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기사 다음기사
UPDATE 2025-11-07 01:38 (Fri)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지역 chevron_right 지역일반
일반기사

[그리운 사람에게 띄우는 엽서한장] 누나가 네간병 고집하고있어 형제들은 미안하기만하단다

박철영(시인·부안경찰서 정보과장)

아홉남매 끝동이 막내야!

 

꽃샘 바람에 일찍 스러진 봄꽃 처럼 창창한 젊음이 한순간에 힘없이 꺾여 벌써 일년 이상을 일어나지 못하고 있으니 남은 형들과 누나가 일상 무슨 맘이 편켔느냐.

 

별다른 욕심도 없고 결혼 조차 번거롭다며 무위도식 좋게말하면 유유자적, 그래서 형들에게 무던히 핀잔을 들었지만 부모님 임종은 막내만이 지켰으니 효자가 따로 있다더냐. 굽은 나무 선산 지킨다는 옛말이 딱 맞았었지.

 

거의 삼십년만에 고향에 돌아와 여장을 풀었지만 어릴적 너와 함께했던 성황산, 메살미, 구시장, 옛 차부, 동양극장… 거의 변하지 않고 그모습 그대로인데 정작 네가 있어야할 우리집은 텅 비어있으니 어찌 쓸쓸하지 않겠느냐.

 

막내야!

 

어느 여름날 유사 뇌염증세로 앓던 널 업고 환자 치료소인 공회당 층계를 힘겹게 걸어오르던 그 누나가 결국 네 간병을 끝까지 고집하고 있으니 형제들은 미안 하기만 하단다.

 

형제들의 근심을 언제 덜어줄는지 겨우 눈빛 하나로만 소통이 가능한 이 지루한 세월이 언제 끝날는지 아무도 알 수 없구나.

 

우리가 걸수있는 유일한 희망은 주일날 서너마니 기도뿐.

 

“주여! 막내를 언제까지 소독내 절은 저 하얀 담요에 뉘여놓으시렵니까.”

 

/박철영(시인·부안경찰서 정보과장)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전북일보 desk@jjan.kr
다른기사보기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 400
지역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