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오후 7시30분 전주전통문화센터 한벽극장
전국 8도에 살풀이춤이 있지만, 그 중에서도 호남살풀이춤은 아름답다. 눈이 부시도록 흰 학이 소나무 가지 위에 내려앉거나 하늘로 날아오르기 위해 날개를 접었다가 펴는 것처럼 우하하다. 수건을 공중에 흩뿌리는 것은 마치 선비가 난을 치는 것과 같다.
여자가 추면 추는 대로, 또 남자가 추면 추는 대로 그 맛과 멋이 살아나는 호남살풀이춤. 전라북도 무형문화재 제15호 호남살풀이춤보존회(회장 장인숙)의 정기공연 '한여름 밤의 춤향'이 31일 오후 7시30분 전주전통문화센터 한벽극장에서 열린다.
호남살풀이춤은 전라도의 춤. 춤 분야에서는 유일하게 전라북도 문화재인 최선 선생이 스승들에게 배운 춤가락을 바탕으로 호흡, 발디딤, 어깨 움직임 등에 전라도의 특징을 녹여 만든 것이다.
"제자들이 관객들은 선생님 춤을 보러 오는 거라고, 기어이 무대에 올라가라고 하잖아요."
지난해 대장암 수술을 받았지만, 그는 곧 다시 무대로 돌아왔다. 이번 공연의 해설을 맡은 장인숙 호남살풀이춤보존회장은 "춤으로 무대에서 쓰러지겠다는 말씀을 자주 하셨다"며 "여기저기서 선생님을 모시고 싶어해 공연일정이 많은데도 충분히 소화해 내실 만큼 컨디션이 좋으시다"고 전했다.
그의 춤은 몸 안에 시간이 차곡차곡 쌓여 나온 것. 최선 선생은 "무대에서 뒹굴고 뛰는 게 전부가 아니다"며 "묵묵히 걸어만 가도 춤이 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그동안 창작도 많이 했지만 이번에는 전북의 전통춤, 전북에서만 출 수 있는 춤을 보여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번 공연은 최선 선생과 호남살풀이춤 이수자가 함께 추는 동초수건춤으로 시작해 호남살풀이춤으로 끝이 난다. 무대가 크지 않아 80여 명의 이수자 중에서도 선생이 직접 선발한 5~6명만 무대에 오를 수 있게 됐다. 호흡 하나 동작 하나는 물론, 눈 뜨는 각도까지도 꼼꼼하게 챙긴 최선 선생은 "군무는 기계화되고 포장되어서 딱딱 맞아 떨어질 때 예쁜데, 몰입하면 나도 모르게 한 순간의 감정을 따라갈 지도 모르겠다"며 웃었다.
보존회의 중견무용가 김정임 김미선 최지원 진수이씨는 독무를 올린다. 김정임씨는 나라의 태평성대를 기원하는 '태평무'를, 김미선씨는 8명의 무원이 마주보고 추는 전통형식을 1인무로 재구성한 '구음 검무'를, 진수이씨는 한국 여인과 한국 춤의 단아함을 담은 '여인의 향'을 공연한다. 최선 선생의 딸이기도 한 최지원씨는 한국춤을 대표하는 '부채춤'을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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