찍이 일본이 서양을 따라가기 위해 국민들을 교육시키려고 학력사회와 계층사회를 만들어 교육을 신분상승의 수단으로 만든데서 비롯되었다고 생각한다. 우리도 이러한 일본의 영향을 받아 소위 ‘가방 끈’이 짧으면 행세를 못하는 학력사회의 병폐가 만연되고 있다. 미국 최고의 명문 대학이라고 하는 하버드대학 역시 미국사람들은 별론데 우리가 더 따질 정도로 우리의 학벌사상은 지나칠 정도이며 최근에는 더더욱 국제화되어가고 있는 실정이다.

 

지구상에서 초·중·고·대학이라고 하는 학제가 생긴 것은 190년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영국의 옥스퍼드대학이나 이탈리아의 로마대학이 6∼700년의 찬란한 역사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 때는 대학이 아니라 단지 귀족들이 모여 공부하는 곳으로 조선조의 성균관과 같은 것이다. 본래 유니버씨티란 대학이라는 뜻이 아니었으나 일본이 중·고보다 크고 높은 학교라는 뜻으로 대학이라고 번역한 데서부터 그렇게 사용되기 시작하였다.

 

하버드대학 역시 현재 380여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미국이 독립한지 230년밖에 되지 않는데 그보다도 150년 전에 대학부터 만든 것이 아니라, 일찍이 선교사양성소였다. 그래도 최고의 대학이라고 하여 나는 하버드대학에 가기 위해 당시 미국의 대표적 학자인 라이샤워교수님(주일미국대사 역임)께 ‘한·미·일 3국의 경제협력’이라는 장문의 연구계획서를 보내었다.

 

생각보다 빨리 초청장이 도착하여 손쉽게 하버드대학의 일본연구소(소장 크래그교수)의 객원교수로 좋은 조건과 대우로 미국을 가게 되었다. 역시 미국제일의 대학이라 학문적인 분위기가 마음에 들었고, 학내에 교회가 있어 처음으로 교회도 나가게 되었다. 나는 미국측 맴버로 미·일공동연구에 참여하였고, 와그너교수·헨더슨교수·보겔교수·모스코비치교수(한국학연구소장) 그리고 일본의 하세가와교수(게이오대학)·최병선교수(서울대) 등 많은 한국유학생들과도 교류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었다. 지금은 고인이 된 라이샤워교수님을 자택으로 찾아뵈러갔을 때, 정장의 모습으로 현관 밖에서 기다리고 계셨던 노교수님의 그때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고 몹시 존경스러웠다.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전북일보 desk@jjan.kr
다른기사보기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 400
지역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