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끗한 마음으로…곱게 핀 참나리
이런저런 이유로 단식(斷食)을 몇 차례 하면서 관장(灌腸)을 해 본적이 있다. 항문으로부터 직장에 호스를 통해 맑은 물을 투여한 뒤 변을 통하게 하는 것이다. 이렇게 몇 번의 반복된 관장을 하다 보면 오래 머문 숙변까지 시원하고 개운하게 쏟아내면서 쾌감을 느끼게 한다.
2~3일간 굵은 비가 내릴 때 강을 찾았는데 강변길을 금방이라도 삼켜버릴 듯이 넘실거리는 물살이 빠른 속도로 흘러간다. 재두루미의 쉼터였던 바위마저 물에 잠겨 머물지 못하고 강 건너 취암산 쪽으로 피해 간다. 평소에는 상류 쪽에 가로막힌 댐에 갇혀, 물의 속도가 매우 완만하던 것과는 비교가 된다.
개인 날 아침 산책은 관장을 한 듯 여느 때와는 다른 기분이다. 맑아진 물줄기는 경쾌한 리듬으로 흐르고 물에 잠겼던 억새며 바위들도 더욱 깔끔한 자태를 드러낸다. 큰 물은, 굽이굽이 온갖 잔해들로 뒤범벅되고 물의 속도가 느리거나 고여서 상한 것들을 숙변을 밀어내듯 싹 쓸어 갔다.
깨끗해진 산자락의 참나리가 맑은 물위로 스치는 강바람에 볼을 내밀고 있다. '저 솔로몬의 옷보다 더 고운 백합화'라는 가사를 지닌 찬송가를 부르곤 하는데, 우리 꽃에서는 참나리가 그 백합과 같은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지 않나. <조선어사전> 에서는 '농요(農謠)를 뫼나리라고도 한다'라고 하듯이 요즈음 산에 가면 흔하게 볼 수 있다. 조선어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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