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유수유에서 유치원보내기까지…2008년 병원서 인연…책 공동구매하고 성장앨범도 함께 찍어
"손을 'C'자로 만들어 가슴을 잡고 아이의 입을 '아∼' 하고 벌린 뒤 젖을 물려야 해. '오∼' 하고 입을 벌리게 하면 안 된다니까."
"어머, 애가 젖을 물었어요. 얼마나 모유를 먹이고 싶었는데…."
전주 아중리 푸른산부인과 산후조리원에서 결성된 산모 부대. 2008년 아기가 태어난 지 6~7개월 된 주부들이 친목 모임을 만들었다. 박지애씨처럼 첫 아기를 가진 나이 어린 산모도 있었고, 김명숙씨처럼 세번째 아이를 낳은 산모도 있었다. 산후조리원에서 하루 종일 있자니 심심했고, 처음 아이를 갖는 산모의 경우 다양한 육아정보가 필요했다.
"산후조리원 중앙에 큰 식탁이 있었어요. 식사할 때가 되면 모든 산모가 그리로 나와 밥을 먹거든요. 아이 낳고 쉬는 것이긴 한데, 어디 아파서 누워 있는 환자는 아니기 때문에 밥만 먹고 나면 마음이 맞는 산모들끼리 수다를 했던 거죠. 친구 따라 강남 온 친구들도 끼게 됐구요."(임재옥씨)
"모유 먹기 싫어하는 아이들은 어떻게 관리해야 하나, 몇 세부터 유치원에 보낼까, 보낸다면 영어 유치원을 보내야 하나 등 궁금한 점도 많았고, 경험담을 참고할 만한 통로가 없었어요. 산후조리원에서 같은 방 쓰는 언니들한테 물었죠. 실제 겪어본 이야기라 피부에 와 닿았고, 좋은 정보를 서로 나누자는 생각이 들었어요." (박지애씨)
구지영 임재옥 박지애 박혜정 문주영 조수진씨를 주축으로 입소문을 타고 참여한 길윤미 김영숙 김은영 이명주 이수영 이순주 이은아 이은영 전지영 조민숙 조영미 황연희씨. 낯을 가리던 이들도 금새 친구가 됐다. 구지영씨는 "아이들마다 발달 속도가 각기 달라 20대부터 40대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산모가 있다는 게 도움이 많이 됐다"고 했다. 조수진씨는 "이 모임 때문에 산후우울증이 올 틈이 없었다"며 "온종일 집에만 있으면 대화할 상대가 없어 울적해질 수 있는데, 여기서 한바탕 이야기하고 나면 속이 다 후련해졌다"고도 했다.
산후조리원을 나와서도 이들은 한 달에 한 번 정기모임을 가졌다. 남편·시댁에 대한 하소연부터 100만원을 호가하는 성장앨범이나 책 시리즈 등 공동구매에 이르기까지 산모들의 모든 일은 이곳을 통해 이뤄졌다. 박지애씨는 "이 모임을 통해 연령대별로 아이들에게 어떤 책이 좋은 지, 어디서 싸게 구입할 수 있는지 꼼꼼히 따져 보고 사면 최대 30%까지 저렴하게 살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이들의 발달 속도가 각기 다르기 때문에 조바심을 낸 엄마들이 아이들을 비교하는 것은 서로 지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들은 1년에 한 번씩 성장앨범도 찍어왔다. 2008년엔 푸른산부인과가 이 모임을 격려, 아이들 사진을 무료로 찍어주는 선물을 마련했다. 이때 사진을 맡았던 아이존스튜디오 강영환 대표는 이 사진으로 미국프로사진가협회가 주최한 공모전에서 대상을 수상, 아이가 5살될 때까지 모임이 유지되면 매년 성장앨범을 무료로 찍어주겠다는 약속도 했다.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이 모임이 계속 유지돼야 할 것 같다며 아이들이 성장해서 서로 좋은 친구가 되고, 사돈을 맺는 가정까지 나올 수 있도록 만남을 이어가고 싶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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