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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한 교수의 미국교육 현장일기] 하버드대학의 장학정책

이경한(전주교대·美 메릴랜드대 연구교수)

봄으로 가는 길목이다. 봄방학을 맞이하여 가족과 함께 매사추세츠 주의 보스턴을 다녀왔다. 보스턴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곳이 하버드대학교다. 아직 봄의 기운을 느끼기에는 추운 날씨임에도 하버드 야드의 하버드 동상 앞에는 방문객들이 많이 있었다. 그런데 유난히도 하버드 동상의 왼발은 청동의 구릿빛이 반짝거렸다. 오는 사람들마다 하버드의 왼발을 만지고 가기 때문이다. 특히 자녀들과 함께 온 방문객들이 자녀들에게 하버드의 왼발을 만지도록 권유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이는 하버드의 정기를 받아 지혜를 얻어서 하버드 대학에 들어갈 수 있게 해달라는 기원을 담고 있다고 한다. 자녀가 지혜롭게 되어 좋은(?) 대학에 들어가길 바라는 마음은 이곳 부모들도 마찬가지인 모양이다.

 

이 대학을 둘러보면서 아이들이 하버드 대학에 대해서 서로 얘기하는 것을 들었다. 그들의 얘기를 들으며, ('강부자'도 '종부세 대상자'도 아닌지라) 갑자기 수업료가 얼마나 되는지 궁금해졌다. 이 대학의 1년 학비는 대략 5만 불에 육박하고 있다. 미국의 가구당 평균 수입과 거의 맞먹는 수준이다. 이렇듯 비싼 수업료로 인하여 저소득층 학생들은 이 대학을 다닐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하버드를 비롯한 유명 사립대학들은 저소득층 자녀들의 학비 면제 방침을 앞을 다투며 발표하였다. 그들의 정책은 대체로 가구 소득이 연 6만 불 이하인 학생들의 수업료를 면제해주고, 12-18만 불의 경우는 소득의 10%를 수업료로 책정하겠다는 내용이다. 물론 이 재정은 350억불에 이르는 대학 기부금으로 충당하고 있다. 이 정책은 많은 학생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면에서 환영할만하다. 그러나 이를 좀 더 들여다보면 계층간의 모순된 구조들이 존재한다.

 

먼저 유명 사립대학들의 수업료 면제나 감면 정책의 혜택을 저소득층 학생보다는 상류계층의 학생들이 더 많이 받고 있다. 이는 상위계층의 학생들이 이 대학들의 절대 다수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버드대학의 경우, 상위 25%의 계층에 속하는 학생이 3/4을 차지하고 있는 반면, 하위 50% 계층에 속하는 학생들은 겨우 9%에 불과하다. 다음으로 대학들은 장학금을 학생의 경제적 어려움보다는 성적 등의 업적을 중심으로 지급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경제적인 문제로부터 자유로운 상위계층의 학생들이 이의 혜택을 받을 확률이 높다. 이 점은 저소득층 학생들의 학위취득 비율이 1/3에 그치고 있는 점에서도 쉽게 알 수 있다. 그리고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많은 수업료 감면 혜택을 받을 학생들이 유명 사립대학들에 입학하기 자체가 어렵다는 점이다. 고등학교에서부터 높은 SAT 점수를 비롯하여 다양한 학생활동을 요구하기 때문에 저소득층 자녀들의 입학기회가 상대적으로 적어서 그 교육적 혜택을 누릴 확률이 낮다.

 

미국의 유명 사립대학들의 교육정책은 상위 계층 자녀들의 입학에 보다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그 이유는 대학 정책을 펴는데 필요한 기부금의 주요 창구가 상위 계층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유명 사립대학들이 대학 정책을 부자와 그 나머지로 구분하여 접근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하지만 이 대학들이 가난한 자와 그 나머지라는 인식을 가지고서 학교 정책을 펼쳐가지 않는 한 그들의 학비 면제 정책은 악어의 눈물에 불과할 뿐이다.

 

/이경한(전주교대·美 메릴랜드대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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