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색고구마·경기미 사용 고급화 지향…한일정상회담서 건배주로 사용
막걸리를 흔히 탁주(濁酒)라 일컫는다. 텁텁한 느낌의 누런빛이 도는 막걸리의 제 모습을 가장 적절히 표현한 이름이다. 이런 탁한 막걸리를 은은한 색깔이 도는 맛깔스러운 술로 만들어 수출에 주력하는 업체가 있다. '부자막걸리'로 유명한 배혜정누룩도가(이하 누룩도가). 누룩도가는 '자색 고구마 막걸리(이하 자색막걸리)'를 수출, 기능성 막걸리의 산업화에 성공하고 있다.
▲ 자색고구마 막걸리 수출 활기
누룩도가가 만든 자색막걸리는 지난 7월29일 일본 수출을 위한 첫 선적을 했다. 이 자색 막걸리는 경기도농업기술원이 개발, 누룩도가가 5년 동안 판매액의 1%를 기술사용료로 지불하는 조건으로 기술을 이전받았다. 경기도의 특산물 중 하나인 자색고구마를 잘게 썰어 경기미로 빚은 술에 첨가한 뒤 발효시켜 만든다. 고구마 약 16%, 경기미 약 83%의 비율이다.
누룩도가는 쌀을 갈아서 술을 빚어 은은한 색깔을 내는 방식을 사용한다. 자색막걸리는 고구마의 붉은색과 쌀의 은은함이 어우러져 고운 선홍색을 낸다. 알코올 도수는 8도로 일반 막걸리보다는 높은 편이다. 자색막걸리는 지난달 9일 열린 한일정상회담 때 건배주로 사용돼 더욱 유명해지기도 했다.
사실 자색막걸리의 시작은 전주 막걸리가 먼저다. 지난 2007년 전주시가 추진한 막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재)전주생물소재연구소와 ㈜전주주조가 공동으로 자색막걸리를 개발했다. 당시 막걸리의 명품화를 목표로 항산화 작용·노화방지 등의 효능이 탁월한 안토시아닌 성분을 함유한 막걸리를 만들었지만 시장에 유통시키지 못하고 자색막걸리의 산업화를 접은 상태다.
누룩도가는 전주보다 뒤늦게 자색막걸리를 생산했지만 수출이라는 판로를 확보했다. 지금은 막걸리의 붐에 힘입어 국내 유명백화점과 대형마트에서도 판매하고 있다.
수원에 있는 공장은 3000ℓ의 스테인레스 숙성통 6개와, 1500ℓ 짜리 18개의 시설을 갖추고 있다. 막걸리 6종류, 소주 3종류를 만드는데 막걸리가 생산량의 90%다.
누룩도가는 하루에 375㎖ 들이 자색막걸리 2만병을 생산할 수 있다. 판매 금액은 1병당 일본에서 580엔, 국내에서는 2500~2800원으로 일반 막걸리에 비해 다소 비싼 편이지만 물량을 대지 못해 생산 시설을 증설할 계획이다. 내년부터 연간 250톤 가량 수출하기 위해서다.
배혜정 대표(54)는 "정규직 직원은 고작 12명인데 주문을 받은 물량을 다 소화하지 못할 정도도 인력과 시설이 부족한 상태여서 상시로 직원을 채용하고 있는 실정이다"라고 말했다.
▲ 세계화 위해 고급 막걸리 표방
누룩도가는 고급막걸리를 표방한다. 국내에서 1병에 1000원 전후로 판매되는 일반 막걸리와는 다른 위치를 지니고 있다. 자색막걸리도 이같은 맥락에서 만들었다.
배 대표는 왜 하필 자색막걸리냐는 물음에 "색깔이 너무 예뻐서 자색막걸리를 만들었다"고 답했다. 그가 사업을 시작한 2000년대 초만 해도 막걸리는 고급화와 거리가 멀었다.
"국내에서는 고급 막걸리 시장 자체가 형성돼 있지 않았습니다. 막걸리 수출 전문 기업이기 때문에 수출용을 만들어야 했지만, 한국 사람 입맛에 맞는 제품으로는 수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었습니다. 저가라는 인식의 탁한 막걸리가 아닌 고운 색깔로 고급 이미지를 구현해 전통주의 변신을 시도한 점이 적중했습니다."
막걸리의 세계화를 위해서는 고급화가 필수적이다는 전문가의 의견을 막걸리 붐이 일기 전에 실천했던 것.
누룩도가의 술은 도수가 상대적으로 높다. 이 또한 고급화와 맞닿아 있다. 자색막걸리는 8도, 부자막걸리는 10·13·16도다. 술이 술다워야 한다는 배 대표의 소신 때문이다. 그는 "술의 도수를 낮추려면 물로 희석시켜야 한다. 대신 인공 감미료의 양이 늘어나 술 고유의 맛을 느낄 수 없다"면서 "개인적으로 술은 못하지만 술맛을 지키려면 일정 도수 이상이 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도 6도 짜리의 쌀막걸리를 출시했지만 생산량은 미미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자색막걸리의 고급화 이미지를 함양하기 위해서 대형마트에서는 물량을 철수할 방침이다. "고급 막걸리를 표방했는데 할인점 성격의 대형마트에서 판매한다면 이미지와 맞지 않아 국내 판매는 백화점에 주력할 계획입니다."
누룩도가는 지난 2000년 전통주연구소로 출발, 지난 2001년 배혜정이라는 이름을 내걸었다. 이듬해 부자막걸리로 일본·대만에 수출길을 열면서 막걸리 수출 기업으로 발돋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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