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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향에서] 전북을 아시아의 스위스로 - 유희열

유희열(기초기술연구회 이사장)

1961년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은 82달러였으며 당시 주요 수출품목은 텅스텐, 어류를 비롯한 1차 상품이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한국의 1인당 소득은 구매력 관점으로 14배 증가했는데, 이와 같은 결과를 위해 영국은 2세기, 미국은 1.5세기가 걸렸다고 한다. 지난 40여년간 우리나라는 세계가 놀랄만한 엄청난 성과를 거둔 것이다. 세계 10개국만이 이룩한 수출3천억 달러를 돌파하고 세계 12위권의 경제 강국으로 성장했다. 이처럼 우리나라가 단기간에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은 GDP의 27.8%, 수출의 98.4%, 고용의 18%를 담당하고 있는 제조업의 역할이 절대적이었다.

 

하지만 최근 제조업이 위기라는 시각과 함께 몇 가지 잘못된 인식이 있다. 첫째로 제조업은 사양산업이라는 것이고 둘째는 3D업종으로 개도국에만 적합한 산업이고 셋째는 산업발전의 패턴에 있어서 서비스업으로 job을 넘겨주고 있기 때문에 제조업이 점점 퇴색될 것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그럴까? 우선 사양산업이라는 것은 있을 수 없고 대신 사양기업은 있을 수 있다. 예를 들면, 섬유산업의 경우 섬유산업관련 기업은 사라지고 있지만 산업은 계속 존재하고 있다. 세계 상위 섬유 수출국인 독일과 이탈리아를 보면 섬유산업이 급격한 쇠퇴를 하고 있다는 것조차 의문을 갖게 한다. 제조업이 3D 업종이라 개도국에만 적합하다는 주장 또한 잘못된 것이다. 현재 제조업이 가장 강세를 보이고 있는 곳은 독일, 일본 그리고 스위스이다. UNIDO(2005)의 자료에 따르면 스위스는 세계에서 가장 제조업이 강한 나라이다. 2002년 스위스의 1인당 제조업 생산고는 세계 최고였는데, 이는 세계2위인 일본에 비해서는 24%나 높고, 미국에 비해서는 2.2배, 중국의 34배, 인도보다는 156배나 높은 수치이다. 물론 저임노동을 중심으로 한 제조업분야는 중국으로 이전이 되어 중국이 세계의 공장역할을 하고 있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요한 핵심 기술 이나 고부가가치의 제조업 분야는 거의 선진국에서 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제조업 자체가 진화하고 있는 중이다. 제조업이 진화한다는 의미는 제조업이 기존의 포드 시스템처럼 물건만 대량으로 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제조업이 IT기술과 결합하여 2.5차 산업화 되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기업금융, 첨단 IT산업, 의료등 고부가가치 서비스업의 최대고객은 다름 아닌 제조업체인 것이다. 서비스산업의 발전은 제조업 발전의 중요한 전제요건으로 제조업의 발전 없이는 서비스업의 발전도 기대하기 어렵다.

 

이제는 제조업에 대한 잘못된 시각을 불식하고 그 중요성을 다시 생각해야 될 때다. 세계적으로 경제성장에 따라 제조업의 절대 비중이 점점 낮아지고 서비스업의 비중이 높아지는 경제의 서비스화가 일반적인 현상이다. 그러나 제조업 중심의 산업구조를 가진 독일이나 일본은 제조업 자체를 줄이는 것보다 고부가가치의 제조업(정밀기기, 정밀화학, 정밀전자 등)을 더욱 심화(deepening)시켜가고 있다. 반면 미국과 영국은 제조업보다는 금융, 의료를 중심으로 하는 서비스업을 강조하여 세계금융의 흐름을 좌우하지만 상대적으로 제조업은 약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의 경우는 어떤가? 반도체, 휴대폰, 자동차, 철강, 조선 등 주력 제조업이 세계 5위권의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는 것처럼 한국은 전통적으로 제조업에 강세를 보이고 있고 경제규모나, 역사, 기술력을 따져보면 독일, 일본, 스위스 같이 기술의 고도화로 첨단 제조업을 발전시켜야 할 것이다. 제조업을 바탕에 두지 않고 바로 서비스업으로 넘어가는 것은 큰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하여 캠브리지대학의 장하준 교수는 홍콩과 싱가포르는 장기간 영국의 식민지 지배로 인해 몇 백년 동안 서구인들이 살아온 커뮤니티가 있고 문화가 체화되어 있어 금융허브가 자연스럽게 가능했으나 우리나라는 역사를 바꾸지 않고서는 금융허브가 되기 어려우며 제조업에 토대를 두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독일은 세계최대의 수출국으로 주력 수출품은 자동차와 기계 산업 등의 자본재이기에 부가가치가 아주 높다. 또한 산업 구성이 제조업 중심으로 돼 있어 최근의 미국발 신용경색 충격에도 영향을 거의 받지 않고 있다. 일본의 제조업은 고도의 기술력에 의한 고부가가치 핵심부품을 기반으로 하므로 제조원가에서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작아져 해외로 나간 제조공장이 다시 일본으로 회귀하고 있다. 우리도 여기에 승부를 걸어야 한다. 일반적인 제조업으로는 경제를 살릴 원동력이 부족하다.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제조업에 적극 투자하여 제조업의 경쟁력과 이를 뒷받침하는 기술력의 제고를 경제 난국 타개의 초석으로 삼아야 한다.

 

중국에 나가있는 42,000개의 기업이 다시 한국으로 회귀할 때를 대비하여 서남권 해안에 대규모의 제조업 투자가 일어나고 있는 것은 상당히 유효적절하고 좋은 타이밍이다. 목포에 조선 산업단지가 예정되었고, 군산의 대규모 공업단지에는 기존 자동차 산업과 함께 조선, 중공업산업이 추가로 들어설 계획이라고 한다. 중국의 대부분의 제조업 열기는 대련에서 광동으로 이어지는 약 3억 명이 거주하는 연안지방에 있기에 지리적으로 가장 가까운 새만금과 군산 등에서 이들의 열기를 흡수하여 적절한 시책을 준비한다면 엄청난 붐을 일으킬 것이다. 기업들이 뿌리를 박을 수 있도록 하드웨어적 인프라는 기본이고 소프트웨어적 인프라인 교육, 문화, 환경, 의료서비스 등을 충분히 마련해주어야 한다. 제조업의 선순환 사이클을 구축하기 위해 제조업 종사자를 존중하는 사회풍토와 안정적 노사협력문화를 유도하고 투자를 가로막는 각종 규제나 장벽을 풀어 제조업하기 편한 지역 풍토를 조성해야 한다. 이러한 투자와 인프라가 펌프의 마중물처럼 되어 전북지역의 제조업을 진화시켜 서비스업과의 융합을 통한 대규모의 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고도의 첨단 기술 기업들이 속속 입주하고 중국이나 동남아로 갔던 기업들이 전북으로 회귀하여 전북지역에 첨단기술을 중핵으로 하는 제조업 르네상스가 일어나 한국은 물론 아시아의 스위스로 탈바꿈하기를 기대해본다.

 

/유희열(기초기술연구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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