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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리나 "누벨바그 모방만 하지말고 뛰어넘어라"

1950년대 말부터 젊은 영화감독들이 영화계에 새로운 숨결을 불어넣기 시작한 '누벨 바그'는 현재 활약중인 국내 영화인들에게도 상당한 영향을 끼쳤다.

 

장 뤼크 고다르를 비롯한 누벨 바그 감독들의 작품에서 매혹적인 외모와 특유의 무심한 듯한 미소로 많은 영화팬들의 기억에 남은 프랑스 배우 안나 카리나(68)는 '고다르의 뮤즈', '누벨바그의 여신'이라는 별명으로 남아 있다.

 

덴마크에서 연기에 입문했던 카리나는 고다르로부터 '네 멋대로 해라' 출연 제의를 받았지만 "누드는 찍을 수 없다"며 거절하고 이후의 '작은 병정'에 출연했다. 고다르와 다시 함께한 '여자는 여자다'는 그에게 베를린 국제영화제 은곰상을 안겼고 결국 그의 대표작이 됐다.

 

카리나는 제13회 부산국제영화제(PIFF) 뉴커런츠 심사위원장으로 부산을 찾았다. 5일 오전 해운대 그랜드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그는 누벨 바그에 동참하던 옛 시절에 대해 회상하고 영화감독으로 변신한 근황을 설명했다.

 

"고다르 감독을 만난 것은 운 좋은 일이었습니다. 그는 저보다 10살 위였고 당시 저는 어렸기 때문에 그 덕분에 시네마테크에서 에릭 로메르, 자크 리베트 같은 분들을 만나 누벨바그의 분위기에 물들 수 있었죠. 고다르는 제게 불어도 가르쳐줬고 좋은 책을 읽으라고 권해주기도 했죠."

 

누벨 바그로 새로운 영화의 세계가 펼쳐졌고 요즘의 감독들이 그를 뛰어넘는 작품을 만들기 어려워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자 카리나는 "모방하지 않으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했다.

 

"누벨 바그는 새로운 영화를 추구했습니다. 그래서 프랑수아 트뤼포는 여전히 트뤼포인 것이고, 고다르는 여전히 고다르인 것입니다. 지금도 새로운 단계로 넘어가는 것을 어렵다고만 생각해선 안 됩니다. 늘 마음에 와 닿는 것을 생각하고 그런 영화를 찍어야 하죠. 모방만 할 것이 아니라 진정으로 와 닿는 주제로 영화를 찍는다면 자신만의 영화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는 누벨 바그 작품으로 주로 활동하다가 다른 작품들에 출연하기 어렵지 않았느냐는 질문에는 고개를 저었다.

 

"고다르 영화에 출연할 때 저는 조지 쿠커, 루키노 비스콘티, 폴커 슐렌도르프 등과 작업했죠. 누벨 바그와 누벨 바그가 아닌 것 사이를 계속 왔다갔다하고 있었으므로 어렵지 않았습니다. 또 누벨 바그 작업이 오히려 더 어렵기도 했죠. 고다르는 시나리오를 미리 안 쓰기 때문에 5분 만에 대사를 외워야 한다거나 한 장면을 한 컷으로 가서 다시 찍을 수 없는 상황도 많았죠."

 

카리나는 이번 영화제에서 두 번째 장편 연출작 '빅토리아'를 공개했다. 유명 배우 출신으로 저예산 영화를 찍은 이유에 대해 그는 자유로운 창작이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좋은 캐나다 제작자를 만나 로드무비를 만들었습니다. 저예산 영화라 많은 자유가 주어졌고 부담을 덜 수 있었죠. 작은 팀으로 촬영하게 돼 기뻤습니다. 부산에서 '빅토리아'를 세계 최초로 상영했다는 점에 자부심을 느낍니다."

 

그는 여성 감독으로서 겪었던 어려움도 설명하면서 여성에 대한 영화계의 시선이 많이 달라졌다고 지적했다.

 

"'미치광이 피에로' 등 누벨 바그를 거쳐 영화 속 여성상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여배우들의 연기 방식도 달라졌고요. 제가 1973년에 첫 연출작을 만들 때는 여성 감독이 거의 없어 세간의 시선이 곱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제가 직접 제작도 맡아야 했죠. 하지만 이제는 많은 여성 감독이 활약하고 있죠."

 

그는 최근의 영화 흐름에 대해서는 미국 영화가 세계를 점령한 세태를 비판하면서도 여전히 훌륭한 영화가 많다고 강조했다.

 

"미국영화가 판치고 있고 심지어 칸 국제영화제에서도 미국 영화가 두드러지고 있죠. 하지만 현대 영화 가운데 주목할 만한 작품도 많습니다. 파리 소극장에서 전 세계의 작가주의 영화가 많이 상영됩니다. 전 요즘 영화들에 대해 낙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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