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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환 교육감 당선자의 과제] ③학력신장

'자기주도적 학습' 이상적이긴 한데…학부모들 '불안' 새 시험대

"부모는 멀리 보라 하고, 학부모는 앞만 보라 합니다. 부모는 함께 가라 하고, 학부모는 앞서가라 합니다. 부모는 꿈을 꾸라 하고, 학부모는 꿈꿀 시간을 주지 않습니다. 당신은 부모입니까 학부모입니까."

 

한 공익광고의 카피는 '부모'와 '학부모'의 입장을 절묘하게 대비시켜 보여준다. 이러한 이분법이 합당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학력에 관한 한 우리의 현실과 매우 닮았다. 우리 사회에서 부모는 몰라도 학부모들은 내 자녀의 성적에 대해 결코 만족이 없다.

 

그러나 김승환 당선자는 '학부모'가 아닌 '부모'의 시각을 가지고 있다. 김 당선자는 후보자 시절 수능성적 공개와 관련해 "수능성적 전국 최하위권이 안타깝지만 소득격차가 교육격차로 이어지는 현실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는 것"이라며 "근본 원인이 이명박 특권 교육정책에 있음에도 성적을 올려 전북교육을 되살리겠다는 구호는 함량미달의 교육정책"이라고 주장했다. 꼴찌에게도 희망을 주는 교육정책을 펼치기 위해 서열화된 성적공개 방침에 반대하며, 교사와 학생이 소통하는 자율진단 활동을 적극 권장하겠다는 주장이다. 대학 입시체제 전환 및 대학서열화 폐지를 위한 노력도 언급했다.

 

많은 '부모'들이 '원론적'으로 공감하고 있다. 그러나 많은 '학부모'들은 '현실적'으로 불안해하고 있다. 자율학습과 0교시도 폐지한다는데 그렇게 해도 되는 것일까? 가뜩이나 줄도 없고 빽도 없고 가진 것도 없는데 학력을 무시해도 좋을까? 한줄로 세우기가 아닌 여러 줄 세우기라고 하지만, 기본적인 학력은 갖춰야 다른 분야에서라도 기회가 주어지는 것 아닌가….

 

사실 학력을 보는 눈은 만화경과 같다. 이리 보면 이리 보이고 저리 보면 저리 보인다. 우수영재를 기준으로 보는 시각과 기초학력을 따지는 성적은 다르다. 수능성적의 경우에도 '수리가'를 놓고 보면 6년째 전국 꼴찌다. 다른 영역을 비교하면 중간 정도다. 1~4등급을 비교하는 것과 1~2등급을 비교하는 것은 다르고, 7~9등급을 비교하면 또다른 결과가 나온다. 2009년 학업성취도 평가에서도 장수와 무주의 초등학생 기초학력 미달이 전국에서 바닥권이었다. 그러나 상위권 학생들까지 전국의 바닥은 아니다.

 

학력은 교육활동의 본질이다. 어느 누구도 무시할 수 없다. 6.2 선거에서도 많은 후보자들이 학력신장을 중요한 정책과제로 제시했다. 김승환 당선자도 학부모들의 불안을 이해해야 한다. 다양한 줄세우기라고 하지만, 학부모의 입장에서는 학력 이외에 뚜렷한 줄이 보이지도 않는다. 일자리나 먹고 살 것도 없는 지역이 다른 지역과 비슷하게라도 나가려면 남들보다 더 노력하지 않으면 안된다.

 

학력을 보는 학부모들의 눈도 달라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상위권 학생을 위한 지원과 배려는 지역인재 육성 차원에서라도 필요하지만, 학력이 상위권만의 전유물이 돼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영재교육을 빙자한 무더기 선행학습도 재검토돼야 한다. 모두가 행복하기 위해서는 모두를 위한 학력향상을 추진해야 한다. 잘하는 아이는 잘하는대로, 못하는 아이는 못하는대로 그 수준에서 할 수 있는 학력향상이 돼야 한다. 모두를 한 곳에 몰아넣고 아침 일찍부터 밤 늦게까지 몰아붙이는 물량위주의 강제적인 학력향상은 이제 그만둬야 한다. 자율학습이 '자율'의 지위를 되찾아야 능률이 오른다.

 

학생들의 수업량이 너무 많다는 말도 교육현장에서 나온다. 논술이 강화되고 입학사정관제가 확산되는 추세에 맞춰 주입식 교육보다는 토론식, 자기주도 학습이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김승환 당선자가 전국의 진보교육감 후보들과 함께 선거공약으로 내건 혁신학교가 새로운 수업모델, 공교육 활성화의 계기로 눈길을 끄는 이유이기도 하다.

 

많은 학부모들은 부모를 꿈꾼다. 그러나 아침에 잠에서 깨면 여전히 학부모의 위치에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잘못된 사회구조가 그대로 있기 때문이다. 학력향상은 사회구조 개혁 몸부림과 함께 계속돼야 한다게 많은 학부모들의 생각이다.

 

 

이성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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