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이…장애가…제 잘못인가요…불평등 대물림 교육 안된다
도내 다문화가정 자녀 학생수가 4월 1일 기준으로 1999명이다. 매년 200~300명씩 늘고 있다. 이들 중에는 학교생활에 모범적으로 잘 적응하고 있는 아이들도 있지만, 상당수는 언어나 학업, 교우관계 등에서 여러가지 문제를 드러내고 있다. 결혼이주여성 문제가 이제는 당사자 1세대에서 자녀인 2세대로 전이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에 대한 교육당국의 대응은 아주 미약하다. 도교육청에도 1명의 장학사가 이 업무를 맡고 있다. 전임도 아니고 다른 업무를 하면서 부수적으로 맡는다. 그러다보니 다문화가정 자녀들의 학교생활에 대한 실태조사나 학교생활 적응을 돕기위한 프로그램 개발 등은 엄두도 못낸다. 기본적인 통계파악과 학교생활 안내책자 제작, 배포에 급급한 수준이다.
학교와 지역사회가 교육공동체를 이뤄 도시 저소득층 아동의 생활과 교육환경을 변화시키기 위해 지난 2005년 도입된 교육복지투자우선지역(이하 교복투) 사업. 학습과 문화체험, 상담활동, 건강검진 및 치료 등을 통합적으로 제공해 교육과 생활여건을 향상시킴으로써 교육적 성취를 높이기 위한 것으로 도내에서는 지난해까지 전주와 군산, 익산의 5개 지역이 선정돼 5년동안 100억원 가량씩을 지원받고 있다. 해당 학교도 유치원 15개, 초등학교 19개, 중학교 10개, 고등학교 2개 등 모두 46개나 된다. 그러나 교과부는 당초 목표했던 100개 지역을 모두 채웠다는 이유로 올부터 교복투 사업을 더이상 확대하지 않고 있다. 교복투 사업이 필요한 저소득층 지역들이 아직도 많은데 구원의 손길을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국회 안민석 의원은 지난해 국정감사때 시·도별 특수교육 자료를 비교 분석했다. 이 자료에 따르면 전체 교육예산 대비 특수교육예산 비율이 최고 5.8%(대전)에서 최저 3.1%(경기) 수준이며 전북은 3.5%로 낮은 편에 속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북의 일반계고 특수학급 설치율도 11.5%로 전국에서 가장 낮고 인천의 51.4% 등과는 큰 차이를 보이는 것으로 조사됐다. 2008년 5월 장애인등에 대한 특수교육법이 시행된 뒤 전북도교육청이 시·군마다 특수교육지원센터를 설치하는 등 특수교육에 대한 투자를 점차 늘리고 있지만 장애학생이나 부모들의 기대에는 크게 못미친다는 지적이다.
농산어촌 소규모학교 통폐합은 1990년대 시작돼 98년 김대중 정부때부터 본격적으로 추진됐다. 91년 이후 지금까지 도내에서 통폐합으로 사라진 학교는 모두 285개. 현 정부가 통폐합의 기준으로 삼고 있는 학생수 60인 이하 소규모 학교는 240개로 도내 757개 학교의 31.7%나 된다. 이들중 94%인 225개가 농산어촌지역에 있다. 이들 학교가 모두 사라진다면 농산어촌교육의 황폐화에 그치지 않고 지역공동체 기반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높다. 농어촌에서는 학교가 단순한 교육의 공간이 아닌 문화생활 거점의 역할을 맡고 있기 때문이다. 최규호 교육감도 농산어촌 소규모학교의 무조건적 통폐합에 반대하면서 작고 아름다운 학교 육성 등의 노력을 펼쳐왔다. 김승환 당선자의 공약인 농산어촌교육지원특별법이 다시금 주목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우리의 교육현장에서는 돌봐야 할 곳이 많다. 21세기를 살고 있지만, 아직도 당국의 지원이 없으면 점심을 때우기 어려운 아이들도 있고, 학비가 없어 상급학교로 진학하지 못하는 학생들도 있다. 가정이나 사회의 관심에서 벗어나 외롭게 살아가는 아이들도 있다. 자신의 잘못이 아니라 타고난 환경 때문이다.
그러나 학교교육은 성과와 능률주의만을 앞세운다. 평등의 가치보다는 수월성 영재교육이 우선이고, 참된 내면적 가치보다는 시설의 규모나 첨단화를 중시한다.
피에르 부르디외는 학교가 특정 문화자본에 가치를 부여하여 불평등한 사회구조를 재생산한다고 비판했다. 학생 선발에서부터 교육 등 모든 과정이 특정 조건을 갖춘 사람들만을 기준으로 한다는 것이다. 학교를 통해 부모의 권력과 경제력이 합법적으로 상속되고, 그 기준에 들지 못한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배척된다는 것이 부르디외의 주장이다.
교육에서 성과와 효율성을 무시할 수는 없다. 하지만 못사는 지역, 가난한 환경에서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교육으로부터 따돌림 받아서는 안된다. 김승환 당선자가 보듬고 나가야 할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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