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미애(시인)
빈 화분인줄 알았는데 입춘이 지나고 한결 따스해진 볕을 받아 쑥갓 같은 잎이 돋았네요. 쪼그리고 앉아 한참을 바라보다가 가슴을 밀고 오는 벅찬 기쁨에 마치 화톳불에 시린 손을 녹이듯이 새로 난 싹을 어루만집니다. 지난해 가을 자주 빛으로 피었다가 시든 소국입니다. 조금만 더 자라면 가까운 곳으로 데려와 유리창 너머로나마 매일 눈을 맞출까합니다.
늘 가까이 있음에도 그리운 것은 무슨 까닭인가요. ‘사람이 그리워서’노래 부르고 ‘사람이 그리워서 시골자은 서는데’ 당신이 곁에 아니 계신다면 얼마나 가슴이 미어질까 두렵습니다. 음지식물은 실내에 두고 늘 바라볼 수 있지만 양지식물은 햇살이 필요하니 곁에 두고 싶어도 둘 수 없기에 가끔씩 들여와도 실내에 오래둘 수 없는 것이 자연입니다. 그저 한때 꽃 피우고 시들었다하여 구석에 버려두었던 화분에 난 새싹을 보면서 항상 부족한 내 사랑을 내 어리석음을 보는 듯 했습니다.
마치 잠시 놀러 나간 것처럼 제 물건들을 어지럽혀둔 채 입대한 아들 방에 앉아 어젯밤에 읽다만 책을 뒤적이기도 하고 낙서가 든 수첩을 열어도 봅니다. 몇 년 전 사진 속에서 웃고 있는 당신과 아이를 봅니다. 크게 말하거나 드러내지 않아도 일상이 바로 우리의 행복이라는 것을 다시 생각했습니다.
그리운 사람이여! 봄 하늘아래 당신과 연두빛 새순으로 다시 만나고 싶습니다.
/조미애(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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