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인재(전주서신초 교사)
교육과학기술부에서 실시하는 일제고사를 7월 13일부터 이틀 동안 치러야 한다.
일선학교는 1학기 진도를 후다닥 끝내고 시험 준비에 들어간 지 오래다. 기존의 시험지를 복사해서 나눠주고 풀리면서 시험 대비에 열을 올리고 있다. 시험을 준비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작년에 지인으로부터 전해 들었던 이야기가 떠오른다.
시험을 앞두고 오후 늦게까지 시험공부를 시키는 학교들이 많았다. 시골 어느 학교에서 6학년 담임선생님들이 아이들에게 시험공부를 열심히 시켰다고 했다. 그 와중에 공부에 대한 중압감이 컸던지 한 학생이 실어증에 걸렸다고 했다. 실어증에 걸린 학생이 생길 정도로 열심히 공부를 시켰지만 시험 결과는 그 전과 같았단다. 그 다음 날로 6학년 세 반 담임선생님 모두가 병이 났다는 소리를 들으며 옆에서 한 선생님이 말을 받았다.
그 학교에서는 스트레스로 인해 없던 야뇨증이 생긴 학생 부모님이 학교에 찾아와 꼴찌를 해도 좋으니 제발 시험공부 시키지 말아달라고 사정을 하고 갔다고 했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우리는 한숨을 쉬는 것으로 마음을 달랠 수밖에 없었다.
초등학교 공부는 자료를 조사하여 정리하고 이야기를 나누어 그것을 내 것으로 만드는 과정 위주로 이루어져야 한다. 즉, 공부하는 방법을 터득하고 학습의 토대를 마련하는 시기다.
그런데 시험, 그것도 서열을 매기는 일제고사가 현장에 들어오게 되면 교육은 파행으로 갈 수 밖에 없다. 단편적인 지식을 암기하고 문제를 반복해서 푸는 방향으로 흘러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물론 학교 단위로 시험이 필요한 학교도 있을 것이다. 문제는 일제히 시험을 치르고 그 결과를 지역적인 특성이나 학부모의 교육 수준 정도를 무시하고 순위를 매겨서 공개하여 경쟁을 붙이는데 있다.
김승환 교육감은 선거후보로 나서면서 무상급식 문제와 인사비리 척결 등을 비롯하여 여러 공약들을 내 놓았다. 다른 공약들도 중요하지만 나는 당선자가 교육의 본질 문제에 대한 고민에서 출발하여 일제고사의 폐해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공약을 이행하기를 바란다.
일제고사와 서열화를 통해 교육을 황폐화 시키고 있는 MB식 무한경쟁교육에서 벗어나 우리 아이들이 배려와 나눔을 통하여 모두가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어른으로 자랄 수 있도록 정책을 펼쳐나가기를 바란다.
/홍인재(전주서신초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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