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책으로 도전하는 '영어 완전 정복기'…삼천문화의집 영어공부반서 만나…영어공포증 없애고 자녀들도 지도
영어책 손에서 놓은 지 10 년? 혀가 굳어 발음도 '꽝'? NO PROBLEM!
전주삼천문화의집(관장 이수영)이 매주 금요일 오전 10시만 되면 시끌벅적하다.'영어 거부증'을 밥상 뒤집듯 깨는 아줌마들이 모여 영어 동화책을 읽어나간다.
주인공은 김혜정 박진영 박은경 박현선 서경범 소선영 이은주 정광호 정진화 조정화 조윤지 최순덕 허혜숙씨. 이들은 하나같이 "엄마가 영어를 즐겨야 아이가 영어를 배운다"고 말했다. 아이들을 영어유치원도 보내보고, 영어학원에도 보내봤지만, 결과는 늘 신통치 않았다는 것. 오히려 엄마가 영어를 생활화하면 아이도 영어를 거부감 없이 받아들인다고 했다.
영어 강사는 캐나다에서 온 맥 리사씨. 한국인 남편과 결혼한 리사씨는 눈만 파란 한국 아줌마에 가깝다. 7년 전 삼천문화의집에 와서 자원봉사를 하고 싶다고 자청해 시작된 '리사의 스토리텔링'은 뻔뻔한 엄마표 영어로 아이들의 입과 귀를 뻥 뚫리게 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이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다들 소심하고 자신이 없어하는 평범한 아줌마에 불과했다. 고작 알아들을 수 있는 말은 'Please' 'Sit Down' 'Stand up'뿐. 이들은 "자존심이 상했지만 포기할 수 없었다"며 "영어는 '단거리가 아닌 마라톤'이라는 생각으로 욕심을 갖지 말자고 스스로 다짐했다"고 밝혔다.
"'영어공부 하세요'라고 말하면 손사래 치는 엄마들이 적지 않아요. '영어는 어렵다'는 고정관념 때문이죠."
"아이가 영어로 조잘대는 모습을 본 사람들은 '어느 영어유치원에 다니느냐'고 물어봐요. 집에서 공부했다고 하면 다들 놀라죠. 엄마가 '뻔뻔'해지면 가능한 일이에요.(웃음)"
회원 최순덕씨는 엄마가 먼저 '영어 거부증' '영어 공포증'을 깨야 한다고 조언한다.
"'hot dog'가 무슨 뜻으로 쓰이는 줄 아세요? 앗싸, 그거 좋아! 그런 뜻으로 쓰여요. 아이에게 이 문장을 가르쳐 주면, 주거니 받거니 하는 사이 영어와 친해진답니다."
리사씨가 수업시간에 선택한 교재는 닥터 수스(Dr. Seuss)가 쓴 영어 동화. 그는 "15개 이상의 국어로 번역돼 세계적으로 2억권 이상이 팔린 베스트셀러인데 한국에서는 많이 알려지지 않아 선택하게 됐다"며 "소리 내어 읽으면서 발음을 연습할 수 있도록 리듬과 운이 맞춰져 있고 그림 만으로도 이야기가 가능하며, 단계별로 여러 종류가 나와 있어 인기가 높다"고 설명했다.
회원들은 리사씨가 한국적인 정서를 이해하는 데다 미국식 영어에서 관용적으로 쓰여지는 문법과 단어를 구체적으로 설명해주기 때문에 쉽게 공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일부 회원들은 '영어 품앗이'로 매일 오전 전화통화로 간단한 생활영어를 연습도 한다. 요리할 때, 시장에 갔을 때처럼 일상생활에서 아이에게 해줄 수 있는 실용문장을 발견하면 메모했다가, 다시 반복해서 되뇌이는 과정. 회원들은 "품앗이는 또래 아줌마들과 함께 영어를 재미있게 배울 수 있는 기회로 자리한다"며 "교육 방법에 대한 정보도 나누고, 수다를 통해 육아 스트레스를 풀 수 있다"고 했다.
영어는 한국인에게는 정복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하는 숙명과도 같은 언어다. 이은주씨는 "이런 모임을 통해 영어를 정복하려 하기보다는 친구되기를 택하는 편이 훨씬 더 효과적일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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