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일반기사

[타향에서] 지방정부와 경영마인드 - 이상직

이상직(KIC 회장)

2006년 중앙일보는 77개 일반시중에서 재정규모와 자립도에서 평균 수준인 전주시와 비슷한 규모의 GS홈쇼핑을 비교 분석한 적이 있다. 공공복리를 중시하는 전주시와 이윤 극대화를 추구하는 GS홈쇼핑을 평면 비교할 수 없지만, 지방정부의 효율성을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는 흥미로운 기사였는데, 평가에 참여한 전문가들은 전주시의 신용등급을 ‘B등급’으로 평가했다. 한마디로 ‘주식회사 전주시’는 경영능력이 떨어진다는 것이었다.

 

당시 전주시는 순자산 2조원에 채무가 2천억원으로 부채비율이 10%였고, 유동부채에 대한 현금비율은 620%에 달했다. 사업의 성격상 다른 업종보다 현금비율이 높은 GS홈쇼핑이 51%였던 것과 비교하여, 필요이상으로 현금을 많이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투자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였다. 전주시가 대단히 비효율적이라고 진단 받을 수밖에 없었던 주된 이유였다.

 

일본 능률협회는 매년 9개의 우수기업을 선정하는데, 1991년에는 작은 지방자치단체인 ‘이즈모出雲’시가 여기에 선정된 적이 있다. 이즈모시가 소니, 혼다 등 일본을 대표하는 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 것이다. 사실 그 해답은 금융 전문가인 이와쿠니 데즌岩國哲人도 시장이 가지고 있었다. 이와쿠니는 30년간 닛코日興증권, 모건투자은행, 메릴린치사 등 금융업을 바탕으로 경영인의 길을 걸어왔고, 시장이 되기 직전까지도 그는 미국 메릴닌치사의 수석부회장 겸 일본 담당 책임자였다. 그런 이와쿠니의 경영능력이 이즈모시를 경쟁력 있는 도시로 변모시킨 것이다. (그 후 일본은 기업인 등 민간 전문가에게 지방정부를 맡기는 것이 지역 발전에 이바지한다는 인식이 높아졌다고 한다.)

 

카지노로 유명한 ‘강원랜드’는 1998년 설립 이래 누적수익률이 1조 2천억원(2005년말 기준)으로, 한국 100대 기업 중 52위에 선정될 정도로 일류기업이 되었다. 현재 주식시장에서 시가총액이 약 5조원에 달하고 있다. 납입자본금의 51%를 강원도개발공사, 정선군, 태백시, 삼척시, 영월군 등 공공부문에서, 49%를 민간부문에서 담당하였는데, ‘강원랜드’를 통해 1조 7천억원 이상의 재정이 마련되고, 그 외에도 지역경제에 대한 직?간접적인 효과가 대략 1조원 규모로 추산된다고 한다. 직원 3천여명 중 절반 이상이 지역주민들로 고용되는 등 지역경제 활성화에 큰 기여를 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는 것이다. 물론 카지노의 독점적 효과를 무시할 수 없지만 지방정부가 주도적으로 투자하고 새로운 가치를 창조한 대표적인 사례임은 분명하다.

 

필자는 한때 ‘대한통운’을 전라북도가 인수하는 구상을 한 바 있다. ‘대한통운’은 법정관리 상태에서도 1조원 이상의 매출과 6백억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내고 있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물류기업이다. 필자의 구상은 전라북도, 전주시, 군산시 등 공공부문과 지방은행, 지역연고 기업 등 민간부문이 컨소시엄을 구성하여 ‘대한통운’을 인수한 후, 물류의 보고인 새만금에 전략적 물류기지를 만들어 지역경제에 기여하고 고용을 창출하자는 취지였다. 여러 제약과 경영리스크에 대한 반론을 들었는데, 제약을 풀어 가는 것이 행정적?정치적 능력이 아니겠는가. 그리고 리스크를 헷징하는 수단은 지속적으로 발전되고 있고 안정장치를 만드는 것은 투자시장에서 일반화 되어있다. 인수가 아니더라도 도내 기업이나 로열티가 있는 연고

 

기업의 경영능력과 지방정부의 여유자금을 활용하여 합작회사를 신규로 설립하는 것도 좋은 대안이 될 것이다.

 

‘강원랜드’를 통해 지방정부의 재정이 충실해지고, 지역경제가 활성화되는 사례를 보지 않았는가. 무엇보다도 필자는 지방정부 내부에 투자 및 경영마인드를 함양하는 문화가 정착되어야 함을 강조하고 싶다.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기업을 유치하는 전통적인 방법 외에도 지역을 특화시킬 수 있는 산업에 민관이 합작투자 하여, 고용을 창출함은 물론 증권시장을 통하여 배당 및 자본이득을 취득하는 선진국의 트렌드를 그냥 지나쳐서는 안 될 것이다.

 

비전과 경영마인드를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고자 노력하는 지방정부의 리더십을 기대해 본다.

 

/이상직(KIC회장)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100
최신뉴스

익산동물의약품 규제자유특구 후보 익산, 미래 동물헬스케어산업 선도

문화일반전북과 각별…황석영 소설가 ‘금관문화훈장’ 영예

정부李대통령 지지율 63%…지난주보다 6%p 상승[한국갤럽]

사건·사고김제서 작업 중이던 트랙터에 불⋯인명 피해 없어

정치일반"새만금개발청 오지마"…군산대 교직원 58% 이전 반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