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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향에서] '방폐장 망령'이 되살아났다고? - 김대곤

김대곤(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 이사)

누구나 실수를 한다. 일부러 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대개는 잘 모르거나 잘못 아는 데서 하게 된다. 문제는 그 결과다. 개인의 면구스러움에 그친다면, 웃고 넘어가면 된다. 그러나 남에게, 그것도 불특정 다수를 부끄럽게 만드는 경우는 간단히 웃고 넘길 일만도 아니다. 나도 그런 실수를 했다. 전북 정무부지사 때 일인데, 도민의 지식수준을 한참 낮은 수준으로 인식시키는, 그것도 국제적으로, 대단히 죄송스러운 실수를 한 적이 있다.

 

김종규 부안군수의 방폐장 유치 신청 직후, 전주에서 꽤 고명하시다고 알려진 몇 분의 대학 교수를 만난 일이 있다. 그 중 한 분이 ?고준위 폐기물은 폭발 위험성이 있어 방폐장이 부안에 오면 안된다?고 말씀 하셨다. 전문적 지식은 없을지 모르지만, 20여년 기자생활을 거치면서 누구보다 상식이 풍부한, 자칭타칭 「움직이는 소백과사전」에게 이해하기 힘든 소리였다. 핵물질이 폭발하기 위해서는 핵물질이 임계치에 도달해야 하는 것은 물론 높은 온도 등 복잡한 조건이 필요하다. 아무리 고준위라곤 해도 폐기물이 폭발한다? 그러나 그 분은 ?잘 몰라서 그렇다?고 내 의문을 일축했다. 워낙 강하게 말씀하시는 통에 더 이상의 질문은 하지 못했다.

 

그해 가을 도청 직원들과 일본 북부 로카쇼무라에 있는 핵폐기장을 방문했다. 일본 전문가들과 얘기를 하다가 그 교수의 말이 생각나 고준위 폐기물의 폭발 가능성을 물었다. 한 전문가가 픽 웃음을 터트리며 ?폭발이요? 뜨거워서 그렇지, 손으로 들고 다녀도 괜찮아요?라고 대답했다. 순간 얼굴이 뜨거워졌다. 명색이 정무부지사라는 사람이 상식에 어긋나도 한참 어긋나는 얘기를 했으니, 조소를 보내도 할 말이 있을 수 없었다. 나 개인이야 무식한 사람으로 평가돼도 별 문제가 없지만, 만에 하나 나로 인해 전북 도민의 수준이 평가절하 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에 몸 둘 바를 모를 지경이었다. 순간적으로 그 교수 얼굴이 눈 앞을 스쳤다. 알고도 그렇게 말했다면, 그 사람은 교수 이전에 인간도 아니다. 모르고 그랬다면, 그런 교수 밑에서 배우는 학생들은 취직하기 쉽지 않겠구나 하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방폐장문제로 시끄러울 때, 부안 주민들이 상식에 어긋나는 주장을 한다는 얘기를 종종 들었다. 자칭 똑똑쇠인 나도 국제적 망신을 했는데, 부안의 똑똑쇠들도 같은 실수를 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그런 주장을 하는 주민들보다 자신의 지식과 다른 얘기를 서슴지 않는 자칭 지식인들의 행태가 마음에 걸렸다.

 

12월19일은 대통령 선거일이다. 앞으로 5년 동안 우리를 편안히 잘 살 수 있게 해줄 대한민국의 대표를 뽑는 날이다. 법적 도덕적으로 문제가 많거나, 역사의 시계를 거꾸로 돌릴, 따라서 지금보다 덜하지 않을 혼란을 가져올 후보를 뽑거나, 마음에 꽉 차지는 않지만 그래도 고향과 나라의 발전을 위한 미래세대 대표의 손을 들어줄지를 결정해야 한다.

 

그 날은 또 부안군수 보궐선거가 있는 날이다. 부안의 일부 단체가 김종규 전 군수의 출마 반대 성명서를 냈다는 보도를 봤다. 또 선거 승리를 위해 방폐장 망령을 되살리는 듯한 일부 단체 및 후보들의 주장은 명분도, 설득력도 없다는 한 기자의 칼럼도 읽었다. 찬반 주장은 주민을 피곤하게 만들 뿐이므로 반핵망령을 되살리는 것은 부안의 미래를 생각하는 군민들이 용인하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이었다. 어쨌건 방폐장 유치에 성공, 쏟아질 돈벼락에 환호작약하는 경주시민의 태도가 부안에서 어떤 영향을 미칠지 궁금해진다.

 

보궐선거는 부안군민의 생각은 물론 부안과 전북을 바라보는 외지의 시각을 결정지을 수도 있다. 「나무 한그루, 풀 한 포기의 훼손을 용납하지 않는 청정(淸淨) 부안」을 강요 당할 수도 있고, 심기일전한 부안의 발전 가능성을 보일 수도 있다. 결과는?

 

/김대곤(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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