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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향에서] 제주도보다 더 먼 전주 - 이상직

이상직(KIC 부회장)

1993년 늦여름 SBS ‘주병진쇼’에 육관도사라 불리는 손석우씨가 나와 ‘북한 김일성이 1994년 9월 14일 이전에 죽게 될 것’이라 하였다. 김일성은 1994년 7월 8일 사망하였다. 그 뒤에도 그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모묘와 DJ의 대통령 당선이라는 이야기로 일반에 많이 회자된 것으로 기억된다.

 

풍수지리가 혹은 예언가로 불리던 육관의 1993년 저서 ‘터’에는 ‘웅비하는 서해안 시대와 전주’라는 제목의 글이 있다. 2천 년대에는 서해안 시대가 열릴 것이고, 이러한 서해안 시대의 서막을 여는 곳, 서해의 중심도시로 부상하여 장차 세계적인 규모의 도시로 웅비할 곳으로 전주를 꼽은 것이다. 하지만 오늘날 전주의 현실은 예언과는 전혀 동떨어져 있다.

 

지식정보화시대에 웬 풍수, 예언이냐는 반문이 있을 수 있다. 하나 10년이 훌쩍 넘은 지금도 ‘서해안 시대가 열렸고 그 중심이 전주이다.’라는 글귀가 여전히 가슴속에 불씨로 남아 있는 것은 이 명제가 반드시 이루어야 할 과제이자 소망이기 때문일 것이다. 누가 말했나가 중요한 게 아니다. 전북인의 가슴속에 품고 있는 꿈이자 비전이기에 우리 모두의 지혜를 모아 전주 더 나아가 전라북도의 가치를 창조해야 할 것이다.

 

필자는 육관의 예언을 무색하게 한 주요한 이유로 교통과 물류 문제를 지적하고 싶다.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고 있듯이 2004년 인터넷 포털사이트 다음은 본사를 지방으로 이전할 계획으로 제주 서귀포와 전주를 후보지로 놓고 고심하다 결국 서귀포로 결정했다. 전주보다 서귀포가 서울에서 더 가깝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거리로 보면 분명 서귀포가 훨씬 멀지만 시간 개념으로는 더 가깝다는 것이다.

 

어느덧 전주는 서울에서 제주나 부산보다 더 먼 도시가 되어버렸다. 전라북도와 전주시가 기업유치를 위해 막대한 보조금을 제공하기로 약속하고, 기업인 출신의 행정가를 임명하는 노력이 빛을 보지 못하는 것도 교통?물류의 사각지대라는 걸림돌이 있기 때문이다. 지난 30년간 전라북도는 도로, 공항, 항만 같은 인프라 투자에서 소외당해 왔다. 이제는 새로운 기업이나 산업이 이전하려 해도 인프라 기반이 너무 취약하다는 이유로 기피당하고 있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결국 전라북도와 전주의 경제발전 키워드는 교통?물류 문제의 해결에 있다고 본다. 필자는 특히 하늘길인 공항을 이야기하고 싶다. 진념 전 경제부총리가 언젠가 ‘땅의 크기에 생각의 크기로 맞서자’고 주장한 적이 있는데, 공항하나 없는 전라북도주민의 상상력이 얼마나 확장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해외기업을 유치하는데도 필수조건이 공항이 아닌가. 참여정부의 대선 공약이기도한 공항건설은 사업성 부족이라는 이유로 유보상태인데, 전북민항 취항을 통해 항공수요를 확인한 후 공항 착공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고 있다. 결국 수요가 없어 공항을 지을 필요가 없다고 하는데, 거꾸로 공항이 없기 때문에 발전하지 않고 있는지 반문하고 싶다. 전라북도는 문화, 음식, 스키, 온천, 명산 등 해외관광객 특히 중국인들을 용이하게 유치할 콘텐츠를 많이 가지고 있지 않은가.

 

전주의 연 주민소득이 1만달러를 갖 상회하는데 비해 울산은 3만달러가 넘는다고 한다. 육관의 예언이 틀린 것인지 아니면 단순히 연착하고 있는 것인지 궁금하다.

 

 

/이상직(KIC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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