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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힘 2050] 강지이 독립영화 감독

전주영화제 '로컬시네마 전주'에 '소나무' 출품…"놀라운 인프라 '영화·영상도시' 승산 충분"

"임용고시를 보고 불합격했는데, 신기하다 싶을 만큼 서운한 마음이 없었어요. 그때부터 한 짓이 내가 뭘 좋아하나 찾는 일이었습니다. 친한 사람들과 영화 토론모임을 만들었어요. 영화는 불완전한 작품이구나 하는 사실에 눈 뜰 때쯤 나도 영화를 만들어볼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죠."

 

'제11회 전주국제영화제(29일~5월6일)'의 '로컬시네마 전주'에 <소나무> 를 출품한 강지이 감독(37). 애초부터 영화를 할 거라곤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전주는 영화의 불모지였죠. 임용고시 준비한다고 거짓말 하고, 서울에서 영화공부 했어요. 각종 영화제 나들이는 물론이거니와 영화제작 교육도 받으면서, 빠져들었죠. 부모님과 감정적 골은 깊어졌지만, 유독 영화 만큼은 포기가 안 됐습니다."

 

이때 누군가 스치듯 한 말.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에 시험 쳐 봐. 합격하기는 꽤 어렵겠지만." 펜 하나만 들고 무작정 시험보겠다고 달려든 그는 덜컥 합격했다.

 

"'세 시간 동안 대체 무슨 이야기를 쓸 수 있단 말이야'하는 심정이었지만, 새롭고 재밌더라구요. 운이 좋았던 것도 같습니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 Sink and rise>, <인플루엔자> , <괴물> 의 연출을 맡게 된 인연도 남다르다. 영화제작 워크숍에서 초대된 봉 감독은 자신의 영화 <지리멸렬> 을 학생들 앞에서 '난도질' 했다. 강씨가 최고의 작품이라고 본 그 영화를 말이다.

 

"과연 누가 보온밥솥에다 똥 싸는 장면을 생각했겠어요? 이런 파격적인 장면은 봉 감독님 밖엔 할 수 없을 겁니다. 비극과 코미디가 어떻게 흥미로운 동거를 할 수 있는가, 어떻게 휴머니즘으로 이어질 수 있는가를 끊임없이 고민하게 해요."

 

하지만 이런 거장은 하루 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 법. 착실하게 배워나가야 할 과정이 많다. 연출부인 그가 해온 일은 시나리오에 맞는 배우와 장소를 섭외하며, 의상과 소품을 챙기는 온갖 업무를 도맡는 것. 그는 <괴물> 을 촬영할 때 잊을 수 없었던 이야기 한 토막을 들려줬다.

 

" <괴물> 은 한강 일대 하수구를 배경으로 하잖아요. 덕분에 하수구란 하수구는 다 돌았습니다. 새벽 촬영을 끝내고 해장국 먹으러 밥집에 우르르 들어가면, 옷에 밴 시궁창 냄새가 스멀스멀 밀려오는데. 무슨 거지 군단도 아니고. 참 많이 웃었어요. '냄새의 추억'이죠."

 

연출 스텝으로 일하면서 2003년 <미친 김치> 에 이어 올해는 <소나무> 를 출품했다. <미친 김치> 는 미성숙한 소녀가 어른이 되어 가는 이야기로 '제4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여성영화의 자기발견'에 초대됐던 작품.

 

"김치는 저절로 익는데, 사람은 노력해야 성숙해지잖아요. 날씨만 궂으면 소녀를 때리는 아빠는 나이가 들어도 미성숙합니다. 정말 고통은 인간만의 특권인 것 같아요. 영화는 그 고통의 결정체구요."

 

<소나무> 는 강씨가 서울 생활을 접고, 전주로 내려오면서 다시 메가폰을 잡게 한 영화. "전주에 다시 왔을 땐 내가 떠났던 전주가 아니었다"는 그는 "놀라울 만큼 영화 인프라가 갖춰져 있었다"고 말했다. <소나무> 는 시간이 지나도 계속되는 범죄, 그로 인해 상처받은 이들이 얼마나 오랜 시간 동안 고통받는지 보여주는 작품. '2009 전북 영화제작지원 인큐베이션 사업 제작 지원작'이 되면서 영화 제작에 가속도가 붙을 수 있었다.

 

"충무로에서 지친 많은 지역 여성감독들이 내려와 있어요. 이들이 게릴라 식으로 살아 남는 것에 대한 장기적인 고민이 필요한 때입니다. 전주영상위원회가 지금과 같은 지원을 해준다면, '전주 = 영화·영상의 도시'는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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