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기사 다음기사
UPDATE 2025-11-10 19:56 (Mon)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문화 chevron_right 전시·공연
일반기사

[송만규의 섬진강 들꽃이야기] ⑩닭의 장풀

대나무처럼 쭉쭉 뻗어, 볼수록 시원하구나

토방 끄트머리 여기저기에 줄기의 마디마다 각을 이루고 옆으로 비스듬히 자란 잡풀이 무릎 가까이 닿을 정도로 커 있다. 지금은 복개를 해서 보이지 않는 작업실 들어오는 골목길 또랑에서도 자란다. 뿐만 아니다. 뒷간 처마 밑, 밭두렁, 돌담 밑 등에서 아주 흔하게 만날 수 있다. 나는 발길 닿는 곳이면 가차없이 뽑아서 한쪽에 쌓아두곤 했다. 강변에 작업실을 갖게 된 첫 해 여름날의 기억이다. 그 뒤 어느 해인지 처마 밑에 그 잡풀에서 꽃을 발견했다. 잎겨드랑이에서 나온 줄기 끝에 꽃이 매달려 있다. 워낙 작은 꽃이라서 쪼그리고 앉아서만이 바라볼 수 있다. 어쩌면 이렇게도 파격적인 모양새를 지녔을까! 그 이름이 닭의장풀이다. 달개비라는 이름이 더 익숙하기도 하다.

 

닭의장풀은 닭장 밑에서도 잘 자라고 꽃잎 모양이 닭의 볏과 닮아서 이런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흔하기도 하고 이름의 선입견 때문인지 귀하게 여기지 않는 경향이 있지만, 시인 두보는 닭의장풀을 수반에 기르면서 꽃이 피는 대나무라 하며 아주 좋아했다고 하니 생각하기에 따라 귀(貴)와 천(賤)은 달라지나보다.

 

위로만 향하려는 눈높이와 큰 것을 가지려는 손에서 외면당하지 않을까 염려스럽다. 낮은 자세에서 보면 작은 것이 갖는 아름다운 매력과 소중한 가치를 발견하게 된다.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도휘정 desk@jjan.kr
다른기사보기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 400
문화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