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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투고] 참 재밌고 고마운 서예 관람 - 김용우

김용우(수야아봐타센터 마스타)

“이야-!!”

 

초등학교 습자시간 말고 붓을 잡아본 적 없는 문외한인 내가 서예전에서 연신 감탄을 토로한 것은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재밌는 일이었다. 전북일보에서 제1회 강암서예기획초대전 소식을 접할 때부터 느낌이 묘했다. 서예전에 '가족사랑초대전'이라는 주제가 있다는 것부터 그랬다. 늘 고고하게만 느껴지던 강암서예관에서 초대전을 기획한 것도 신선하게 다가왔다. 신문에 소개된 글씨는 영락없이 늦 배운 할머니들이 쓴 것처럼 소박하고 엉성했다. 그랬다. 무식한 내 눈에는 만만하게 보였다.

 

평소 서예전에 대해 나는 주눅 든 입장이었다. 읽지도 알지도 못하는 한문투성이 글씨들. 그리고 하얀 한지에 까만 먹물로만 된 그 딱딱한 단조로움 속에서 예와 도를 느껴야하는 서예전은 나에게는 늘 흥미 밖이었다. 그러나 신문에 실린 '가족'과 '우리 집'이라는 글씨에는 왠지 모를 따뜻함이 묻어 있었다. 그 온기에 끌려 억새 길이 환상적인 전주천변의 전시회장에 교양인을 가장하고 들어섰다.

 

작품들의 색조가 다양해서 그럴까? 보통 서예전과는 달리 전시장의 첫 느낌이 편안했다. 한 작가인데도 매우 다양한 글씨체와 입체적인 소재들이 긴장감을 풀어주었다. 따뜻한 글과 편한 느낌의 민체, 해설을 곁들인 짧은 한문체 그리고 미전으로 착각하리만큼 미적인 즐거움을 선사하는 글씨들이 나를 슬슬 놀라게 했다.

 

두 연못이 서로 도움을 준다는 '이택'이 글씨를 모르는 나도 그 예술성에 빠져들게 했다. '동심'을 보며 '이야!!'라는 감탄을 금할 수 없었다. 마치 방울 들고 재롱 피는 아이를 지켜보는 어른을 그린 듯, 그것은 글씨였지만 분명 그림이었다. 어느새 나는 서예를 즐기고 있었다. 거짓말쟁이 '엄마'와 친구 같은 '아빠'가 핏빛 형상으로 다가왔다. '뒷모습'을 비롯한 작가의 순발력에 '이야!!' 감탄을 여러 번 토했다.

 

서예전이 재밌을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딱딱하고 보수적이며 무겁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나도 서예를 감상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열 폭 병풍은 문외한인 나에게도 압도적으로 다가서며 작가의 도력을 고스란히 느끼게 해주었다.

 

작가 수암 선생은 '촌놈?'처럼 보이는데 작품의 깊이와 세련됨은 최첨단이었다. 글씨와 글은 그 영역이 다르다. 그런데 작가가 직접 지은 글은 시인인지 도인인지 구분하기 어려웠다. 글씨와 그림도 역시 다르다. 그런데 디자인처럼 형상화한 글씨를 배경삼아 써진 글씨들은 현대미술과 전통서예를 마치 비빔밥처럼 아주 맛깔스런 조화의 미학으로 보여줬다. 글과 그림이 글씨와 만난 그 맛은 발랄하고 재밌으나 중후한 서도의 깊이가 있었다. 심도가 있으면서 산뜻했다. 진중하면서도 열정적이었다. 서예와 서도가 공존하는 '잡초가 없는' 그의 글씨들을 보며 나는 느꼈다. 열심히 글씨를 쓰면서도 글씨에 메이지 않는 가히 '무사시'의 경지에 이른 작가라는 것을.

 

예술 작품이란 느낌을 전해야 한다고 나는 알고 있다. 서예라는 도구로 느낌을 만들어 이 가을을 풍성하게 해준 보배 같은 서도가가 전주에 있어서 반갑고 자랑스럽다. 그런 작가를 만나게 해준 강암서예관이 있어서 고맙다.

 

/김용우(수야아봐타센터 마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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