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 안한다"던 최, 돌연 자율고 지정…김, 법정다툼 각오속 철회 압박할 듯
전북도교육청은 작년 이맘때 자율형사립고 지정을 놓고 고민을 거듭한 끝에 '불가' 결정을 내렸다. 교과부가 '기준을 완화해서라도 지정하라'는 추가 지시까지 내렸지만 당초의 입장을 고수했다. 법적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는게 겉으로 드러난 이유지만, 그보다는 지역의 여건과 전혀 맞지 않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1년이 지나 도교육청은 전혀 다른 길을 선택했다. 차기 교육감이 반대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고, 지역내 반발이 계속되는 가운데 도교육청은 7일, 2개 학교를 자율고로 지정 고시했다. 지난해와 똑같은 학교들이다.
▲ 달라진 것은 없어
최규호 교육감은 2008년 선거당시 자율고 지정 반대를 약속했다. 지난해에도 "관계자들과 자율형사립고 문제를 검토한 결과 학생수급이나 재정 등 부정적인 측면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반대입장을 되풀이 했다. 그러나 최 교육감이 올초 차기 교육감선거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분위기는 달라지기 시작했다. 최 교육감이 모교인 남성고에 마지막으로 선물을 주고 떠나갈 것이라는 말이 나돌았고, 교과부는 노골적으로 부교육감을 압박했다. 상식과 도의에 맞지 않게 6.2선거 이틀전에 자율형사립고 지정·운영위원회를 열어 '적절'한 것으로 판단을 내렸다.
지난해 2개 학교에 대해 만장일치로 '부적합' 판정을 내렸던 지정·운영위원회는 올해는 전혀 상반된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법정전입금 충당을 위한 수익용 재산 확보는 출연각서에 '공증'이 추가되고 수익이 낮은 부동산을 일부 매각하기로 결정한 것 이외에는 지난해와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 평준화 틀 무너져
그러나 문제는 법적 요건을 갖췄는지 여부가 아니다. 오히려 이는 소소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정작 심각한 것은 지역에 끼치는 영향이다. 익산·군산 반대대책위나 교원단체, 지역내 시민사회단체 등이 자율고 지정을 반대하는 것은 반드시 자율고 자체에 대한 반대만은 아니다. 그보다는 신청지역이 군산과 익산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전주, 군산, 익산 3개 지역이 아닌 농촌지역이라면 농촌교육 활성화 차원에서라도 자율고 지정이 바람직할 수도 있다. 그런데 군산은 남자고등학교 4개, 익산은 남자고등학교 3개에 남여공학 1개 학교밖에 없다. 이들중 1개 학교가 자율고로 지정돼 우수학생을 끌어간다면 다른 학교는 2류, 3류 학교로 처질 가능성이 높다. 30년동안 지켜온 평준화의 틀이 깨지는 것이다. 서울 등 고교수가 많은 지역에서도 자율고의 지정이 기존의 자사고, 특목고에 더해 대입 실적을 올리기 위한 학생유치 경쟁과 고교 입시경쟁으로 이어지면서 평준화를 해체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군산과 익산지역의 경우 자율고 입학을 위한 사교육비 증가, 외부학생 유입에 따른 지역내 고입연합고사 탈락학생 증가 등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 운영 무력화 가능
김승환 차기 교육감은 자율고 지정과정에 대한 재검토를 거쳐 지정을 취소·철회하거나 아니면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이는 결정을 하게 된다.
지정을 취소·철회할 경우 학교측과 법적다툼이 벌어질 수도 있으며, 지정을 되돌릴 수 없다면 내년 3월 신입생부터 5년동안 자율고로 운영된다. 그러나 운영 과정에서 법적 요건을 갖추지 못하는 등의 상황이 발생하면 '언제든지' 지정취소가 가능하다는게 도교육청의 설명이다.
그러나 교육감은 지정을 철회하거나 취소하지 않으면서도 자율고의 운영을 무력화할 수 있다. 3시 평준화지역 입학전형위원회에서 입시전형에 우선권을 주지 않고 지역내 다른 학교들과 똑같은 조건을 부여할 수 있다. 해당 학교의 입장에서는 아무런 혜택은 없이 법정전입금 등 부담만 늘게 되는 것이다.
사실 자율고는 당초 '우수학생'을 뽑기 위한 목적이 아니다. 교과부는 지난해 각종 자료 등을 통해 자율형 사립고는 '사학의 건학이념에 따른 교육과정 및 학사운영의 자율성 및 학생의 학교선택권을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또 '성적을 기준으로 학생을 선발하는 것이 아니라, 수요자인 학생이 교육과정 등을 기준으로 학교를 선택하고 학교는 선발경쟁이 아니라 교육경쟁을 실시하는 것을 기본으로 한다'고 설명했다. 교과부의 설명대로라면 우수학생 유치와 수월성 교육을 내세우는 것은 자율고의 본래 취지와는 거리가 멀다.
▲ 자율형 공립고는 무늬만 자율고
교과부는 자율형사립고 지정이 전반적으로 부진하자 자율형사립고가 있는 지역에 대해서만 자율형공립고를 지정 운영하겠다는 방침이다. 지역에 대한 자율형사립고 지정 압박인 셈이다. 그러나 자율형 공립고는 자율형사립고와는 달리 입학전형에서 아무런 우선권이 없다. 우리지역에서도 군산고와 정읍고가 자율형공립고로 지정돼 있으나 군산고는 군산지역 연합고사 합격자를 대상으로 추첨에 의해 입학생을 선발한다. 군산 중앙고가 자율고로 지정될 경우 '똑같은 자율고'이면서도 입학전형에서는 차별을 받게 되는 셈이다. 자율고가 똑같이 대접받으려면 군산 중앙고나 남성고에 대해서도 지역내 다른 학교들과 똑같은 신입생 선발기준을 둬야 한다.
▲ 자율고와 자사고
교과부에 따르면 자율고는 자립형사립고(이하 자사고)를 보완하기 위해 나온 제도다. 그러다보니 많은 부분이 비슷하다. 자사고는 자율고 탄생 이전에 전국적으로 운영돼오던 우리지역 상산고와 민족사관고, 광양제철고,포항제철고, 해운대고, 현대청운고 등 6개 학교가 있다. 자사고는 지정권자가 교과부장관이고 자율고는 시·도교육감이며, 자율고는 학생 모집단위가 광역자치단체 단위인 반면 자사고는 전국단위의 모집을 한다. 또 자사고는 저소득층을 배려하지 않는 반면 자율고는 사회적 배려대상자를 20%이상 선발해야 한다. 자사고는 국민공통교육과정을 이수해야 하지만 자율고는 일부 자율편성이 가능하다. 그러나 교과부는 앞으로 자사고를 모두 자율고로 바꾼다는 방침으로 해당 학교들과 협의를 하고 있다. 상산고 등 일부 학교는 반발하고 있다.
▲ 자율고지정운영위원회
차기 교육감이 자율고 지정을 철회·취소하려면 자율고지정운영위원회를 다시 열어야 하나? 다시 열어야 한다면 똑같은 위원들이 똑같은 사안에 어떻게 다른 결정을 할 수 있을까? 그러나 그럴 필요는 없다는게 일반적인 해석이다. 지정운영위원회는 의결기구가 아닌 자문기구이기 때문에 위원회의 결정과 교육감의 판단은 다를 수도 있다는게 도교육청 관계자의 설명이다.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