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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동현의 명창이야기] (33)박록주①

불모지 영남에서 판소리 개척…기생에서 명창으로…'파란만장한 삶'

박록주는 박초월, 김소희와 함께 현대 여창 판소리를 이끌어온 명창으로서 항상 박초월과 김소희의 앞에 언급되는 사람이다. 박초월과 김소희가 1917년생인 데 비해 박록주는 1905년에 태어났다. 그들보다 열두 살이 위다. 그러기 때문에 아무래도 박록주를 먼저 언급하는 것이다.

 

박록주는 판소리의 불모지라고 하는 경상북도 선산 출신이다. 일제강점기에는 영남 출신 명창들이 다수 등장하기는 했지만, 박록주 이전의 영남 출신 명창으로는 김초향이 유일했었다. 박록주는 20세기 들어 판소리가 영남 지역으로까지 확산되기 시작할 때 그 맨 앞에서 영남 판소리를 이끌던 사람이었다. 그런데 박록주의 생애는 그야말로 파란만장한 것이었다. 여기서는 노재명이 조사해 놓은 박록주의 생애를 참고하여 소개하기로 한다.

 

박록주의 집안은 예인 집안이었던 듯하다. 박록주는 자기 아버지 박중근(호적에는 '박재보'로 나옴)이 농사를 상당히 짓는 한량이라고 했지만, 금오공대 교수 김석배는 현지 조사에서 박록주의 아버지가 박수무당(남자 무당)이었으며, 소리를 곧잘 해서 소리선생 노릇도 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박중근에게 소리를 배운 사람들 중 일부는 선산의 요릿집에 돈을 받고 놀음을 다니기도 했다고 한다. 박록주는 목소리가 우렁차서 늘 남자같다는 소리를 들었다. 박록주의 부친은 집안일은 거들떠 보지도 않고 늘 노름과 술로 세월을 보냈기 때문에 박록주는 어려서부터 어머니와 함께 농삿일을 했다.

 

그러던 중 1916년 봄 선산에 협률사가 들어왔다. 협률사란 전국을 순회하며 포장을 치고 전통 예술을 공연하는 단체를 가리킨다. 이 협률사 공연을 본 박록주의 부친은 딸을 명창으로 길러낼 생각을 하게 되었다. 박록주의 모친은 딸이 소리꾼이 되는 것을 반대하다가 남편에게 호되게 맞았고, 결국 박록주는 아버지의 손에 이끌려 당시 서산에 머물고 있던 명창 박기홍의 제자가 되었다. 이 때 박록주 부친이 본명인 '명이' 대신에 '록주'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고 한다. '박록주'는 이렇게 해서 탄생한 것이다.

 

박록주는 두 달 동안 박기홍으로부터 단가와 <심청가> 를 배웠는데, 소리를 잘한다고 소문이 나서 곳곳에 초청되어 다니면서 소리를 했다. 그렇지만 생기는 돈은 모두 아버지가 술과 노름으로 다 탕진을 해버렸다. 너무나 힘이 든 박록주는 철로에 누워 기차에 깔려 죽어버리려고까지 했다고 한다.

 

열네 살 되던 해 선산에 김창환의 협률사가 들어왔다. 협률사를 구경한 부친은 또 박록주를 김창환에게 데리고 갔다. 그러나 김창환은 소리를 잘 가르쳐주지 않아서 <흥보가> 중 '제비노정기'를 간신히 배웠다고 한다. 이 노정기는 김창환이 만든 것인데, 박록주가 김창환에게 직접 '제비노정기'를 배워 여러 사람에게 전하여 지금까지 부르고 있다. 이 해에 박록주의 부친은 박록주를 대구로 데리고 갔다. 그리고는 달성권번의 앵모라는 기생에게 200원을 주고 3년 동안 수양딸로 맡겨버렸다. 박록주는 앵모의 소유가 되어 기생 수업을 받았다. 박록주는 권번에서도 시조와 춤으로 두각을 나타냈고, 손님들의 귀여움을 독차지했다. 이 때 권번에서 만난 대구의 부자 한량이 박록주의 아버지가 받아간 돈을 갚아주어 권번을 나왔다.

 

대구에서 명창으로 이름을 날리던 박록주는 1921년 열곱 살 때 함경남도 원산에서 열린 명창대회에서 남백우를 만나 첫 번째 혼인을 하였다. 1922년 서울로 가서 송만갑에게 소리를 배운 뒤 박록주는 크게 이름을 날렸다. 정정렬로부터 <춘향가> 와 <숙영낭자전> 을 배운 것도 이 때이다. 박록주는 이제 전국적인 명창이 되었다. 돈도 잘 벌어서 박록주는 자동차를 전세내서 타고 다녔다고 한다.

 

/최동현(군산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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