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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동현의 명창이야기] (23)학식 높았던 명창 김연수(1)-출생과 학업

근대식 교육 받은 첫 소리꾼

지난 주까지 연재했던 임방울과 동시대를 살았던 소리꾼 중에서 임방울의 가장 강력한 라이벌은 김연수였다. 판소리계에서는 김연수가 호를 동초(東超)라고 했기 때문에 늘 그를 동초 김연수라 부르고, 그가 후세에 물려준 소리를 '동초 김연수 바디 판소리', '동초제 판소리' 등으로 부른다. 김연수는 소리꾼 중에서 최초로 근대식 교육을 받은 소리꾼이었다. 그래서 소리꾼이 된 뒤에 김연수가 걸어간 길은 다른 소리꾼과는 상당히 달랐다. 이제 그의 이야기를 시작해 보자.

 

김연수는 1907년 전라남도 고흥군 금산면 대흥리에서 태어났다. 임방울보다 2년 뒤에 태어난 것이다. 그래서 후에 임방울과 같이 공연을 하게 되면, 연장자가 뒤에 출연하는 공연 관습 때문에 늘 김연수가 임방울 앞에 나와서 소리를 했다.

 

금산면은 소록도 곁에 위치한 섬 거금도의 행정구역명이다. 조선시대에는 말목장이 있던 곳이라고 한다. 김연수는 이곳 세습 무당 가계에서 태어난 것으로 최근 확인되었다. 거금도는 상당히 큰 섬이었는데도 섬 전체가 한 사람의 무당이 관리하는 구역이었다고 한다. 김연수의 어머니 박득복은 바로 이 거금도의 세습 무당으로서 당골판을 관리했다고 한다. 김연수가 서울로 이사를 간 뒤에는 완도 평일도에 살던 이종사촌 김복만 내외가 당골판(당골 관리 구역)을 인계받아 관리했다고 한다.

 

김연수는 2남2녀 중 장남인데, 그의 여동생 김순심은 무당의 딸이라는 조롱을 견디지 못해 보통학교 3학년 때 중퇴를 했다고 한다. 그런데 김연수는 형제들을 다른 아이들이 괴롭힐 때면 아주 강하게 응징을 해서 '차돌마치'라는 별명을 얻었다고 한다. 김연수의 굳센 기질은 어렸을 때부터 이미 정평이 있었던 모양이다.

 

김연수는 어려서부터 한문 공부를 했는데, 그의 스승은 친구 노희상의 아버지인 노연수였다. 노연수는 고흥 지방에서 노박사로도 일컬어질 정도로 알아주던 한학자였는데, 김연수는 그에게서 열네 살까지 9년 동안이나 한문을 공부했다고 한다. 아마도 공부를 해서 천대받는 처지로부터 탈출을 하고 싶었을 것이다.

 

김연수는 이후에 상경하여 서울에 있는 중동중학을 다녔다고 하였다. 일제강점기에 중학교를 다녔으면 상당한 식자층에 속한다. 일제강점기 중학교는 5년제로서 지금의 중학교와 고등학교 과정을 합친 학제였으며, 당시 우리나라의 4년제 대학은 1924년 설립된 경성제국대학이 유일했고, 서너 개의 전문학교가 있었을 뿐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직까지 중동중학교의 학적에서 김연수가 확인되지는 않고 있다. 분명히 김연수 자신이 쓴 연보에는 1927년에 중동중학을 수료한 것으로 되어 있는데, 목포대학교의 이경엽 교수가 학적 담당자에게 확인한 결과 1924년부터 1930년 사이의 졸업대장에 김연수라는 이름이 보이지 않을 뿐만 아니라, 동창회에서 제작한 「중동 80년사」에도 나오지 않는다고 한다. 지금으로서는 공식적인 문서로는 중동중학 졸업이 확인이 안 되고 있지만, 김연수 본인이 그렇게 말했으므로 일단 중동중학을 졸업한 것으로 통용되고 있다. 앞으로 정확하게 확인이 되어야 할 것이다.

 

김연수는 자신이 쓴 연보에서 중동중학 졸업 후 집에서 지내다가, 스물아홉 살이 되는 1935년 순천의 성정수 집에 머물고 있던 유성준을 찾아가 <수궁가> 전편을 배웠다고 하였다. 자신의 말에 따르면 유성준을 만나기 전까지는 판소리를 전혀 배운 바 없는 것으로 나타난다. 전하는 말에 의하면 서울에서 학업을 마치고 귀향한 후 축음기를 들으며 판소리를 배우고 익혔다고도 한다. 어떻든 김연수는 매우 늦은 나이에 판소리를 배우기 시작한 것이 분명하다. 임방울이 1929년 스물다섯의 나이에 데뷔한 데 비하면, 김연수의 판소리 학습이 얼마나 뒤늦은 것이었는지를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최동현(군산대 국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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