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비와 조화, 겸손하게 하소서…콘체르타토 양식 발현…바로크음악 시대 선도
시대가 위대한 인물을 낳는지 위대한 인물이 시대를 여는지…. 시대 정신은 문화에 투영될 수밖에 없고 그러한 일은 음악에서도 마찬가지다.
클래식에서 시대 전환기에 나타난 위대한 음악가들을 예로 들어 보면 르네상스에서 바로크로의 전환기에 가브리엘리가 있고 바로크시대에서 고전시대로의 전환기에 바흐가 있으며 고전 시대에서 낭만시대로의 전환기에는 베토벤이 있고 낭만시대에서 현대음악으로의 전환기에는 쇤베르크가 있다. 그래서 그들의 음악은 예술성은 물론 시대적 중요성으로서도 집중조명을 받는다.
시대 전환기에 그 음악가 혼자만 활동했던 것은 물론 아니다. 많은 음악가들이 있었지만 유독 그 음악가들이 조명을 더 받는 것은 그 음악가의 작품이 당대 양식을 반영하면서 새 시대의 새로운 양식을, 정신을 선지적으로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바흐, 베토벤은 익히 아는 음악가이고 쇤베르크는 이미 짧게나마 논의를 했으니 조반니 가브리엘리(Giovanni Gabrielli, 1553~1612)에 대해 얘기해보자.
가브리엘리는 르네상스 음악에서 바로크 음악으로의 전환기에 베네치아(베니스)에서 활동한 음악가이다. 베네치아 바로 앞에는 옥빛 바다가 감동스럽게 펼쳐져 있다. 그가 활동하던 당시의 베네치아는 무역도시로서 동서의 교역을 통해 부를 쌓아 그리스에서 크로아티아에 이르는 아드리아 해변의 넓은 영토를 가진 부유한 도시국가이었다.
베네치아공국 음악 활동의 중심은 11세기에 세워진 성 마르코 성당이었고 가브리엘리는 그 곳에서 오르간 주자, 작곡가, 기악 연주자 감독으로 거의 30여년간을 활동했다. 성 마르코 성당은 바로크 음악을 탄생시킨 베네치아 악파의 중심 무대였으며 그는 그 한 중심에 있었던 것이다.
성 마르코 성당은 당시 베네치아공국 행사가 항상 열리는 유럽 음악문화의 중심이었고 공국은 음악을 위한 행사에 비용을 아끼지 않았기 때문에 성 마르코 성당의 오르가니스트나 작곡가, 성가대장의 위치는 이탈리아 음악계에서 선망의 대상이었다. 그래서 그 곳에서 활동한 빌라르트, 로레, 차를리노, 몬테베르디 등은 16세기, 17세기 클래식의 대가들인 것이다.
성 마르코 성당에는 성가대가 둘에서 다섯까지 있었고 각 성가대는 2층에 따로따로 설비된 파이프 오르간과 함께 자리하여 성가를 교창으로 노래했기 때문에 합창단, 오르간, 기악의 다양한 음색의 대비 조화는 교회를 온통 아름답고 성스러운 음악으로 가득차게 했다.
가브리엘리는 당시로서는 새로운 음악양식인 대비양식, 즉 바로크음악의 한 특징이기도 한 콘체르타토 양식(Concertato Style)을 그 곳에서 발현시켰다. 콘체르타토 양식은 이태리어 콘체르타레Concertare)에서 연유한 용어로 갈등 대비를 이루다가 결국은 아름다운 조화를 이룬다는 뜻이다. 성악과 기악, 독창과 합창은 서로 대비를 이루며 진행하다가 용해되어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는 양식인 것이다. 클래식의 중심 장르인 협주곡이나 소나타, 교향곡도 다 긴장과 이완의 대비 즉 콘트라스트(Contrast)를 통한 변화가 아름다운 조화에 이르는 원리의 음악이다. 세상의 모든 이치가 원래 긴장과 이완, 죄고 푸는 대비가 조화를 이루는 이치 아니던가? 산이 있으면 강이 있고, 열심히 일하는 낮이 있으면 편히 쉬는 밤이 있으니 결국은 조화를 이루는 세상! 그러고 보면 콘체르타토 양식은 세상 삶을 반영한 양식이기도 하다.
가브리엘리는 여러 선율의 각 성부가 동등한 가치를 지니며 아름답게 진행하던 르네상스 다성음악에서 합창과 독창 그리고 오르간과 다양한 음색의 기악이 대비를 이루다가 조화를 이루는 콘체르타토 양식의 음악을 성 마르코 성당에서 구현하였다. 콘체르타토 양식은 바로크 음악의 중심 특색이니 가브리엘리는 바로크 음악으로의 변화를 선도한 셈이다.
그의 그랜드 콘체르토(Grand Concerto) <인 에클레시스 in ecclesiis> 를 들어 보면 그와 같은 대비와 조화가 얼마나 이름다운지를 감동스럽게 느낄 수 있다. 성 마르코 성당에서 독창자들과 4성합창 둘, 오르간과 6성부 기악이 대비 후에 조화를 이루는 음악을 들으면 아무리 오만한 사람이라도 고개 숙이며 올바르게, 조화롭게 살기를 다짐하게 될 것을…. 독창, 합창, 기악의 대비가 하나로 융합되며 조화를 이루는 음악인 것이다. 인>
<인 에클레시스> 는 가사는 종교 내용이지만 예배 음악은 아니다. 곡 말미에 "우리를 자유롭게 하소서. 활기있게 하소서, 영원히 우리를 지켜주소서, 할레루야."하는 음악은 대립과 갈등의 세상이 '조화로운 세상이게 하소서'하는 가브리엘리의 기도인 것이다. 부족한 우리가 새기며 살아야 할 정성스런 음악인 셈이다. 클래식은 우리를 참 겸손하게 한다. 인>
/신상호(전북대 음악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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