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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코 판단 새 기준 `고객보호 의무'

"`사정변경' 이유로 계약 해지 안돼"

24일 서울중앙지법이 10건의 `키코(KIKO, 통화옵션계약)' 효력정지 가처분 사건에 대한 결정을 내리면서 제시한 기준은 은행이 계약 체결 과정에서 고객보호 의무를 충실히 이행했는지로 풀이된다.

 

금융 전문가인 은행이 기업의 재무 상황이나 거래 목적, 위험관리 능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적합한 거래를 제안할 의무(적합성의 원칙)와 계약에 내재한 위험이나 손실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 등의 정보를 잘 설명할 의무가 있다는 점을 전제로이를 지켰는지에 따라 인용 또는 기각 결정을 했다는 것이다.

 

세부적으로는 수출시장이나 외환 수급 상황이 안정적으로 유지되리라고 볼 근거가 없는데도 계약기간을 너무 길게 잡거나 기업이 통상 취급하는 외환과 비교해 지나치게 큰 금액을 계약하도록 유도한 경우 등은 위험의 회피라는 본래 목적에 어긋난 것으로 판단했다.

 

또 환율이 크게 상승하면 손실이 무제한 확대되는 등 키코 계약으로 기업이 새로 떠안게 되는 위험과 장기 계약에 따른 부담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거나 환율 하락전망만을 강조한 경우는 설명 의무를 위반했다고 봤다.

 

반대로 은행이 이런 의무를 이행한 것으로 인정된 계약에 대해서는 기업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아울러 이번 결정은 사정 변경에 따른 계약 무효 기준을 배척했다는 점에서 종래 결정과 구분된다.

 

즉, 계약 당시 환율이 일정한 범위에서 안정적으로 변동할 것이라고 전제했는데환율이 급등했고 이것이 애초에 예상할 수 있는 수준을 넘었기 때문에 계약을 지속하는 것은 신의칙에 반한다는 주장을 인정하지 않은 것이다.

 

재판부는 "계약기간 중간에 사정 변경을 이유로 남은 계약의 해지를 인정하면전체 계약기간에 걸쳐 양쪽의 옵션 가치가 같게 설계된 계약의 등가성을 해친다"고설명했다.

 

이는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다'는 식으로 상황 변화를 이유로 계약의 효력을부정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는 비판을 수용한 것으로, 외부 경제상황의 변화보다는계약 체결 과정이 합리적이었는지에 보다 무게를 둔 것으로 해석된다.

 

이 밖에 기업 측의 주장을 받아들이면서 남은 계약을 무효로 한 이전 결정과 달리 은행이 각종 의무를 위반했을 때 이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 채권을 전제로 본안판결까지 기업에 손실을 끼치는 은행의 옵션 행사를 제한했다는 점도 눈에 띈다.

 

이번 판단은 올해 2월 법원 정기인사로 키코 관련 사건을 담당하는 재판부가 바뀐 뒤 내려진 첫 결정으로 은행에 높은 수준의 고객보호 의무가 있음을 인정한 것이며 같은 법원에 계류 중인 유사 사건 70여 건의 결과를 가늠하는 잣대가 될 것으로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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