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풍남초 홍인표교감 운동유연성 적용 단소지도
“우리 전통 악기인 단소는 서양악기인 리코더와 함께 7차 교육과정의 필수악기인데도 학교 현장에서 선생님들이 가르치기 어렵고, 학생들도 소리를 내기 힘들어 ‘불기 어려운 악기’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손가락의 유연성만 제대로 익히면 불기 쉬운 악기가 단소입니다.”
‘단소 지도의 달인’인 전주 풍남초등학교 홍인표 교감(55)은 “단소는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소리를 내는 악기”라고 단언한다. 단소의 깊은 음색을 리코더와 오카리나(이탈리아)가 감히 따라올 수 없다는 것.
홍 교감은 ‘단소 쉽게 부는 법’을 지난 98년 전주교대부속초 근무 당시 학생에게서 깨달았다. 5학년 학생들에게 단소를 지도하던중 유난히 단소를 잘 부는 학생이 있어 유심히 지켜본 결과 이 학생의 부드러운 손가락을 보고 ‘단소 불기는 손가락의 유연성이 좌우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는 것.
그는 곧바로 다른 학생들에게 ‘소리를 내지 말고 단소에서 손가락을 뗐다 붙였다’하는 연습을 시켰다. ‘운지(손가락) 훈련’으로 이름붙인 이 지도방법은 금새 효과를 나타냈다. 그토록 어려워하던 단소를 학생들이 쉽게 불기 시작했다.
홍 교감은 “입모양에만 신경쓰면 단소를 불기 어렵다”면서 “단소 불기는 입이 아닌 손가락 놀림에 좌우된다”고 말한다. 그는 “선생님들도 대학에서 단소 부는 법을 제대로 배우지 못해 아이들을 가르치는데 어려움을 겪는다”면서 “단소 지도방법을 모르는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집에 가서 거울로 입모양을 보면서 연습하라’로 말하지만 제대로 될 리가 없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홍 교감이 지난 8월 전주교육청에서 실시한 단소지도방법 연수에 참여한 60여명의 초등학교 교사들은 손가락 훈련을 통해 하루 이틀만에 단소 부는 방법을 깨닫고 본인들도 놀랐다고 한다. 홍 교감은 “대학에서 단소 지도방법을 배우더라도 불과 30% 정도의 교사들만 깨우치는데 열흘 짜리 손가락 훈련을 통한 단소 지도 연수에 참여한 교사의 98%가 단소 지도법을 깨우쳤다”고 소개했다.
홍 교감은 자신이 개발한 단소 지도법을 ‘운동의 유연성을 적용한 단소 지도방법’으로 이름 지었다. 그는 단소 지도법을 운동에 비유한다. “단소를 배우기 시작했는데 소리부터 내라고 하는 것은 운동을 배우러간 초보자에게 시합을 시키는 격”이라고 말한다. 기본자세를 충분히 익혀야 운동을 시작할 수 있듯 단소도 소리를 내기전 손가락의 유연성을 먼저 연습해야 한다는 것.
지난 2002년 김제 심창초등으로 옮긴 홍 교감은 손가락 훈련으로 학생들에게 단소를 지도해 각종 전국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뒀다. 지난해 풍남초등에 부임한 홍 교감은 이 학교 교사들을 지도한 뒤 올해에는 전교생에게 매일 아침 수업시작전 20분씩 교내 TV방송을 통해 직접 단소를 지도하고 있다. 교내 평생학습프로그램으로 학부모들에게도 단소를 지도하고 있다.
“단소 지도방법을 전국에 보급시켜 우리 악기의 대중화를 이루는게 목표”라는 홍 교감은 “홈페이지를 만들어 단소 지도방법을 동영상으로 띄울 계획”이라고 말했다. “EBS 강의를 통해 단소 부는법을 전국에 알리고 싶다”는 포부도 밝혔다.
허세환 풍남초등 교장은 “아침 단소 배우기가 학생들의 정서함양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면서 “홍 교감 선생님은 우리 학교 명물이자 보배”라고 칭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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