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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힘 2050] 전주닥종이인형연구회

"인형 매만지며 동심으로 돌아가요"…전북대평생교육원서 인연

전주닥종이인형연구회는 전북대 평생교육원 닥종이인형 강좌에서 인연이 됐다. (desk@jjan.kr)

닥종이인형을 찬찬히 보고 있노라면, 따뜻함이 스민다.

 

세파에 찌들린 어른들을 향해 천진난만하게 웃는 표정이 대다수인 데다 '그때 그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다양한 이야기가 향수 어린 표정으로 다가온다.

 

전주닥종이인형연구회가 결성된 것은 2년 전. 몇 년 전부터 전북대 평생교육원 닥종이인형 수업에서 박금숙 전임교수와의 만남은 시작됐지만, 작가로 첫걸음을 내딛기 위한 본격적인 모임은 뒤늦게 만들어졌다. 부부싸움도 할 틈이 없을 정도로 닥종이인형의 매력에 푹 빠진 이들은 기정자 김미라 김복숙 권미애 서선식 송유나 이수경 이인주 이연순 이지혜 이정희 이한은 유재인 윤정애씨. 일주일에 한 번 수업에 출석 도장을 찍는 일 외에도 집에서도 줄곧 인형을 자기 자식 돌보듯 한다고 하니, 남다른 애정이 놀랍다.

 

"섭섭치 않게 해줄테니까, 인형 팔라는 손님이 있어도 쉽게 못 팝니다. 내 새끼 같으니까. 여름이 되면, 시원한 옷으로 갈아입혔다가, 머리도 이쁘게 따 주기도 하고. 자식 키우는 기분으로 매만져요. 가만히 보고 있으면, 나한테 말을 걸어오는 것 같기도 하고." (이인주씨)

 

"인형 만들면서 아이랑 자연스러운 대화도 나눌 수 있게 돼요. 어렸을 때 우리가 감 따고, 굴렁쇠를 굴리면서 이렇게 살았다고 하면, 아이가 고개를 끄덕이면서 호기심을 보이거든요." (권미애씨)

 

이들은 1일까지 공예품전시관에서 제2회 전주닥종이인형연구회 회원전을 열었다. 이렇게 작품을 내놓을 정도가 되려면, 3년은 꼬박 익혀야 한다. 숙련도에 따라 서있는 자세, 앉는 자세, 발을 드는 자세, 엎는 자세를 차례로 소화한다. 인형 한 점 당 꼬박 4개월이나 걸린다. 그냥 보아 넘길 법한 나무나 강아지, 멍석 하나를 만드는 것도 허투루 할 수 없는 작업. 한지를 긁어 한 올 한 올 표현하기 위해 짧게는 3~5시간부터 몇 달이 걸리기도 한다. 단지 열심히만 하면 되는 것이 아니라, 그만한 애정이 요구되는 셈이다.

 

최고령 회원인 유재인씨는 "아무래도 인물에 다양한 표정을 불어넣는 일이 힘들었다"며 "더 일찍 시작했다면, 주름살 속에 숨겨진 사연을 끄집어내려는 노력을 더 많이 하게 됐을 것"이라며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이번 전시에 등장하는 작품은 인물이며 배경, 미니 가야금이나 옷장 등 소품까지 어느 것 하나 손수 만들지 않은 것이 없다. 박 교수는 작업이 늦어질 수도 있지만, 제 각각의 사연을 끌어내기 위해서는 모든 것을 직접 만들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박 교수는 이어 "전주 한지로 인형을 만들어 보면, 아무래도 다른 지역 한지보다 뛰어남을 느끼게 된다"며 "질감과 색감이 단연 탁월하다"고도 평가했다.

 

앞으로도 이들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닥종이인형을 만들 생각이다. 이미 전국대회에서 장려상과 특선을 여러 차례 탔지만, 제각각 삶의 다양한 표정을 담는 인형을 만드는 일이 더욱 중요하다고 여기고 있다. 이들에게 닥종이인형은 또 다른 나이기 때문이다.

 

"닥종이인형 안하면 오히려 아파요."라고 말하는 회원들의 입가에선 생기발랄한 소녀같은 웃음이 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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