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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메아리] '바보' 노무현의 눈물 - 한승우

한승우(전북녹색연합 사무국장)

바보처럼 한 남자가 목숨을 던졌다. 불꽃처럼 파란만장한 삶을 살다간 고인의 명복을 빈다.

 

한 남자의 죽음을 두고 많은 국민들은 '죽을 놈은 따로 있는데 왜 죽냐' '몇 천억 받은 놈도 잘 살고 있는데, 그 돈 몇 십억에 때문에 목숨을 끊냐'고 안타까움과 애도를 표한다. 우리 모두가 예상하지 못했던 죽음이다. 그만큼 일반 필부가 예상하지 못할 만큼 그는 순수하고 열정적인 남자였다. 그는 대통령이 되었음에도, 제왕적 권력을 누리지 않았다. 제왕처럼 돈으로 선과 악도 뒤집는 재벌과는 달랐다. 그리고 권력으로 지배하고 탐욕과 부를 추구하는 종족과도 근본적으로 달랐다. 그에 대한 정치적 평가와는 상관없이 그는 그렇게 서민적이고 인간다운 풍모를 풍기며, 자유롭게 살다간 남자였다.

 

국민들이 노무현 대통령에 대하여 깊은 인상을 받은 것은 대통령 선거기간 홍보영상에서 눈물을 흘리던 모습이다. 물론 지나친 감성정치라는 비판도 있었지만 그의 인간적인 면모가 짙게 베어 나왔고 그의 모습은 이 땅의 서민과 민중들의 눈물을 닦아줄 것 같았다. 그리고 서민들은 그를 믿고 대통령으로 뽑았다. 그러나, 자유주의자 노무현이 자신의 원칙을 굽히지 않고 열정적으로 도전하는 것과 대통령으로서 국정 전체를 변화시키는 것은 차원이 다르다. 필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부딪힐 미래를 예상할 수 있었으며, 노무현에 대한 기대를 버리는데도 오래 걸리지 않았다. 집권 초 노무현대통령은 재벌개혁을 둘러싼 팽팽한 줄다리기에 들어갔다. 그러나, 줄다리기도 잠시 그는 자본에 손을 들어 항복했다. 결국 고위관료들이 삼성연수원에서 워크샾은 하는가 하면, 스스로도 삼성같은 대기업이 우리나라를 이끌어 간다고 선언해 그의 한계를 드러냈다. 그로부터 노무현정부의 국정기조는 서민과 민중들로부터 점점 멀어져 같다. 신자유주의를 강화하는 정책에 따라 비정규직의 증가와 빈부격차의 심화, 한?미FTA 등 농촌 포기정책, 부동산가격의 부채질 등 전반적으로 서민의 삶의 질을 악화시켰다. 물론 인권과 남북관계, 절차민주주의 완성 등에서는 일정정도 평가를 받을 만하지만 국민들은 이미 노무현으로부터 기대를 버렸다. 그런가하면 친자본적 신자유주의 정책을 폈음에도 그는 여전히 부유층과 기득권층으로부터 따돌림을 받았고, 술자리에서는 조롱의 대상되었다. 그가 빈농의 아들인데다 상고를 졸업한 하잘 것 없는 출신이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현재의 인간 노무현에 대한 평가는 그의 정치업적보다는 그의 순수함과 열정, 그리고 서민답고 인간적인 풍모에서 기인하는 것 같다. 그리고 현 이명박 정부가 보여주는 밀어붙이기 식 반서민 친부자 정책추진에 대한 국민적 분노와 정서적 향수가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추모의 열기로 이어지고 있는 듯하다.

 

그는 이 땅의 민주주의와 지역주의 타파를 위해 온 몸을 던져 싸웠다. 불굴의 의지와 열정으로 자신의 원칙을 지켜나갔다. 바보처럼 패배할 줄 알면서도 현실을 빗겨가지 않고 부딪혔다. 이 부분에서는 '바보회'를 만들어 스스로를 바보라고 칭했던 전태일 열사가 연상된다.

 

전태열열사도 불의한 현실에 자신의 몸을 불태워 항거했다. 우리가 노무현으로부터 배워야할 것은 원칙을 지키고, 자신의 신념을 위해 불꽃처럼 살다간 삶의 자세와 순수이다. 다만 우리가 더욱 발전시켜야 할 것은 그의 서민답고 인간적인 모습뿐만이 아니라 정치에 있어서도 진정으로 서민을 위하고 인간적인 정책을 펴나가는 것일 것이다.

 

/한승우(전북녹색연합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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