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단에 묻힌 서편제 소리의 대가
예전에는 6·25 때 월북한 소리꾼을 '박ㅇㅇ'이니, '조××'이니, '공××'으로 표기했었다. 나중에 이름을 알고 보니 '박ㅇㅇ'은 박동실, '조××'은 조상선, '공××'는 공기남이었다. 이 세 사람이 월북 소리꾼을 대표한다. 그 중에서도 박동실은 월북 소리꾼의 대부라고 할만한 사람이었다.
박동실은 해방 전후 전라남도를 대표하는 소리꾼이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박동실에게 판소리를 배웠다. 김소희, 임춘앵, 임유앵, 한승호, 박귀희, 김녹주, 한애순, 장월중선, 박송희 등이 바로 박동실의 대표적인 제자들이다. 그런데 박동실이 월북한 뒤에 이들은 자신들의 스승을 제대로 말할 수 없었다. 전쟁 후의 반공 분위기 때문이었다. 박동실의 소리가 쇠락한 데는 바로 이런 환경이 크게 작용했다.
박동실은 1897년 전남 담양군 담양읍 객사리 241번지에서 태어났다. 어려서부터 외할아버지 배희곤과 아버지 박장원으로부터 소리를 배웠다고 한다. 그러니까 박동실의 집안은 대대로 예능에 종사해 온 예인집안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박동실 집안에서는 예인이 다수 배출되었다. 박동실의 동생 박영실도 판소리 명창이었다. 아쟁의 명인 박종선은 박동실의 조카이며, 유행가 가수 김정호는 박동실의 외손자이다.
박동실은 판소리사에서는 광주소리를 대표하는 김채만의 제자로 알려져 있지만, 김기형(고려대 국문과 교수)이 소개하고 있는 한애순의 증언에 의하면 자기가 스스로 터득한 소리를 했다고 한다. 그래도 박동실의 활동 영역이 광주, 담양, 화순 등지이기 때문에 김채만의 소리와 무관하다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다. 박동실은 1930년대 중반 박석기라는 사람을 만난 후에 제자들을 많이 양성했다. 박석기는 담양 출신의 지식인으로 대부호였는데, 담양군 창평면 지실에다가 집을 짓고 예인들을 불러 교육을 하였다. 이때 박동실이 소리꾼을 지도하는 선생으로 초빙되어서 많은 제자들을 가르치게 된 것이다. 김소희, 한승호, 임춘앵, 한애순, 장월중선 등이 모두 이 때 박석기의 초당에서 소리 공부를 했다. 박석기는 자신이 거문고 명인기도 했는데, 거문고의 명인 한갑득이 바로 박석기의 제자이다.
박동실의 소리가 어떠했는지 직접 확인할 방법은 없다. 그의 음반은 <흥보 치부가> 한 장이 남아있을 뿐인데, 음반 상태가 너무 나쁜 데다가 목소리도 매우 거칠어서 소리를 알아들을 수 없을 지경이다. 박동실은 원래는 목소리가 매우 크고 좋았는데, 중간에 아편을 해서 목소리가 변해서 안 좋아졌다고도 한다. 현재 전승되고 있는 박동실의 판소리는 <심청가> 가 유일하다. 그의 제자들의 소리를 통해서 보면, 박동실 바디 <심청가> 는 전형적인 서편제 소리 중에서도 보다 오래된 고형에 속하는 것으로 보인다. 심청가> 심청가> 흥보>
박동실은 박동실은 박석기와 함께 <화랑창극단> 을 결성하여 창극 공연을 하였다. 전하는 이야기에 의하면 박동실은 곡을 만드는 능력이 매우 뛰어났다고 하는데, 아마도 이러한 능력이 창극단을 이끄는 데 크게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박동실은 창작판소리 <열사가> 를 만들었다. 또 그는 해방의 감격을 노래한 <해방가> 라는 노래도 만들었다고 하는데, 이 노래는 지금은 부르는 일이 거의 없다. 해방가> 열사가> 화랑창극단>
박동실은 6·25 때 월북을 했다. 김기형 교수는 박동실의 월북은 먼저 월북을 했던 가야금 연주자 안기옥의 역할에 의한 것이라고 한 바 있다. 박동실은 북한에 가서 '평양 조선고전악연구소', '국립고전예술극장'에서 활동하였다. 여기서 많은 제자들을 양성하였고, <보천보의 출전> <노량대전> 등의 창작판소리와 <춘향전> <심청전> <이순신장군> 등의 창극을 만들었다. 이런 공로로 박동실은 1955년에 공훈배우가 되었으며, 1961년에는 인민배우가 되어 최고의 예술가 대우를 받았다. 그리고 1968년 12월 4일 평양에서 운명하였다. 이순신장군> 심청전> 춘향전> 노량대전> 보천보의>
박동실은 서편제 판소리의 대가였으나 월북을 했기 때문에 이름조차 말해지지 않았다. 그러다가 그의 행적이 몇몇 사람의 노력에 의해 겨우 밝혀지고 있다. 박동실을 빼면 해방을 전후한 시기의 판소리사와 북한의 판소리사를 말할 수 없다. 이제 마땅히 정당한 평가를 해야만 할 것이다.
/최동현(군산대 국어국문학과 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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