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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전주국제영화제] ⑥ 다큐멘터리 거장 김동원 감독

"다큐, 내 삶에 대한 도전이고 반성"

김동원 감독(55·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교수)이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방법은 자신이 기록하는 사람들과 '함께 사는 것'이다. 그는 서울 빈민촌인 상계동에 들어가 살면서 <상계동 올림픽> (1988)을 만들었고, 비전향 장기수들과 만나 <송환> (2003)을 제작했다. 그는 "다큐를 만든다는 것은 내 삶에 대한 도전이고 반성"이라고 말했다.

 

전주국제영화제는 지난해 '홍기선 특별전'에 이어 올해는 '김동원 회고전'을 마련했다. 한국 독립 다큐멘터리의 대부인 그의 전 생애 작품을 모두어낸 자리. 국내 영화제에서는 처음 시도된 것으로 한국 현대사를 묵묵히 기록해온 그의 진면목을 발견할 수 있었다.

 

지난 1일 '김동원 회고전 4'의 시네 토크에서 만난 김 감독은 다큐를 다르치고 있는 것에 대해 아이러니를 느낀다고 했다.

 

"저도 누구에게 다큐를 배운 적이 없어요. 그저 같이 뒹구는 것, 같이 사는 것이라고 자답하고요. 만나는 사람들에게서, 현장에서, 역사 안에서 '현실'로서 배웠던 것 같아요."

 

그에게 다큐는 궁극적으로 삶. 이렇듯 작품의 힘은 감독의 삶에서 나올 수밖에 없었다.

 

1986년, 모두가 88 서울 올림픽을 축하할 때 그는 이면에 관심을 가졌다. 재개발을 이유로 쫓겨나다시피 했던 상계동 주민들을 주목했던 것.

 

"상계동에서 아기 업은 아줌마가 몸을 날려 철거 포크레인을 막으려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 사회가 이런 곳이었구나란 생각이 들었어요. 강하게 저를 친 거죠."

 

그는 <상계동 사람들> (1988)을 통해 이들의 3년간 투쟁을 정직하게 기록했고, 그 정직함은 한국 독립 다큐의 모범이 됐다. '9월에 1분도 안 되는 성화 봉송을 위해, 1월부터 40세대 200여 명이 떨어야 한다.'는 이 한 줄의 내레이션은 당시 상계동 사람들의 삶을 고스란히 보여줬다.

 

그는 1991년 <상계동 올림픽> 으로 야마가타국제다큐영화제에 초청받았다. 일본 다큐 감독 오가와 신스케를 만나면서 다큐에 대한 열정을 지폈고, 다큐 공동체 푸른 영상을 만들게 됐다고 했다. <행당동 사람들> (1994)과 <또 하나의 세상: 행당동 사람들 2> (1999)는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작품이다.

 

그가 <행당동 사람들> 을 통해 재개발 관련법 문제점을 파고 들었다면, <또 하나의 세상: 행당동 사람들 2> 은 그가 공동체에 관한 이상적인 모습을 발견한 영화다. 그는 속편에서 행당동 주민들이 임시 보금자리를 꾸려 문화축제를 열고 생산협동조합을 만드는 모습을 보여줬다고 했다.

 

"철거가 끝나도 공동체 생활을 이어가는 경우는 거의 없었는데, 행당동은 달랐어요. 가난하지만 무엇인가를 나누는 공동체 문화는 또 다른 희망으로 비춰졌습니다. 반가웠어요."

 

<송환> 은 30년 만에 출소하는 비전향 장기수 조창손씨를 만난 것이 출발이었다. 지난 12년간 촬영에 쓰인 테이프만 500개, 800시간. 그는 " <송환> 도 <상계동 올림픽> 의 연장선"이라며 "비전향 장기수의 송환 운동을 촉진하고 돕기 위해 생각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실제로 할아버지들(비전향 장기수들)에게 보여줬더니 휴머니즘 접근에는 수긍이 가지만, 감옥 안의 동지애나 사상 투쟁이 생략됐고, 미국의 제국주의에 대해 치열하게 접근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고 덧붙였다.

 

김 감독은 현재 <상계동 올림픽 그 이후> 를 찍고 있다. "제가 상계동에서 배우고 느꼈던 실패한 공동체 기억을 어떻게 간직하고 있는 지 그 모습을 찾아가고 싶었다"고 했다.

 

"다큐는 비판이예요. 굳어진 그 무엇에 대한 저항이죠. 비판적이지 않은 다큐는 짠맛을 잃은 소금 같다고 생각합니다. 다큐가 세상을 바꾼다는 생각이 사라진 세상이지만, 그래도 저는 굳게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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